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내년 초가 더 적기일 수도”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1 10:31
  • 호수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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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될 ‘新DTI’ 적용에 따른 무주택자·대출자들의 고민

 

#1. 35세 직장인 A씨는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무주택자’다. 연소득은 4000만원이고, 주택담보대출은 없다. 서울 용산구에 집을 구매하기 위해 알아보던 A씨는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자 고민에 빠졌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신(新) DTI에 따라 대출 총액이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하는데, 올해 안에 빨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2. 연봉 7000만원을 받는 40대 직장인 B씨는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B씨는 서울 성동구에 있는 시세 8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 대출을 추가로 받으려고 하는데, 신 DTI가 적용될 경우 자신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 freepik


 

정부가 10월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제도를 개선한 신(新) 총부채상환비율(신DTI) 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DTI는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한 비율이다. 신DTI는 기존 DTI보다 소득을 상세히 평가하고, 부채 원리금을 기존 주택담보대출원금까지 포함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대출을 규제해 전체적인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정부는 이미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또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DTI를 40%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는 투기지역인 서울 일부(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와 세종시에서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서울 나머지 구와 과천시)에서 다주택자의 DTI한도를 30%로 낮췄다.

 

 

10·24 가계부채대책으로 더 어려워진 대출

 

정부가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10·24 대책’까지 발표하면서, ‘내 집 장만’에 나선 사람들은 대출을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신 DTI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자. 현재 적용되고 있는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 다른 부채의 이자를 합산해 연간소득으로 나눈다. 하지만 신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더한다. 지금까지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합산해 산정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추가 대출을 받을 때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투기용으로 여기저기 빚을 내 여러 채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 DTI는 기존 대출의 원리금까지 합산해 산정하기 때문에 부채가 더 많게 책정된다. 부채가 많으면 신규 대출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다주택자의 대출에 제동을 건 것이다.

 

또 기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만기 제한을 두기로 했다. 최대 15년 동안 나눠 갚는 것으로 가정하고 해당 원리금을 DTI 계산에 반영하는 것이다. 다만 만기 제한은 DTI 산정 때만 적용되며, 실제 대출 만기는 이보다 길어도 된다. 계산에만 반영해 대출 한도 자체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하면 만기기간을 길게(20~30년 이상) 설정해 대출금액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0월2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소득 기록 확인기간도 늘어난다. DTI 계산을 위한 연간소득을 산정할 때, 소득 기록 확인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 입증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증빙소득이 아닌 연금납부액 등 인정소득과 카드사용액 등 신고소득은 소득산정 시 일정비율을 차감한다.

 

다만 무주택자인 청년층(만 40세 미만 무주택 근로자)과 신혼부부는 지금처럼 최근 1년간의 기록을 본다. 정부는 또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 장래 소득을 추정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장래 예상소득도 증액 한도인 10%를 초과해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청년층은 만 40세 미만으로, 신혼부부는 혼인한 지 5년 이내면서 자녀가 없는 경우로 설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신 DTI가 적용된 뒤, 위 ‘사례1’인 무주택자 A씨가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금리 3.25%, 만기 20년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A씨가 투기 지역인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은 2억3400만원이 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는 신 DTI로 인한 대출 규모 감소가 없기 때문에 신 DTI 도입 이전과 동일한 금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기타(신용대출 등) 부채가 없을 경우다. 신 DTI에서 전제하는 ‘장래 예상소득상승’을 반영하면 A씨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오를 수도 있다. A씨의 나이(35세)를 고려해 예상소득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기존 2억3400만원에서 17.5% 오른 2억7500만원을 대출받게 된다.

 

 

新DTI, 다주택자 대출금액 대폭 감소

 

반면 투기지역 등에서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대출금액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사례2’인 B씨의 경우다. B씨는 20년 만기의 3.5% 원리금 균등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B씨는 대출금리 3.5%, 대출 만기 15년으로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 성동구 역시 투기지역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은 담보인정비율(LTV)과 DTI 모두 30%가 적용된다. LTV로는 2억4000만원, DTI의 경우 1억4600만원이 한도가 된다. 한도는 LTV와 DTI 한도 중 더 낮은 금액이 적용되기 때문에, B씨가 올해 말까지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은 1억46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신 DTI가 적용되는 내년 1월부터는 기존 대출 원금이 모두 부채 총합에 반영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83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대출 가능 금액의 절반(약 56%) 수준이다.

 

이렇게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제한하는 이번 대책이 전체적인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거래 절벽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주택시장을 끌고 가는 것은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라며 “대출을 받기도 힘든 상황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를 돌파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서민들의 금융비용은 늘어나고, 추가 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주택 수요까지 급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신 DTI가 1월부터 시행되고, 하반기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면 뒤로 갈수록 주택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시장 위축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DTI 시행에 따른 최대 관심은 현재 자기 집을 보유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 시기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언제 집을 구매해야 할까. 자금 동원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대출규제가 적용되기 전인 올해 안에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연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 보이고(78면 기사 참조), 그에 따라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은 피해야 한다. 반면 자금 여력이 되는 중산층 실수요자는 내년 집값 하락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금 여력 없으면 올해 대출받는 게 유리해”

 

김규정 연구위원은 “자금 계획이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내년 1분기를 지켜본 뒤 가격 조정 폭이나 흐름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 올해 대출이 더 잘 나오거나 내년에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올해 안에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은 있다”며 “본인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부장은 “대출만 생각하면 지금이 유리하긴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결정 포인트가 돼야한다”며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은 발표됐지만, 주거복지 로드맵이 묻히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도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등 매물이 더 나올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 전에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2주택 보유자든 3주택 보유자든 주택 수와 상관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기본세율의 6~40%가 적용된다. 그러나 내년 4월부터는 주택 수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양도세가 중과되기 전, 미처 처분하지 못한 집이 가격을 낮춰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특히 여신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사실 시기보다는 자금운용 능력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라며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된 세금 강화책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조정 매물이 시장에 더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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