집 사려고 위장이혼 하는 중국인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6 17:59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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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0대 도시 중 81개 집값 상승…강한 억제 정책에도 부동산 광풍 일어

9월30일 중국 베이징(北京)시에서 중앙부처 간부로 근무하는 양샤오완(가명)이 사표를 냈다. 양은 2001년 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공무원이 된 뒤 줄곧 승진가도를 달렸다. 이런 그가 돌연 공직을 떠난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었다. 양은 필자에게 “지난 5년간 베이징의 집값이 3배 이상 올랐는데 나는 10년 전에 산 아파트의 은행 대출금을 여전히 갚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6㎡에 불과한 초소형 아파트가 88만 위안(약 1억4960만원)에 분양됐다. 전용면적은 부동산업체가 제공한 작은 주방과 화장실을 합쳐 12㎡였다. 침대·책상 등을 놓으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낼 수 있는 열악한 구조였다. 놀랍게도 이 ‘비둘기장(鴿子籠)’ 아파트는 분양된 지 반나절도 안 돼 모두 팔렸다.

 

이 두 사례는 현재 중국에서 부는 부동산 광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준다. 실제 지난해부터 연해(沿海) 대도시는 집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지수(指數)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신규 분양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과 대비해 선전이 41.8%나 급등했다. 베이징(41.1%), 난징(南京·38%), 쑤저우(蘇州·37.1%), 샤먼(廈門·33.5%) 등이 뒤를 이었다. 17개월째 신규 집값이 상승했다. 같은 달 중국 100대 도시 가운데 81개 도시의 집값이 올랐고, 18개 도시만이 떨어졌다. 집값이 상승한 도시는 8월보다 13개나 더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는 위장 이혼과 결혼이다. 9월26일 난징시는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가정은 집을 더 살 수 없도록 했다. 이튿날부터 민정국(民政局) 이혼등기소에는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놀랍게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임산부까지 이혼 대열에 가세했다. 결혼한 부부는 집을 여러 채 못 사는 데다 가진 집을 매매할 때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이에 이혼해서 새로 집을 매매하고 재결합하려는 이들이 줄지어 나선 것이다.

 

중국 수창에 있는 한 분양사무소에서 고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 PIC 연합

20개 이상 도시, 부동산 투기억제책 발표

 

이에 반해 베이징에서는 혼인하려는 사람들로 민정국 결혼등기소가 북새통을 이뤘다. 베이징시가 현지 호구(戶口)가 없는 외지인의 부동산 구매를 대폭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외지인들은 베이징 호구를 가진 시민에게 사례금을 지불하고 위장결혼을 한 뒤, 집을 사는 편법으로 맞섰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혼 절차가 아주 간단하다. 집을 산 뒤 곧바로 이혼할 수 있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횡행했던 것이다.

 

이렇듯 중국인들이 불나방처럼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자, 지방정부는 억제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베이징시는 주택을 2번째로 구매하는 시민에게는 은행 대출비율을 50% 이하로 낮췄다. 또한 위장결혼을 한 것으로 드러난 부부는 주택 구매자격을 취소토록 했다. 선전시와 광저우(廣州)시는 호구가 없는 외지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했고, 시민이 2번째 집을 살 경우 계약금 비율을 40%에서 70%로 대폭 높였다. 위장이혼으로 곤욕을 치른 난징시도 10월5일 독신자나 이혼자가 2번째 주택을 살 수 없도록 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9월30일 이후 지금까지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내놓은 도시는 20개를 넘는다. 이런 움직임에 중앙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10월3일 중국 주택도농건설부는 “베이징 루이팡(銳房)부동산개발, 상하이 훙민(虹民)부동산관리, 선전 중즈(中執)자본투자, 쑤저우 헝리(恒力)부동산 등 45개 부동산업체가 법규를 위반했다”고 공표한 뒤 사법처리했다. 이들 업체는 허위광고를 내보내 시장을 과열시켰다. 심지어 신규 주택을 선매하거나 집값 상승을 노려 분양을 늦춰 주택 구매를 선동했다.

 

이처럼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발 벗고 나선 데는 연해 대도시에서 불붙은 부동산 투기가 주변 도시와 내륙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하이(珠海) 46.6%, 둥관(東莞) 40.3%, 바오팅(保亭) 38.4%, 바오딩(保定) 37%, 스좌좡(石家莊) 31.1% 등 9월 신규 분양주택 가격이 전년 동월과 대비해 급등했다. 집값이 안정됐던 중부 대도시인 우한(武漢·29.9%), 정저우(鄭州·26.7%) 등도 9월 신규 집값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심지어 서부 대도시까지 투기 열풍이 퍼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주거단지. 중국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부동산 거품이 꺼질 줄 모른다. © PIC 연합

“부동산 거품 꺼지면 큰 위기 온다”

 

사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들끓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부터 2년간 집값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폭등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인다.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0월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다. 겉보기에는 준수한 성적표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9월 산업생산은 6.1%였으나 소매판매가 10.7%를 기록했다. 수출도 위안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감소했다. 부진한 생산과 수출에도 소비가 경제를 뒷받침한 것이다. 여기에는 부동산이 가장 큰 효자 노릇을 했다.

 

돈이 부동산으로 몰린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정부의 정책 실패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돈을 시중에 쏟아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16조 위안(약 2720조원). 중앙정부 부채(10조6600억 위안)와 합치면 총 26조6600억 위안(약 4532조원)으로 GDP 대비 39.4%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일본 200%, 미국 120%, 프랑스 120% 등에 비해 훨씬 낮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일부 대출을 재무제표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국영기업을 세워 부채율을 낮췄다. 또한 토지 사용권을 부동산업체에 비싸게 팔아 집값 상승을 조장했다.

 

금세기 들어 중국에서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 2013년 말 중국 정부가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내놓자, 집값은 떨어졌고 유동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2014년 7월부터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상승장이었다. 하지만 2015년 6월 주가가 급락하자 유동자금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지방정부들은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부양코자 앞다퉈 투기억제책을 완화하던 중이었다.

 

부동산 거품에 기대어 중국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말 중국 가계의 부채는 GDP 대비 4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전 이 비중은 28%였다. 상장된 144개 부동산업체의 부채 총액도 2조8000억 위안으로, 5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났다. 중국 전체 기업의 부채는 2009년보다 30% 증가해 지난해 말 GDP 대비 145%에 달한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중국 정부가 경제시스템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부채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다. 인위적으로 부양한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터질 경우 중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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