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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저널리즘, 새로운 강자가 떴다

스포츠 신문 제치고 떠오르는 ‘대안 매체’들

고재열 기자 ㅣ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8.31(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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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기사를 독점했던 스포츠 신문들이 연예 콘텐츠 전문 인터넷 매체의 도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사들이 힘겹게 ‘여름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전통적으로 광고 비수기인 여름철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언론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얼마 전 스포츠 신문 <굿데이>는 3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고, 극심한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일보도 계속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도 턱없이 줄어든 광고 때문에 지면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불황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연예부 기자들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무가지에 밀리고 온라인에서는 포털 사이트에 밀려 스포츠 신문은 퇴조하고 있지만,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연예 기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예 기자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스포츠 신문을 떠나 새로운 연예 뉴스의 엘도라도를 찾아 제2의 기자 인생을 살고 있다.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들의 엑소더스를 초래한 또 하나의 변수는 새로운 포털 사이트 ‘파란닷컴’의 등장이다. 초기 승부수를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연예 기사에 둔 파란닷컴은 월 1억원씩 사용료를 주고 기존 5개 스포츠 신문의 기사 콘텐츠를 독점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다른 포털 사이트에 헐값으로 기사를 넘겨야 했던 스포츠 신문들은 파란닷컴의 이런 파격적인 제의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5개 스포츠 신문 콘텐츠를 독점한 것은 파란닷컴과 스포츠 신문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되었다. 스포츠 신문의 연예 콘텐츠가 빠져나가자 위기 의식을 느낀 포털 사이트들이 서둘러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중 연예 경제지를 표방하며 연예 콘텐츠를 강화했던 <헤럴드 경제>와 새로 창간한 무가 스포츠 신문 <스포츠 한국> 등이 스포츠 신문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파란닷컴은 독점에 의한 상승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고, 스포츠 신문 또한 판단 착오로 인해 경쟁자들의 몸집만 키워주고 말았다. 미디어다음의 김태호 팀장은 “스포츠 신문 이탈이 우려했던 정도의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이용자들이 연예 뉴스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파란닷컴으로 옮겨 가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신문의 기사들이 선정적으로 흐른다며 외면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포츠 신문이 빠져나가면서 무주공산이 된 연예 콘텐츠 시장에 다른 언론사들이 맹렬하게 뛰어들면서 스포츠 신문의 빈틈은 빠르게 메워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스포츠 신문 출신 기자 4명을 충원해 대중문화팀을 강화하고 연예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CBS <노컷 뉴스>는 기자 6명을 충원해 방송연예팀을 신설했다. 온라인 기반 경제지 <머니 투데이>는 10명이 넘는 연예 기자를 뽑았다. IT뉴스 사이트 ‘아이뉴스 24’에서도 연예 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도 연예 콘텐츠 시장 각축전에 속속 참전하고 있다. ‘고 뉴스’와 ‘와우이티 닷컴’은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스포츠 신문보다 더 빨리 연예 소식을 전하면서 주목되고 있다. ‘컬티즌 팝뉴스’와 ‘도깨비 뉴스’는 외신 연예 기사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써 스포츠 신문과 차별화하고 있다. 정치 논객 사이트인 ‘브레이크 뉴스’까지 논쟁적인 연예 칼럼을 제공하며 연예 콘텐츠 전쟁에 뛰어들었다.

연예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매체들은 자사 사이트의 방문자 수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뉴스가 경쟁력만 있으면 ‘웹브라이트’나 ‘이타임즈’ 같은 뉴스 중개업자들이 판매를 대행해준다. 뉴스도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해진 것이다. ‘고 뉴스’의 권연태 취재부장은 “온라인 연예 콘텐츠 시장에는 틈새 시장이 많다. 불과 몇 시간 더 빨리 연예 소식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으로도 부가 가치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도깨비 뉴스’는 네티즌의 역량을 이용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오마이뉴스’로 떠올랐다. ‘도깨비 뉴스’의 경쟁력은 전세계 사이트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네티즌들의 제보이다. 네티즌의 제보는 외신 기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특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깨비 뉴스’는 홍콩 무협 영화 스타 왕조현이 극심한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미국 시카고 중산층에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는 사실, 드라마 <황제의 딸>과 영화 <소림축구>에 출연한 중국의 유명 스타 조미가 사람을 시켜 임신부를 때렸다는 사실을 네티즌의 제보로 특종 보도했다.
‘도깨비 뉴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네티즌들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긍정적인 기능도 하고 있다. 최근에도 ‘도깨비 뉴스’는 SBS <야심만만>이 이전에 촬영한 것을 편집해 방송하면서 드라마 <파리의 연인> 출연자들이 함께 출연한 것처럼 선전한 것을 고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주류 연예계와 다른 네티즌 중심의 패러다임을 따르는 ‘도깨비 뉴스’는 ‘디시인사이드’가 일본 가수 초난강을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듯이 필리핀 교포 2세 연예인 산드라 박을 집중 부각해 인터넷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본래 정치 논객 사이트인 ‘브레이크 뉴스’는 연예 칼럼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 제공함으로써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브레이크 뉴스’의 비즈니스 모형은 연예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기존 정치 논객들이 엔터테인먼트 논객으로 전업해 이 논쟁을 이끌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연예 논객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공되면서 ‘브레이크 뉴스’는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브레이크 뉴스’는 ‘성현아는 노래 좀 부르면 안 되나’ ‘이승연 때려잡는 재미, 그렇게 좋아’ ‘전지현은 토사구팽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등의 칼럼을 통해 논쟁을 일으켰다. 베이비복스 기획사와 DJ DOC 이하늘이 논쟁을 벌일 때 기존 스포츠 신문이 앵무새처럼 양측의 주장을 중계 방송하는 동안 ‘브레이크 뉴스’는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을 적극적으로 따졌다.

‘브레이크 뉴스’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연예 소식의 틈새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스포츠 신문이 주로 다루는 유명 가수와 탤런트 대신 ‘브레이크 뉴스’는 남희석 김병만 강유미 등 개그맨(개그우먼)과 강수정 황수경 이지연 성세정 등 아나운서를 심층 인터뷰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연예 콘텐츠 제공 업체 중에서 CBS는 가장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준다. ‘노 이니셜, 노 버블, 노 딜레이, 노 엠바고, 노 선정성’을 내세우고 있는 CBS <노컷 뉴스>의 연예 기사는 확인 보도를 통해 기존 스포츠 신문을 반박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컷 뉴스>의 주된 양식은 ‘스포츠 신문에 ~라고 보도되었으나 CBS의 확인 결과 사실 무근으로 판명되었다’라는 것이다.

그동안 <노컷 뉴스>는 ‘개그맨 서세원이 평양에서 <도마 안중근> 시사회를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탤런트 성유리가 타히티 공항에서 여권을 빼앗겼다’ 등의 스포츠 신문 기사를 직접 확인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맨 위)와 CBS(위)가 연예 기사를 강화해 스포츠 신문을 위협하고 있다.  
 
“욕하면서 보는 뉴스 만들고 싶지 않다”


사회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노컷 뉴스>의 강점이다. <노컷 뉴스>팀은 사회부 경찰 출입 기자의 도움으로 조성민의 최진실 폭행사건과 동사무소 아르바이트생의 하지원 주민등록 무단 이전 사실을 다른 언론사보다 빨리 보도할 수 있었다. CBS 민경중 인터넷뉴스부장은 “스포츠 신문 연예 기사 중에는 최소한의 기사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CBS 식으로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연예 콘텐츠 시장에서 스포츠 신문의 대안으로 떠오른 언론사들은 대부분 정도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스포츠 신문 출신인 <노컷 뉴스> 김대오 연예팀장은 “기존 스포츠 신문에는 악순환의 사슬이 있었다. 잘 팔리지 않아 선정성이 강화되었고, 선정성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져 판매율이 더욱 떨어졌다. 판매율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욱 선정적이 되었다. 그런 악순환의 사슬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머니 투데이> 김관명 연예팀장은 “욕하면서 보는 기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높아진 독자의 눈에 걸맞는 기사를 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곳은 결국 포털 사이트다. 가판 판매율에 일희일비했던 스포츠 신문처럼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포털 사이트 역시 네티즌 클릭 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네티즌들의 클릭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포털 사이트 역시 선정적인 기사에 눈을 돌리기 쉽다. 포털 사이트들이 과연 이런 유혹을 극복하고 대안적인 연예 콘텐츠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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