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한반도 국가들, 왜 갑자기 흔들렸을까?
  •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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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지구 위 인류사]

 

지금까지 이 연재를 통해 온난기에는 바다를 주(主)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랭기는 육지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득세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3국 중에 온난기가 특히 큰 기회가 되어주는 편은 한반도에서 서해 바다를 낀 쪽에 살았던 인간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서기 원년 무렵부터 500년까지 지속되었던 ‘로마시대 기후최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온난기 동안, 한반도에서는 사국시대라고 불리는 기간에는 바로 그런 양상이 전개됐다. 

 

일본은 바닷길 왕래라 해도 어차피 태평양 쪽으로 멀리 진출하지는 못하며 주로 한반도나 중국 동남해안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쪽은 이미 백제나 가야가 꽉 잡고 있었을 테니 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연합하거나 그 수하로 들어갔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주류로 알려져 왔던 한족(漢族)이 바다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들의 본거지인 중원은 큰 강인 황하를 끼고 있지만, 하구 쪽 위도가 높은데다가 연안에 한류가 흐르고 항구로 이용할 만한 지형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해상활동의 베이스가 되기에 그리 적합하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황하에서 이어지는 바다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와 깊은 관련 있는 요하지역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었을 터였다.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중국의 주요 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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