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운대 부동산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 부산=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 11:10
  • 호수 14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커의 귀환’ 기대감 이는 해운대…부동산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

 

절정으로 치닫던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이 최근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관광업계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유커(游客·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서울 명동과 홍대입구·강남 등 국내 핵심 상권들뿐 아니라, 해운대·제주 등 한동안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 역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움직임도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위축된 투자수요를 중국 자본이 일정 부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재력가들 또한 이미 포화 상태가 된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다시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이 때문일까. 한때 하늘을 뚫을 듯 무서운 기세의 상승세를 자랑하다가, 최근 ‘8·2 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강력한 규제로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부산 해운대가 다시 들썩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때맞춰 국토교통부가 11월3일 발표한 올해 3분기까지의 시·군·구별 지가 상승률은 이런 분위기를 더 부추겼다. 해운대구가 6.86%로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3위가 수영구(5.69%)이고, 5위부터 10위까지를 부산 남구·동래구·기장군·강서구·연제구·금정구가 싹쓸이할 정도로 부산지역 부동산이 초강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주도하는 중심은 해운대였다. 기자가 해운대 현지를 직접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인들 문의 재개되는 분위기”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해운대의 바람은 ‘훈풍’은 아니었다.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 어렵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재개된 중국 관광이 실제 투자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중국이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역외부동산 투자 규제가 한국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아직 미지수다. 물론 부산은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투자처 중 하나다. 제주·인천 등과 함께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시행했다. 정부가 지정한 지역에 외국인이 5억원 이상 투자하면 거주 자격(F-2 비자)을 주고, 이를 5년 이상 유지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히 해운대가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릴 만큼 고급형 건물들이 많고, 관광지답게 문화시설이 즐비한 데다, 그중에서도 ‘중국인 큰손’을 노리는 수익형 부동산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해운대를 서울 강남에 이은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지목해 왔다.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주춤했던 수익형 부동산들은 다시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분양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해운대 ‘엘시티’다. 11월9일 해운대에서는 엘시티 더샵 아파트와 엘시티 레지던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때 정·관계와 부산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던 엘시티 사업이지만, 이미 엘시티 더샵 아파트는 분양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엘시티 분양 관계자는 “취소된 물량이 있었지만 오히려 서울 등 타지에서 취소된 아파트들을 분양하려는 움직임들을 보였다. 현재 아파트 분양은 전 세대 완료됐다”며 “레지던스는 50% 이상 분양된 상태”라고 밝혔다.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엘시티 레지던스는 당초 국내 수요보다 중국인 부호들을 타깃으로 내놓은 상품이었다. 엘시티는 지난 2013년 분양 계획을 밝히면서 “레지던스 호텔 561실을 전량 중국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급 레지던스를 통해, 당시까지 제주도에 대거 몰렸던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을 부산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초반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 계약이 6세대 이뤄졌지만, 이후에는 투자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엘시티 분양 관계자는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인들의 투자 열풍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인들의 분양 문의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한·중 간 갈등이 완화되면서 다시 중국인들의 문의가 오는 편이다. 선분양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들의 특성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아직 없지만, 입주 시 물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 재개 효과 6개월 이상 걸릴 것”

 

동부산관광단지의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내 고급 빌리지인 ‘더캐슬 해운대 비치’ 역시 사드 보복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 초반에는 가계약자 중 절반이 외국인이었고,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접수한 투자 의향서만도 100장이 넘었다.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갈 경우 중국인들의 투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투자 의향이 실질적인 분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중국인 유치 실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캐슬 해운대비치 분양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완화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인들이 다시 투자 열기를 갖고 부동산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과거 부산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할 당시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관광을 온 중국인들 가운데 ‘한국 별장’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부산의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 “해운대를 관광하러 온 중국인들이 2~3번 와보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다. 사드 보복 이후에는 관광객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과 관련된 문의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직 한·중 관계가 회복세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지금 현재는 관계 개선 초기라 그런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사드 사태 이전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고객들이 다시 문의를 하긴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해운대가 부동산시장에서 노른자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도 관광객 때문이었다. 매년 관광객은 증가하는 데 비해 숙박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 관련 시설 임대나 전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유리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도 사드 보복 이후 타격을 받았다. 특히 올해 여름 성수기(7~8월)를 거치면서 피해를 본 곳들이 많았다. 해운대해수욕장 근방의 한 레지던스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조금씩 있지만, 예전처럼 단체관광객 숙박 문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레지던스를 이용해 단체 숙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관광객 자체가 줄어들어 레지던스 수익도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 시사저널 조유빈

 

“국내 투자자들이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해운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유커의 귀환으로 인한 부동산 수익을 기대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구에서 부동산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회복에 대해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다”며 “‘8·2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된 데다,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한국인들이 관광 수익을 보고 레지던스를 매입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해운대에 거주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부동산) 수요가 조금 있을 뿐, 중국 쪽에서 문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운대의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원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운대에 놀러 왔다가 근처에 있거나 공사 중인 건물들을 보고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드 보복 이후 관광객 자체가 없어지면서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관광객이 조금씩 들어온다고 해서 관광이 부동산 투자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역외부동산 투자 규제가 강화된 상황이다. 유커들이 귀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더라도, 관광이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역외부동산 투자를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는데, 실제 이와 맞물려 중국의 3분기 역외부동산 투자 규모(약 2조7839억원)는 전년 동기보다 51%가량 감소해 반 토막이 났다. 엘시티가 건설되고 있는 해운대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중국인들의 관광이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투자가 규제된 상황에서 엘시티와 같은 고급 부동산을 찾는 중국인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당장 중국인들이 직접적 매입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이 차츰 증가하게 되면 한국인들이 해운대 지역 레지던스 매입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단체관광 금지로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을 우려하던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관광이 재개되는 상황을 보고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중국 관광객 수요를 겨냥해 분양에 나섰다가 사드 사태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제주도 레지던스도 지난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합의 이후 다시 분양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