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택시’ 중 53% 성범죄 저질렀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8 10:39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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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범률 높은 성범죄 비율 압도적… 중범죄 경력 택시기사 거르는 데 제도적 허점 많아

 

연말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많아지면서 택시기사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택시기사가 술 취한 승객을 강제추행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범죄 전력이 있는 택시기사의 절반 이상이 성범죄 전력을 지닌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관계기관에서 매월 전수조사를 벌여 범죄 경력자의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하는 등 대처를 하고 있지만, 제도적 문제점으로 인해 범죄 전력이 있는 택시기사들을 모두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기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추행,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마약 복용 등 중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 2005년 일어난 ‘분당 택시 스튜어디스 살인 사건’을 비롯해 택시기사에 의한 크고 작은 범죄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2012년 8월 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성범죄·마약 등 중범죄 전과자의 택시운전 자격 취득 제한 기간도 2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다.

 

연말 택시 이용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택시기사 범죄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격 취소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이 있는 택시기사 중 절반 이상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시사저널 포토

 

집행유예 기간 만료 시 다시 택시운전 가능

 

이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은 매달 특정범죄 경력자를 조회해 관할 관청에 통보하고 있다. 지난해 공단이 부적격 택시기사를 가려내지 못하는 바람에 전과 40범의 택시기사가 운행을 계속하다 강도 행각을 벌인 사건이 발생한 뒤, 재발을 방지하고 전과 기록을 시스템적으로 검증하겠다며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공단은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과 경찰청 전산연계를 통해 범죄 경력을 조회하고, 자격 취소에 해당하는 범죄 경력이 있을 경우 각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지자체는 택시기사들의 자격관리 기관인 택시조합에 행정처분 결과를 통보하고, 조합은 자격 취소 결과를 다음 달 10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택시기사 특정범죄 경력자 통보 현황’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범죄 경력자 통보 건수는 매달 평균 62건에 이른다. 월별 통보 건수를 살펴보면 1월 64건, 2월 101건, 3월 99건, 4월 84건, 5월 54건, 6월 80건이었다. 하반기 통보 건수는 7월 75건, 8월 60건, 9월 55건, 10월 44건, 11월 32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11월 한 달간 통보된 택시기사 범죄 유형을 조사한 결과, 살인미수·상습절도·성범죄 등 범죄 전과자가 32명 적발됐다. 살인미수 1명, 상습절도 1명, 강간치상·준강간 등이 2명이었고,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 등 범죄를 저지른 택시기사는 12명이었다. 성폭력은 2명,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1명이었고, 마약범 9명,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압력)으로 4명이 적발됐다.

 

교통안전공단은 “취업 중인 운수 종사자를 매월 조회해 통보하고 있으며, 올 6월부터는 신규 취업자와 재취업자의 범죄경력도 매일 조회해 그 다음날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범죄경력 조회를 의뢰하는 과정이 1~4개월까지 소요됐으나, 올해 5월부터는 범죄경력 조회 전용 시스템을 구축해 7시간 만에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게 적발된 범죄 전력 중 성범죄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4월에 통보된 84명의 범죄 전력을 살펴보면, 그중 46명(54.8%)이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지난 4월 발표한 결과(84명)에 비해 전체 통보 건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11월에도 53.2%가 강제추행과 성폭행 등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경우, 제한 없이 택시운전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등을 저지른 경우 택시운전 자격이 취소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규정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만 취소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을 경우에는 자격을 취소시키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12월 술에 취해 잠든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40대 택시기사 김아무개씨는 과거에도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술에 취해 잠든 여성 승객들을 대상으로 준강제추행과 절도 등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질렀다가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택시영업을 하다 적발됐지만, 이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김씨 이름으로 영업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10년 택시기사 안아무개씨(41)에 의해 일어난 청주 부녀자 납치 살해사건 등 택시기사 범죄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돼 왔다. © 사진=연합뉴스

 

권익위 “집행유예 만료자도 자격 취소해야”

 

12월12일에는 여성 승객을 태운 뒤 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한 40대 택시기사 오아무개씨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여성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던 도중 승객의 다리를 훑어보다가, 신호대기로 차량이 멈추자 음란행위를 했다. 재판부는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는데, 현행법대로라면 오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다시 택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성범죄는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매우 높은 범죄다. 택시운전 자격과 관련해 집행유예 관련 법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4년 성범죄 집행유예 선고율은 66.5%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집행유예율도 45.4%에 이르렀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격 취소 대상자 중) 특히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계속 높은 상황”이라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경우, 유예 기간이 지나면 택시운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최소 5~10년 이상 택시운전 자격을 갖지 못하게 제한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동성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후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온 사례가 있다. 지난 8월, 2011년 13세 아동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택시기사가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서울시가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더라도 범죄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택시운전 자격을 취득한 자가 아동성범죄로 형이 선고된 경우, 그 시기에 관계없이 운전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지자체가 유권해석을 통해 자격을 취소하고 있지만, 법률상 근거는 없다. 근거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 규정도 서로 다르다. 두 지자체에 택시면허를 갖고 있던 한 택시기사는 청소년을 강간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한쪽에서는 자격이 취소됐지만, 다른 쪽에서는 자격이 취소되지 않았던 사실이 권익위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2012년 8월 이전 전과자는 걸러낼 수 없어

 

재범률이 높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것과 관련 없이 택시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택시운전 자격 취소 제도의 허점을 틈타 강력범죄 경력자들이 다시 택시운전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권익위는 지난 11월 “택시운전 자격 취소 제도에 집행유예 선고 만료자를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시행령이 발효되기 전인 2012년 8월 이전에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적발되는 건수도 적지 않지만, 이는 2012년 8월 이후 형이 확정된 인원이다. 법 개정 이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8월 이전 형이 확정되고 복역을 마친 강력범죄자들이 제한 기간 이후 택시운전을 하게 되더라도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없다. 교통안전공단 측은 “경찰청에서 2012년 8월 이전 범죄경력 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법 규정에 따라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해 자격을 취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승객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40대 택시기사 양아무개씨는 승객을 두 차례나 강제로 추행하다가 입건됐다. 양씨는 10대 때 여학생을 성폭행했고, 20대에도 성폭행을 해 2년간 옥살이를 했다. 재범 우려가 높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성범죄자의 경우 형 집행이 끝난 날부터 20년 동안 택시운전을 할 수 없도록 2012년 개정됐으나, 2000년에 이미 택시운전 자격증을 취득한 양씨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양씨는 2010년에 또 승객을 강제 추행했지만, 피해자의 고소 취소로 불기소 처분되면서 법망을 피해 갔다.

 

올해 초에는 택시기사 이아무개씨가 택시에서 내린 승객의 사무실까지 따라가 1300여만원이 든 돈가방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수강도강간 등 12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가 강력범죄 전과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택시운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씨의 전과가 2012년 8월 이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범죄 조회를 의뢰하더라도 2012년 8월 이후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자에 대한 자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씨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법 개정 이후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의 신규면허 취득을 금지하는 법은 있지만,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기존 면허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혐의가 있더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택시 운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자격 취소 통보를 하더라도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동안 추가 범행 발생을 막기 위해, 중범죄 혐의를 받을 경우에 한해 일시적으로 자격정지를 하는 등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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