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걱정 없는 대학 이색 학과들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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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강의실에서 당구를 친다고?"
대학 이색 · 특수학과 개설 붐…취업 '넓은 문'
사상 유례 없는 취업난으로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2001년 평균 취업률은 56.7%에 불과했다. 2002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전문대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1백58개 대학 8백47개 학과 중 86개 학과 졸업생이 100% 취업했고, 2백5개 학과가 80∼90% 취업했다. 특히 건강식품가공과·관광골프과·인터넷미디어학부·신발공학과·비서경호과 같은 특수 학과의 취업률이 높았다. 이름조차 낯선 이 학과 졸업생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전문화·기능화해 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서울보건대(안양) 장례지도과 학생들이 입학 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꼭 듣는 말이 있다. '갈 데가 없어서 그곳에 가느냐'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 졸업한 이상구씨(33)는 다행히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소규모로 장의업을 하고 있던 터라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이씨는 지금 독특한 전공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구멍가게 같던 장의업을 접고 대학병원 영안실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장례지도과에는 이씨처럼 의지가 꿋꿋한 학생이 많다. 소신이 없고 죽음에 대해 냉철하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수업'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2년 동안 장례사회학·인체해부학·공중보건학·장묘제도·사체위생보존학·집단사망관리 같은 과목을 배운다. 실습은 주로 마네킹을 상대로 진행하며, 학생들은 졸업 뒤 화장장이나 장묘 사업소, 또는 각 시·도의 시설관리공단에 취업한다. 올해 졸업생은 전원 취업했고, 졸업을 앞둔 2학년들도 11월 말 현재 96% 취업했다(문의 031-740-7133).




당구를 불량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성덕대학(경북 영천) 스포츠당구과(당구과) 학생들의 실습 광경은 좀 이상해 보일는지 모른다. 젊은이와 머리에 기름을 바른 40대 아저씨가 동네 당구장에서처럼 당구를 치니까 말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까만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 정도이다.


당구과에서는 그만큼 당구 실력을 중하게 여긴다. 학생의 반 이상이 프로급 실력을 갖고 있고, 겸임 교수 세 사람은 모두 국내 당구 대회에서 1,2위를 다투는 '고수'이다. 이 과는 지난해 처음 신입생을 뽑았다. 경쟁률은 4.52 대 1. 올해에는 30명을 뽑는데, 학과 특성상 수능 점수가 낮아도 당구를 잘 치면 합격할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당구시설관리론·당구에티켓·당구심판법·운동생리학·사회체육경영론 같은 이론과, 스리쿠션·포켓볼·4구·예술구·스누커를 반복 실습한다. 박병규 교수는 "졸업 후 당구 생활체육지도자나 국제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문의 054-330-8791).




발은 우리 몸 전체 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2개의 뼈와, 관절 52개, 인대 2백14개, 근육 38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이 발을 이용해 평생 지구를 네 바퀴 반이나 걷는다. 이런 고된 행군에서 만약 신발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경남정보대(부산)의 신발지식산업계열은 바로 발을 좀더 편안히 보호하는 신발을 연구하는 학과이다. 1998년 개설되었는데, 운동화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과는 이 곳이 유일하다.


2년간 배우는 학문은 고무공업에서부터 컴퓨터그래픽·접착제공업·품질관리·금형실무·인체공학 등 다양하다. 방학 때에는 신발 제조 업체에 실습을 나간다. 입학 정원은 주·야간 합쳐 1백20명. 졸업 뒤 신발 제조업체에서 디자이너나 마케팅 담당으로 일할 수 있으며, 관련 연구소나 신발 금형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2002년 졸업 예정자 61명 모두가 이미 취업했고, 1학년 7∼8 명도 이미 취업한 상태이다(문의 051-320-1428).


"세계에서 유일한 과여서 지원했다"




충청도는 맛깔스러운 김치 재료가 많이 나는 고장이다. 음성의 고추, 단양의 마늘, 광천의 젓갈, 초정리의 광천수 따위가 그것이다. 청주과학대 김치식품과학과는 그같은 좋은 조건을 등에 업고 지난해 개설되었다. 1학년 이수현씨(20)는 "세계에서 유일한 과여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2년 동안 학생들은 미생물학·일반화학·유기화학·식품첨가물학·영양화학 같은 이론을 배우고, 김치 제조 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한다. 2학년 학생들은 졸업을 앞둔 12월4일, 김치 40여 점을 선보이는 졸업전을 열었다. 졸업 전에는 허브 김치와 호박김치, 그리고 고추 안에 속을 넣어 만든 고추 김치, 돼지 창자 안에 김치를 넣은 김치순대 같은 이색 김치가 다수 등장한다. 유광원 교수는 "김치식품과학과를 졸업하면 식품과 김치 관련 기업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식품산업기사와 위생사 자격증을 따는 데도 유리하다"라고 말했다(문의 043-279-4 021).




탱크는 한 대당 40억원을 호가한다. 장갑차나 자주포도 비슷하다. 따라서 소중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그만큼 국고가 새어나가기 마련이다. 창원전문대의 특수장비과는 바로 이같은 군의 특수 장비를 정비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이다. 올해 처음 40명을 뽑았다.


특수장비과는 독특하게도 군이 주문한 대로 수업을 받는다. 학교측과 군 담당자가 머리를 맞대고 교육 프로그램을 짜면, 거기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론과 실습은 5 대 5로 진행되는데 기계공학·재료공학·물리학·전자공학 등 이론을 배우고, 모두 육군종합정비창에서 정비 실습을 한다. 배태열 교수는 "특수장비 정비 인력은 2천 명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사람을 키워내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라며 특수장비과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문의 055-279- 5294).


인도사상사·심리학 이해·호흡과 명상의 기초·하타요가 경전·성격심리학·요가철학·일반 해부생리학 등을 배우는 학과는 심리학과일까, 철학과일까. 둘 다 답이 아니다. 이 과목들은 바로 춘해대학(경북 울주)의 요가응용과에서 2년간 배우는 과목들이다.




요가는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점점 더 효용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요가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장애인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요가응용과 관계자는 "요가응용과를 졸업하면 요가지도자 자격증과 운동처방사·명상지도사·생활체육지도사 면허를 따는 데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있으면 스포츠센터·문화센터·사회복지기관·재활시설에서 일할 수 있다. 2001년에 25명을 뽑았다(문의 052-270-0270).


생쥐나 돼지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신약이나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실험용 쥐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어떻게 실험에 이용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실험 동물의 목숨은 하찮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학생들은 실험 동물을 귀하게 여긴다. 의학·생명공학·수의학·생체학 연구에 이용되는 실험 동물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유전적·미생물학적으로 감염되지 않게 관리·연구하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되었다.


특수동물학과에서는 실험 동물뿐만 아니라, 애완 동물과 동물원의 동물까지 실용적인 산업 가치로 창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공주대 특수동물과는 4년 과정이며, 공주문화대와 통합하면서 그 대학의 애완동물과를 개명하고 교과 내용도 바꾸었다. 이 과를 졸업하면 실험동물기술사·애완동물관리사 자격증 등을 딸 수 있고, 의학·약학·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문의 041-850-6251).


중국 작가 웨난이 쓴 〈마왕퇴의 귀부인〉 〈구룡배의 전설〉 〈부활하는 군단〉을 보면 지식 없이 유물 발굴에 덤벼들면 얼마나 무참히 옛 유물을 파괴하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유물 발굴이 얼마나 신비롭고 놀랍고 환희에 찬 일인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용인대·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는 바로 그런 희열을 맛보려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배우는 학문은 보존과학과 보존 복구 기술, 그리고 고고학 이론·발굴·조각사·건축사·물리·화학·지리학 등이다. 학생들은 이런 과목에서 유물을 다치지 않는 법과 특수한 재질이나 손상된 유물을 다루는 법, 유물을 기록하는 법 등을 배운다.


4년간 유적 답사와 발굴 수업까지 착실히 마친 학생들은 문화재연구소나 박물관, 대학의 고고학 연구소 등에서 일할 수 있다. 경주대·전통문화학교(부여)·한서대·대전보건대에도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문의 용인대 031-330-2880, 공주대 041-850-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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