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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연구원 '해저 망간단괴 발견' 뒷애기

한국해양연구원,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망간 단괴 발견… 상용화 앞당기려면 채광 기술 확보해야

오윤현 기자 ㅣ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9.21(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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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베른(1828~1905)은 미지의 세계에 미친 작가였다. <지구 속 여행> <해저 2만리> <달나라 탐험>을 통해 그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구 내부와 달과 해저의 풍경 등을 생생히 묘사했다. 특히 심해(深海)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했다. <해저 2만리>에서 그는 화자 아로낙스 박사의 눈을 빌려 장엄한 심해를 다음과 같이 그렸다.

‘…14000m 깊이에 이르렀을 때 검은 봉우리 몇 개가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봉우리들 사이의 협곡은 여전히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매끄럽게 빛나는 바위들, 이끼도 끼지 않고 상처 자국도 없이 기묘하게 쪼개진 모양, 카펫처럼 깔린 모래밭에서 단단히 닻을 내리고 전등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위들….’

사람들은 베른의 글을 읽으며 심해의 실제 모습을 추측했다. 그리고 그의 묘사가 어느 정도 사실일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확인할 길이 없었다. 심해는 그만큼 멀고, 깊고, 어두운 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박정기 박사(한국해양연구원 심해저자원연구센터)에게도 그랬다. 15년 전만 해도 심해는 그에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비록 바다 위에서 들여다보는 것이지만, 서른 번 이상 다녀올 정도로 익숙한 곳이 되었다.

그를 바꾸어놓은 것은 해저 탐사선과 심해에 묻혀 있는 광물이었다. 1990년 처음 해저 탐사선을 탄 이래, 그는 서른 번 넘게 탐사선에 올랐다. 출항 때마다 평균 37일씩 바다에 머물렀으니, 천일 이상을 망망대해에서 아침을 맞은 셈이다. 그가 본 태평양은 모든 바다 중에서 가장 고요했고, 또 강우량이 풍부했다. 해저 탐사선에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엄청난 양의 망간 단괴(덩어리)가 묻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지난 9월15일, 해양수산부는 6월부터 9월까지 서태평양의 심해저 지역을 탐사한 결과 연간 3백만t씩 100년 이상을 쓸 수 있는 망간 단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 발표에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망간 단괴 발견이 지난 석 달 동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박정기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 100여 명이 10년 동안 공을 들여온 결과였다.

망간·니켈·구리·코발트는 항공우주산업과 전기·전자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금속이다. 그러나 이들 금속의 국내 자급률은 1983년 16.4%에서 2000년 0.05%로 뚝 떨어졌다. 2002년에 이들 네 가지 금속을 수입하는 데 든 돈은 모두 50억 달러 정도. 문제는 자급률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 0.04%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본다(표 참조).

한국이 해저 광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0년에 4대 금속 수입액이 연간 1백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쓸 곳이 점점 늘어나자 독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망망대해에서 필요한 광물을 찾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다. 오랜 노력과 정밀한 기술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의욕이 넘치는 젊은 연구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1983년 미국 하와이 대학 연구선을 빌려 처음 심해저 탐사에 나섰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한국의 해저 탐사는 이후 긴 잠에 빠져들었다. 1992년 해저 탐사에 다시 ‘새벽’이 찾아왔다. 정부가 ‘심해저 광물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양연구선 온누리호(1400t급)를 노르웨이에서 건조해 띄운 것이다(91쪽 상자 기사 참조).

온누리호는 시속 15노트(28km)로 이동하는 배였지만, 연구원들에게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나 다름없었다. 계획만 서면 먼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까마득한 바다 밑까지 살필 수 있었다. 온누리호에 장착된 다중 빔 음향 측심기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기기였다. 다른 탐사선이 1시간에 5000m 해저를 5㎢ 안팎만 살필 수 있는 데 비해, 온누리호는 7.5㎢를 읽을 수 있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수시로 온누리호를 띄워 심해저 탐사에 나섰다. 연구원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국제해저기구였다. 1994년 이 기구는 온누리호가 만들어낸 광역 지형자료를 심사한 뒤, 망간 단괴가 잔뜩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서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펀트(C-C) 해역 15만㎢를 한국에 할당했다(C-C 해역은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2500km 떨어져 있음. 88쪽 지도 참조).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잡은 행운이었다.

연구원들은 그 지역을 손금 보듯 살펴나갔다. 그리고 1997년과 2000년 금속 매장량이 비교적 적은 7만5천㎢ 지역의 개발을 포기하고 나머지 광구 7만5천㎢에 도전했다. 7만5천㎢는 남한 면적에서 전라도를 뺀 크기. 현재 그 지역 5천m 해저에는 망간 단괴가 약 5억1천만t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1㎡당 평균 5.6kg). 2010년 예상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천5백억 달러(2백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망간 단괴는 검게 탄 감자 모양의 산화물인데, 주로 수심 4천~6천m에 분포한다. 망간 단괴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이유는 그 안에 4대 금속 외에 30여 종의 금속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망간 단괴를 제대로 제련하면 망간(25~43%) 니켈(1.2%) 구리(1.02) 코발트(0.22%)를 얻을 수 있다. 이제껏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망간 단괴는 북동태평양 C-C 해역에 가장 많이 묻혀 있다. 한국 인근 해역에도 있는데 크기가 작고 금속 함량이 적어 경제성이 낮다. 놀라운 것은 망간 단괴의 생성 과정이다. 해수에 섞여 있는 금속 성분이 100만 년에 2~6mm 정도 퇴적해서 생성된다.
한국해양연구원이 공들여 찾고 있는 것은 망간 단괴뿐만이 아니다. 망간각과 해저열수광상도 탐사 대상이다. 망간각은 수심 800~2500m 해저산 비탈에 2~10cm 두께로 분포하는데, 이 광물 역시 해수에 섞여 있는 금속 이온이 100만 년에 2~6mm씩 성장해서 생긴다. 망간각에는 코발트(1.2%) 니켈(0.9%) 구리(0.4%)가 함유되어 있다.

해저열수광상은 해령이나 해구같이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해저에서 생성되는 광물이다. 해저열수광상은 발견하면 가장 먼저 개발이 가능하다. 비교적 얕은 해저(1천2백~2천5백m)에 있는 데다, 단위 면적당 금속 함유량이 망간 단괴나 망간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구리와 아연, 금을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광물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채광과 제련이 남아 있다. 채광은 2010년께 망간 단괴 매장량이 비교적 많은(㎡당 10kg 이상) 2만㎢ 해역에서 우선 실시될 예정이다. 채광은 집광과 양광 단계로 나뉘는데, 집광은 망간 단괴를 긁어모으는 작업을 뜻하고, 양광은 망간 단괴를 해저에서 배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나 손톱 위에 소형 승용차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수압이 있는 5천m 심해에서 망간 단괴를 캐서 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5천m 심해저에서 단번에 광석 수백kg을 끌어올리는 기계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거의 모든 연구가 채광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나라는 수심 30m에서 집광·양광 실험에 성공했다. 반면 중국은 수심 250m 호수에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C 해역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프랑스·일본·중국 등 모두 15개국. 그 가운데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역시 미국 등 선진국이다. 일본·중국도 상당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100%로 쳤을 때, 일본은 집광 시스템에서 90%, 양광 시스템에서 85% 정도의 기술을 갖추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각 6년 동안 기술 격차를 줄인 뒤 2010년 상업 생산을 할 예정이다.

도움말 주신 분 : 박정기 박사(한국해양연구원 심해저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손승규 박사(한국해양연구원 해저 환경·자원 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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