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때마다 반복되는 개고기 논란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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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동물권이냐 개고기 상인 생존권이냐

 

‘내일 초복입니다. 보양식 드시고 무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지인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일(7월12일)은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세 절기 중 첫 번째, 초복입니다. 저 같은 직장인에게 초복․중복․말복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날의 점심메뉴를 정하는 데 말이죠. 

 

과거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초복․중복․말복엔 성질이 뜨거운 음식을 먹어 속을 뜨겁게 데워주며 ‘보신’(保身)을 해줬습니다. 인삼, 대추 등 한약재를 가득 넣은 보양식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생기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저항력도 생긴다는 이유죠. 

 

대표적인 보양식이 바로 삼계탕과 보신탕입니다. 닭고기와 개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두 음식은 둘 다 성질이 따뜻해 기력을 회복시켜주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것들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복날이 ‘개 잡아먹는 날’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삼복’(三伏)은 전국 식용 개농장 성수기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주문이 몰리는 때입니다. 수도권 지역 최대의 ‘개고기 시장’ 경기도 성남시 모란가축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200여 마리, 한 해 8만여 마리의 식육견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 대부분이 여름철에 이뤄지는 거래입니다.

 

ⓒ 사진=Pixabay

 

모란시장서 ‘개고기’ 하루 평균 200마리 거래

 

하지만 최근 들어 개고기 시장 분위기가 영 썰렁한 모양입니다. 동물권과 도축 및 사육 환경의 비위생성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식용 반대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이에 떠밀려 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상인도 늘고 있습니다. 

 

초복을 앞둔 주말엔 서울 도심에서 연달아 개 식용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7월8일과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시민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회원과 ‘케어’ ‘동물자유연대’ 등 30여 개 동물보호단체들이 일반 시민과 함께 가두 행진을 벌였습니다. 그들의 손엔 ‘개식용 금지’ ‘동물 생명권 존중’ 등을 적은 피켓이 들려 있었죠.

 

그런데 이에 앞선 7월6일 같은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개 식용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대한육견협회의 집회가 열린 건데요. 집회 참석자들은 동물보호단체들이 ‘개고기 시장 완전철폐’를 주장하며 불법영업 및 동물학대 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식용가축 판매업자만 개고기 판매를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한아무개(가명․회사원)씨는 “돼지, 소, 닭고기는 먹으면서 왜 개고기는 못 먹냐”며 “음식은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개고기 논란. 개 식용을 반대하는 측은 ‘동물권’을 앞세웁니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동물보호의 맥락에서 식용견 사육 역시 반대하는 겁니다. 

 

하지만 ‘식용 개와 애완용 개는 다르다’는 게 개고기를 찬성하는 측의 입장입니다. 식용을 위해 다른 동물을 사육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죠. 동물권을 내세우며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개 살리려다 사람 죽는다’는 겁니다. 한육견상인회는 개고기 생산․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도축․유통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개고기의 식용화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논리로 자주 사용되는 또 다른 것은 바로 ‘개고기 문화’가 우리 민족 전통의 음식문화라는 겁니다. 실제 과거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공개적으로 “야만스럽다”며 비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우리의 전통 문화를 비하했다”며 합법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마저 일어나기도 했었죠.

 

그런데 개고기 문화가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라는 주장이 사실은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졌습니다. 혹자에 따르면 한자 ‘복(伏)’자에 ‘개 견(犬)’자 들어있다는 이유로 개 고기를 먹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식품영양학적으로 봤을 때 과거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충분하지 않아, 일 년 중 복날에만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이었던 개를 잡아먹었던 것이란 설도 있습니다. 

 

 

서구 사회서도 과거에 개 식용…점차 사라지는 ‘식(食)문화’

 

어찌됐든, 개를 식용으로 삼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과거 서구 사회에서도 개를 먹거리로 이용했지만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식용이 금지된 바 있습니다. 지금 한국, 중국 등 개고기 문화가 남아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를 비난해 마지않는 국가들에서도 말이죠. 

 

사실 개의 식용을 반대하는 건 개가 다른 식용 가축보다 가치있거나 그들의 생명권이 더 소중해서는 아닙니다. 인간이 개와 주고 받아온 정서적 연대의 오랜 역사 때문입니다. 개는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까이서 교감해왔습니다. 이제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개의 모습만 봐도 어색할 정도입니다. 우리 속에 혼자 갇혀 있는 것보다 인간의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죠. 제 개인적인 견해지만 말입니다.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을 넘어선 시대입니다. ‘개고기 자체가 인간에게 어떤 영양학적 이점을 가져다 주는가’와는 별개로, 이젠 개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좋든 싫든 개고기 문화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추세이고요. 그렇다고 당장 개고기 상인들에게 장사를 접으라고 할 순 없겠지요. 그들의 생존권 역시 한국 사회가 놓쳐선 안 되는 소중한 가치이니까요. 다만 이젠 소모적인 ‘개고기’ 찬반 논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기존의 식용 개고기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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