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기부하고 팔고 재활용하라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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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청년’ 대니 서의 환경 친화적 삶 제1 법칙
미국의 환경운동가 대니 서(26)는 서울에 올 때마다 중요한 메시지를 남기고 간다. 2년 전에도 그는 한 기업의 광고 촬영차 서울에 와서 동물 학대 실상을 고발했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2월25일, 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장 기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얼마 전 출간된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디자인하우스)을 홍보하고, 그 안에서 자기가 주장한 ‘의식 있는 스타일’(conscious style)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만나 의식 있는 스타일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한국인들에게 의식 있는 스타일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다.


생소하기는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쉽게 얘기하면 음식·옷·가구·먹거리 등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사회 구조를 바꾸는 환경운동에서 생활 구조를 바꾸는 환경운동으로 전환한 듯한데 이유가 있는가?


누구나 주변 환경이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빠서 그것을 되돌리는 일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은 어려운 게 아니다. 자기 주변에서부터 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실천하면 사람들이 따라와 주리라 믿고 시작했다.


성과가 있었나?


우선 부모님이 사는 집을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전면 개조했다. 그 과정을 책으로 펴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 책과 언론에 실린 내 이야기를 보고 많은 미국인이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기 스타들에게는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인기 스타들이라니?


영화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몇몇 가수와 그룹을 말한다. 그들이 사는 집을 환경 친화적으로 개조해 주고, 그들에게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해서 만들지 않은 보석을 골라 주고, 유기농 와인을 추천해 주고, 재활용한 옷감으로 옷을 디자인해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걸어다니는 환경 대사’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한 인기 그룹은 새 앨범에 온통 동물 학대와 관련한 노래를 담았고, 롤링스톤은 지구 온난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무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한국에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 흔치 않아 의식 있는 스타일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과 아이디어가 도처에 널려 있다. 동물 가죽이나 털이 들어간 옷을 안 입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책을 보면 못질·페인트칠·망치질·바느질 등을 아주 잘하는 것 같다.


아니다. 온통 실수투성이였다. 그 잘못을 바로 잡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의식 있는 스타일과 관련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의식주를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텔레비전 쇼로 보여주고, 몇몇 스타들의 의상을 환경 친화적으로 디자인할 예정이다. 또 일반인이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기농 살림살이를 상품화할 계획이다(현재 그는 ‘대니서미디어벤처’ 대표이다). 물론 그 상품은 한국에도 선보인다.






대니 서는 자기 책 내용을 인용해 한국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의식 있는 스타일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자기를 따라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처음 권하는 내용은 마치 몇 해 전 한국에서 유행했던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고) 운동을 연상시킨다. △버리기:집안에 있는 빈 깡통, 깨진 접시,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내던져 버린다 △재활용하기:각종 플라스틱과 금속, 종이 제품, 신문, 오래된 페인트 등을 재활용한다 △남에게 주기:오래된 운동화나 구식 휴대전화를 필요한 곳에 넘겨준다 △팔기:보지 않는 책자나 쓰지 않는 악기·옷·장난감·가구 등을 팔거나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주방을 환경 친화적으로 꾸미는 것도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 있는 스타일이다. 그는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혔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유기농 농산물을 즐기는데 특히 과일을 선호한다. 그에 따르면, 유기농 사과는 아삭하고 새콤하며, 토마토는 탄탄하면서 맛이 좋다.


환경 친화적인 주방이란 열대 우림에서 마구 베어낸 나무나, 몸에 좋지 않은 소재를 피하는 것이다. 근사한 갈색 라미네이트 찬장은 보기에는 좋지만, 그것을 만드는 데 사용한 소재와 접착제는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범은 화학 물질 포름알데히드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이 물질은 인체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착색제·페인트·바니시(니스)와 갖가지 천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목재 제품을 살 때는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되지 않았나 꼼꼼히 살펴본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의식 있는 스타일이다. 그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자 제품은 냉장고나 전기 난로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말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자료가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 모니터·팩시밀리·프린터 같은 사무기기에 쓰이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7%나 된다(그 가운데 25%를 밤과 주말에 쓸데없이 켜놓는 기기들이 낭비한다). 따라서 사무용 기기를 구입할 때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고,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전원을 끊는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컴퓨터·모니터·프린터·팩시밀리·복사기를 사용하면 한 가구당 매년 1백85 달러나 드는 에너지 비용을 약 절반(97 달러)으로 줄일 수 있다.


“목재 가구보다 금속 가구가 좋다”


나무를 베어 만든 목재보다 금속을 활용한 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의식 있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목재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소재로, 금속은 차갑고 생명력이 없는 소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대니 서가 보기에는 금속 제품이 훨씬 더 실용적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방에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내구성이 강하고 무게가 가볍다. 더 큰 이유는 금속 가구는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식 있는 스타일을 전파하고 3월2일 뉴욕으로 돌아갔다. 며칠 동안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지인은 그가 때묻지 않은 청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영리한 비즈니스맨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가 영리 회사를 세우고, 환경을 상품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스물두 살 때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인물’로 떠올랐던 그가 어떤 길을 갈지는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에게서는 아직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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