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의 ‘불안한 동거’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0 12:59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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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경선룰 놓고 원색 비난…“경선 후 결별” 관측

국민의당 대권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간 경선룰 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양측은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한쪽이 경선 불참을 시사하는 배수진을 치는가 하면 캠프 실무진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극한 대립을 펼쳐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최근 손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향후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2월22일부터 대리인단을 구성해 경선룰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모바일투표 실시를 주장하는 안 전 대표 측과 100% 현장투표를 내세운 손 전 대표 측 간 대치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다 손 전 대표 측이 사전 선거인단 모집이 없는 일반대중 대상 현장투표와 배심원단 토론 결과를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안 전 대표 측이 모바일투표를 제외한 ‘현장투표 40%+여론조사 30%+공론조사 30%’ 방안을 꺼내면서 협상이 진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 측이 3월1일 이른바 ‘독수리 5형제(승용차 5인조) 프로젝트’가 담긴 ‘안캠 경기 회의내용’이라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양측의 갈등 수위는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여론조사 반영 비율과 사전 선거인단 명부 등을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이다 협상 시한을 여러 차례 넘겼다.

 

2월27일 전남 나주시 나주중흥골드스파에서 열린 ‘국민의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연수’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양측 간 갈등 불씨 살아 있어

 

결국 사전 선거인단 명부가 없는 현장투표 80%와 여론조사 20%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룰에 합의했다. 경선룰 협상 결과로만 놓고 보면 손 전 대표의 승리로 보였다. 하지만 대선후보 선출일을 놓고 민주당 후보 선출일(4월3일)보다 빠른 4월2일을 주장하는 안 전 대표 측과 민주당보다 늦은 4월9일을 요구한 손 전 대표 측이 재차 충돌했다. 박지원 대표가 중재에 나서 후보 선출일을 4월5일로 결정했다가 안 전 대표 측의 반발이 지속되자 다시 4월4일로 하루 앞당겼지만, 양측 간 갈등의 불씨가 아직 다 꺼지진 않은 상태다.

 

양측은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거친 설전(舌戰)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손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국민의당은 안철수 사당(私黨)”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고, 안 전 대표 측은 손 전 대표 측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경선 불참을 여러 차례 시사하자 “구태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3월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여곡절 끝에 경선룰 협상이 마무리된 분위기지만, 협상 과정에서 보였던 양측 간 골이 얼마나 메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 본격적인 경선을 앞두고 있는 양측은 원색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이 당에 기여한 게 뭐가 있는데 저렇게 깽판을 치고 당을 흔드느냐”고 성토했고, 손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가 막판까지 룰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어물쩍 넘어가기 뭐하니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비문(非문재인)·반패권 연대’를 주창하고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물론 3월14일 바른정당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회동했다. 특히 손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3월10일 다른 당 후보와의 ‘통합경선’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손 전 대표는 “변화가 없으면 국민의당은 집권 못한다”며 “3월에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제3지대’로의 이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선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동거(同居)’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손 전 대표가 경선 기간이나 경선 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맞선 ‘제3지대 통합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내세워 대선 전 연대에 부정적인 안 전 대표와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만약 대선을 앞두고 개헌 등을 고리로 한 ‘비문연대’의 흐름이 강해질 경우, 안 전 대표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각각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손 전 대표는 경선룰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제3지대’ 인물들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당초 손 전 대표는 김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으로부터 3월16일 조찬 참석을 요청받았지만,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당장 경선 일정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남 등 경선 판도를 좌우할 지역의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서다. 손 전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은 “김 전 대표와 거리두기 차원이 아니라 이제 경선에 돌입하기 때문에 지역에 다닐 시간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3월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학규, 김종인 만남 가능성 열어놔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앞으로 김 전 대표 등과의 만남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경선 후 적극적인 접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3월16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선이 끝나고 나면 어차피 연립정부, 개혁 공동정부의 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대선이 끝나고 나서 가능하겠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선 전 개혁세력이 이기기 위해서 연합세력, 공동세력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인사들의 결집력과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3지대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민의당을 비롯한 개별 정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한 상황인 데다 동참 대상 세력의 결집력도 높지 않아 제3지대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김 전 대표가 탈당을 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해 발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김 전 대표를 따라서 제3지대에 동참할 정당과 세력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래선지 안 전 대표 측과 손 전 대표 측은 한목소리로 “경선룰 싸움은 누구나 다 이해하는 상황이다. 제3지대도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두 사람이 결별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후보 간 1대1 구도가 형성되면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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