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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

아시안게임 열 배로 즐기는 법

오윤현 기자 ㅣ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10.08(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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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재미나 흥미가 떨어진다. 그러나 9월29일∼10월14일 열리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은 조금 다르다. 지난 4년 동안 국제 무대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던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탁구·역도·사격·펜싱·농구 같은 종목에 총출동해 금메달 4백19개 사냥에 나선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규모(44개국 9천9백여 선수 참여)로 열린다. 따라서 부산 아시안게임은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월드컵에 버금가는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한국인의 눈길을 끌 만한 경기를 소개한다.





ⓒ AP연합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우승한 ‘주부 검객’ 현 희 선수(왼쪽)는 또다시 중국의 셴웨이웨이 선수를 이겨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 종목에서 무명의 김영호 선수(31)가 금메달을 따내 세계 펜싱계를 경악시켰다. 그 뒤 한국 펜싱은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00년의 ‘반란’은 우연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 8월14일, 또다시 세계 펜싱계를 놀라게 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128위 ‘주부 검객’ 현 희 선수(26)가 세계의 1,2위 선수들을 무찌르고 세계펜싱선수권대회(리스본)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현 희 선수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물론 장벽은 있다. 현 희는 세계 50위 셴웨이웨이 선수(중국)와 다시 칼을 겨누어야 한다. 리스본에서 현 희는 셴을 15 대 14로 간신히 따돌렸다. 셴은 현선수보다 국제 경험이 많아 여전히 경계 대상 1호이다. 계획대로라면 현 희는 10월1일 금메달을 목에 건다.



김인섭(29)·정섭(26) 형제는 둘 다 귀가 으깨져 있다. 그만큼 오랫동안 매트 위를 굴렀다. 형제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형)과 84kg급(동생)에 각각 출전한다. 형은 1995년에 국가 대표가 되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1998년·199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늑골 부상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생은 1998년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지만 형에 비해 성적은 신통치 않다.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동생이 더 금메달에 가까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형은 동생에게 질 생각이 없다. 같은 날 두 사람이 금메달을 딴다면, 형제에게 일생일대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



북한 유도 선수 계순희(25)는 52kg급의 세계 1인자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48kg급에 출전해 일본의 ‘유도 신화’ 다무라 료코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인민 영웅’이 된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세계 최강자’의 위치를 되찾았다. 그녀의 적수로는 한국의 이은희 선수(23)와 일본의 요고사와 유키 선수가 꼽힌다. 과연 이은희가 계순희를 꺾는 이변을 연출할지, 계순희가 예상대로 북한 국가를 울려 퍼지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탁구에서는 ‘마녀’ 왕난 선수(중국) 의 경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복식·단체·혼합복식에서 승리해 전관왕을 차지했다. 한국팀은 왕난의 발목을 잡고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당시 남북한은 단일 팀을 꾸려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왕난이 친 볼을 되받아칠 선수로는 한국의 류지혜와 북한의 김현미가 꼽힌다.



남자 탁구는 중국 대 한국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에는 세계 1,2위 왕리칭과 마린 선수가 버티고 있다. 한국의 에이스 김택수 선수(32)가 그들에 맞선다. 김택수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중국의 류궈량 선수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대회 2연패와 함께, 찰떡 콤비 오상은 선수와 조를 이룬 남자 복식에서도 우승을 꿈꾸고 있다.






ⓒ AP연합
북한의 계순희 선수(왼쪽)에 대적할 만한 선수로는 한국의 이은희가 꼽힌다. ‘미녀 총잡이’ 서선화(오른쪽)는 강초현을 물리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공기 소총 서선화 선수(20)의 목표는 아시안게임이 아니다. 그는 2004년 올림픽이 열리는 아테네를 겨누고 있다. 지난 1월 그는 시드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세계 신기록인 400점 만점으로 우승했고, 이어 열린 상하이 월드컵에서도 397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는 평균 397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난적 강초현과 최대영 선수를 순위권 밖으로 밀어내며 ‘2인자’의 한을 풀었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미녀 총잡이들의 대결도 눈길을 끌 만한 요소이다. 서선화 선수의 경기를 강초현 선수(텔레비전 해설위원)가 해설할 예정이다.



마라톤 선수 이봉주(32)는 고독한 1인자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는 고독한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 이번에 금메달을 목에 걸면 개인적으로는 2연패이고, 한국으로서는 대회 4연패이다. 그는 다른 데도 욕심이 있다. 기록 단축. 비교적 코스가 좋아 자신이 2000년에 기록한 한국 신기록(2시간 7분20초)을 깨볼 생각이다. 경쟁자는 일본의 다케이 류지(2시간 8분 35초)와 2시간 10분대 기록을 지닌 일본·중국 선수 서너 명. 10월14일 폐막일 날 월계관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이변은 있다



제14회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9월초, 독일)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 여자 배구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노렸다. 세계 3위 중국에 지더라도 실력이 비등한 일본은 이기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돌아온 뒤 우승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비록 주전 선수들이 빠졌지만 한국팀은 독일에서 중국팀을 1시간8분 만에 3-0으로 완파했다. 더구나 세계 강호 쿠바·브라질까지 꺾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넘은 한국 선수들은 요즘 사기가 충천해 있다.



중국 난징에서 열린 세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른 한국의 여자 농구도 이변을 예감케 하고 있다. 아시아 최강은 역시 중국.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비록 6위를 차지했지만 190cm 이상 되는 장신 선수가 6명이나 포진해 있다. 기량도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자신감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주역인 전주원·정선민, 3점 슈터 김영옥·변연옥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예상 밖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문규 감독은 “센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남자 농구의 금메달은 한국과 중국의 승자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장훈 선수(22·205cm)와 김주성 선수(23·205cm)가 버티고 있다. 난적은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29cm)과 멍크 배티어(210cm) 선수. 특히 야오밍은 올해 미국 프로 농구에서 드래프트 1순위로 휴스턴 로키즈에 입단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은 서장훈이 빠지고도, 야오밍과 미국 프로 농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왕즈즈 선수(214cm)가 뛴 중국팀을 100 대 97로 이긴 적이 있다. 세계 최장신 리명훈 선수(235cm)가 버티고 있는 북한팀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이상하게 아시안게임에서 약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결승전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박항서호’가 무언가 일을 내지 않겠느냐는 것이 많은 축구 팬의 관측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선수(이운재·이영표·이천수·최태욱)들이 버티고 있고, 또 기량이 한 단계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중국·일본이 한국의 금메달 사냥을 가로막을 맞수들이다. 결승전이 열리는 10월13일 저녁 7시, 과연 한국팀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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