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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안 주면 떠나겠소”

프로 야구 연봉 협상 백태/몸값 올리려고 위협·잠적도 불사

허진우 (<굿데이> 기자) ㅣ 승인 2004.11.30(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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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 선수 출신 최초로 경영자 자리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 사장이 11월10일 선수들과 상견례한 자리에서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월급도 연봉도 많이 올려주겠다”라고 밝혔다. 그 뒤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현대 심정수와 박진만을 각각 60억원과 39억원을 들여 영입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지만, 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1982년 프로 야구가 처음 출범했을 때 최고 연봉은 OB(현 두산) 박철순의 몫이었다. 미국 마이너 리그에서 건너온 박선수가 받은 연봉은 2천4백만원. 당시 대기업 사원의 평균 연봉은 천만원 내외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야 연봉 1억원 시대가 열렸다. 억대 연봉은 현재 삼성 감독에 오른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처음 기록했다. 선동렬은 해태 시절이던 1991년 1억5백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 사업가가 ‘짠돌이’ 해태 구단에 기부금 형태로 돈을 보태주어 억대 연봉이 가능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나 프로 야구 선수들의 고액 연봉 시대가 열렸다. 고액 연봉 시대는 2000년 현대 정민태가 열었다. 정민태는 3억1천만원을 받아 1억원대 연봉 시대를 단박에 3억원대로 끌어올렸다.

매년 프로 야구 선수들은 연봉 계약을 위해 구단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다. 선수는 선수대로 최대한 많이 받기를, 구단은 구단대로 최소한의 지출을 원하기에 당연한 일이다. 1980년대 한 구단은 선수를 룸살롱에 데려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만든 뒤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한 구단은 조폭을 동원해 연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시즌을 마친 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선수 중에는 ‘구단에 일임하겠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임이 뻔하다. 대부분 자신의 한 시즌 성적과 팀 공헌도 등 눈에 보이는 기록을 중심으로 연봉 계약에 나서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대 수혜자가 되려는 열망을 감추지 않는다.

라이벌 의식을 빌미로 호소하는 방법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몇년 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어깨를 겨루던 LG 진필중(당시 두산), 삼성 임창용, 오릭스 구대성(당시 한화)이 신경전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각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내세우는 선수의 연봉은 선수의 자존심과 구단의 자존심이 상승 효과를 일으켜 치솟는다. 현재 일본 지바 롯데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과 현대 정민태, 기아 이종범은 최고 대우를 약속한 구단에 백지 계약서를 일임한 뒤 몇 시간 간격으로 최고 연봉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스타일도 가지가지이다. 기아 마해영은 롯데 시절 수위타자 자리에 오른 뒤 “연봉 2억원 이상 주지 않으면 무조건 팀을 떠나겠다”라고 선포하기도 했었다. 이런 선수들은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잠적까지 불사한다. 주로 숨는 곳은 낚시터와 일본의 온천 그리고 카지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구단이 연봉 협상 기준과 입장을 투명하게 해 그런 일이 드물어졌다.
코치직 제의는 구단의 단골 메뉴

롯데 염종석은 차분하고 수더분한 성격이어서 구단 관계자들이 좋아한다. 순둥이 스타일로, 매년 연봉 협상도 큰 소란 없이 마치곤 한다. 기아 조계현 코치는 선수 시절 삼성에게 버림받은 뒤 은사인 두산 김인식 감독을 찾아 1억8백만원이던 연봉의 절반인 5천4백만원만 받고 다시 선수로 뛰었다.

최근 각 구단은 기록과 팀 공헌도, 품성, 장래성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봉 협상에 나선다. 선수들 또한 자신의 기록을 세세히 챙기며 구단과 맞선다. 프로 야구 출범 초기에 구단이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협상했던 것과 비교할 때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구단은 정공법 외에도 정에 호소하는 등 우회 전술도 펼친다. 코치로 기용하겠다는 것은 구단이 연봉 협상에서 선수를 달랠 때 종종 써먹는 메뉴다.

또한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등장한 이후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각 구단의 행보는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소속 구단의 협상 시한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수들이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는 것은, 필요한 선수에 대한 일거수일투족뿐 아니라 요구 조건에 대한 분석이 끝난 상태에서 접촉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 대한 비판에 프로 야구 선수들은 ‘20여 년간 야구에 바친 땀의 대가이며, 선수 생명이 짧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지나친 고액 연봉이 갈수록 쇠락해 가는 프로 야구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관중에 대한 팬 서비스 차원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홍보를 위한 이해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내하면서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이름 첫머리에 기업 이름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내 프로 야구의 최고 재벌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는 심정수와 계약금·연봉·인센티브를 포함해 4년간 최대 60억원에 계약했다. 연간 최대 수입이 15억원인 셈이다. 미국 프로 야구 최고 연봉자인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봉 2백66억원과 비교하면 5.6%에 불과하다. 일본 프로 야구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로베르토 페타지니인데, 7억2천만 엔(약 74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50%에 육박하는 세금과 살인적인 물가 등을 감안하면 한국 연봉은 그리 적은 돈이 아니다.

삼성, 올해 관중 수입 8억5천만원

올해 양키스 홈구장을 찾은 관중은 3백77만명. 올 한해 국내 프로 야구 유료 관중은 2백70만명. 양키스 한 구단이 거두어들인 관중 수입만 대략 1억1천만 달러(약 1천1백62억원)인 데 반해 올해 국내 프로 야구 전체 관중 수입은 약 87억원이다. 일본의 요미우리는 올 시즌 총 3백70만명이 구장을 찾아 약 6백억원을 벌어들였다. 삼성이 올해 벌어들인 관중 수입은 대략 8억5천만원(19만6천명)이다.

최고 연봉자에 이름을 올린 심정수는 공공연히 메이저 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지난해 이승엽과 함께 플로리다 말린스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당시 힘과 성실성을 타고난 심정수가 이승엽보다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심정수는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한 삼성과 계약하며 국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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