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패권력에 가장 먼저 짱돌 던지는 사람일 뿐”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7 11:50
  • 호수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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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진경준·넥슨 등 조만간 다시 고발할 것”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두 사람을 최초로 고발한 사람이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다. 그는 최근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사 주주와 국민에게 25조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8명과 법인 4곳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서울 녹번동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 시사저널 임준선

평소 검찰수사에 쓴소리를 많이 했다. 이번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어떤가.

 

모든 사건의 최후 심판 기관이 사법부인데, 부패했다.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증거 인멸이 구속수사를 위한 핵심 요소인데, 삼성전자는 수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해 왔다. 뇌물을 건넨 것도 사실이고, 자백을 한 적도 없고. 과거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때도 구속영장이 수차례 기각됐다. 결국 주요 인물들이 해외로 도피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이는 대법관에 삼성전자 관련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벌어진 결과다. 특검 임무가 박근혜 대통령을 처벌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이미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보다는 살아 있는 부패 권력들을 수사해야 한다. 이재용·검찰·사법권력·낙하산·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 등을 집중 수사해야 한다. 지금이 수사 적기다. 대통령 부재로 외압 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을 연장하거나 한 번 더 해서라도 확실히 수사해야 한다. 별도로 삼성과 김앤장을 조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수사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본질은 ‘최순실 부패’가 아닌 ‘삼성의 부패’다. 뇌물을 주는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이 부회장이 자산을 늘리기 위해 한 행동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뇌물은 당연히 대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다. 무언가 먹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게 뇌물이다. 부패 게이트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보자.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제일모직 흡수합병, 에버랜드 상장 추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을 통해 9조3639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반면 삼성 주주와 국민연금은 약 25조원의 손해를 봤다. 이 부회장이 재산을 부풀리기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 수십 년간 옷장사를 해 온 패션 사업을 가져오면서 순수 자기자본 1조원만 지불했다. 장사를 하려면 거래처도 뚫는 등 영업권이란 게 있는데, 그런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은 셈이다. 지분이 적은 남의 회사를 가져오는 게 재산 부풀리기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꼭 이런 방식을 쓴다.

 

 

삼성뿐 아니라 굵직한 사건들만 골라 다뤄왔다.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2013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사건, 동양그룹 CP 사기발행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최순실, 진경준 전 검사, 넥슨 사건 등이 있었다.

 

 

지난해 몇 건을 고발했나.

 

지난해 무려 25건을 고발했다. 고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고발이 가장 많았던 해다. 대통령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까지 300여 명을 고발했다.

 

 

그 많은 사건의 조사와 고발 등 일정을 어떻게 다 소화하나.

 

다른 일은 다 그만뒀다. 자유인이다. 시간이 많다.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숫자들을 들여다보면 된다. 양심이 시키니까 관성적으로 하게 된다.

 

 

어디서 자료를 확보하나.

 

국민은행 은행원 출신이다. 지점장도 역임했다. 숫자에는 아주 익숙하다. 숫자를 보고 해석할 줄 알기에 가능했다. 숫자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기업 공시 정보를 자꾸 들여다보면 비리나 부패가 보인다. 뭔가 달라진 점을 놓고 왜 달라졌는지 파헤치다 보면 진실이 나온다. 미진한 부분은 자문을 받기도 한다.

 

 

무소불위 권력에 맞서기 때문에 답답할 때도 많을 듯하다. 추진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리 역할은 문제를 알리는 정도다. 도적들에게 짱돌을 던지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그냥 손가락으로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가리킬 뿐이다. 사회 모든 조직에 부패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면 좋겠다. 회사면 회사, 학교면 학교, 그곳에서 구성원들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지적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꾼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그런 사회가 돼야만 나라 전체 부패도 조금 줄어들 것이다. 이번에 시민들이 보여준 ‘촛불’은 기적이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이화여대 학생들의 비판적인 움직임이 촛불의 기폭제가 된 것 같다. 크게 감동했고, 희망을 봤다. 자랑스럽다. 언론도 잘 다뤄줬다.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다. 이대생들을 보면서 더 빨리 고발을 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권력과 계속 부딪치는 것 같은데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아마 내 뒷조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겠지만, 난 떳떳하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봐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땐 가급적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강하게 나가야 국민들도 힘을 받는다. 뻔히 보이는 사실들을 모른 체할 수 없다.

 

 

추가로 고발을 검토하는 부분이 있나.

 

진경준 전 검사장을 조만간 다시 고발할 예정이다. 넥슨도 추가로 고발하고. 외환은행 탈세와 국민은행 5000억원 탈세 부분도 다시 고발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도 재고발할 거다. 시효가 올 3월까지다. 서울중앙지검과 김앤장도 계속 고발할 예정이다. 할 일이 산더미다.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부패를 밝혀내는 거다. 언론에서도 다 보도가 제한되고, 참 어렵다. 수없이 고발했지만 100전 100패였다. 이런 기득권 부패세력을 척결해 국민이 당당해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부패에 머리 숙이지 않고 저항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많은 돈을 벌거나 성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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