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게 섰거라
  • 스트라스부르·류재화 통신원 ()
  • 승인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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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철도, 항공산업에 도전장…대기 오염 줄일 ‘대안’으로 각광
‘이데 테제베(idTGV)는 프랑스국영철도(SNCF)가 내놓은 야심적인 가격 파괴 상품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마르세유를 거쳐 툴롱까지 운행하는 이 테제베는 런던-파리 구간의 유로 스타,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 북서부 지대를 관통하는 탈뤼스에 이어 프랑스국영철도가 만든 민영 자회사이기도 하다.

이 신상품은 지난해 12월7일 13시20분 파리 리용 역에서 운행을 개시했다. 그러나 명암이 교차했다. 뜨거운 환호 못지 않게 따가운 야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 노조원의 거센 시위로 예정 출발 시각보다 30분 늦게 출발하는 진통까지 겪었다. 종착역인 툴롱에서도 수많은 노조원이 진을 치고 이 ‘신생아’의 도착을 기다렸다. 철도 노조원은 왜 화가 났을까.


철로 시스템·신호 체계 통일이 관건

이데란 ‘인터엑티브 데탕트’(상호대화형 긴장 완화)의 약자다. 이 신생아의 작명 때에도 말이 많았다. 원래는 인터엑티브만 따다가 이데 테제베라고 했다가, 나중에 데탕트가 붙었다. 노조원들은 이 현학적인 이름을 비웃었다. 승객은 데탕트를 즐기는데, 정작 철도 직원은 데탕트를 잃게 생겼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이데 테제베가 도입되면서, 철도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천2백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노조원은 “혁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증기 기관차 시대에서 태제베 시대로 바뀐 마당에 철도산업을 혁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수익성에 눈 멀어 대량 인원 감축을 불사하려는 이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라고 외쳤다.

이데 테제베는 세 가지 전략을 구사한다. 첫째 가격 파괴다.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19유로(약 2만7천원)면 된다. 100 유로를 웃도는 다른 테제베 요금에 비하면 엄청나게 싸다. 물론 이 19 유로짜리 최저가 티켓은 선전용이다. 전좌석의 10%만 이 값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예약 시간, 좌석 등급에 따라 티켓값이 열다섯 가지나 있어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둘째, 초현대적 휴식형 서비스다. 열차 내부를 실내 안방보다 더 넓고 아늑하게 꾸몄다. 쉬고 싶으면조용히 침구가 갖추어진 ‘젠(zen)’ 방을, 영화를 보거나 오락을 즐기고 싶으면 오락 기기가 갖추어진 ‘잽(zap)’ 방을 2~3 유로 정도 더 주고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을 통한 예약 및 표 구입이다. 이데 테제베 티켓은 매표소 창구에서는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터넷이나 역내 자판기를 이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매표소 창구 직원을 없앤다는 개념이다. 검표원도 현재의 2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티켓을 판매하는 매장도 서서히 줄여, 정규 직원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임시직 여승무원으로 대체하는 등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철도 노조원들이 화가 난 것이 당연하다.

유로 스타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난해 영국 런던 워털루 역에서 세인트-팬크레스로 역사를 이전하겠다는 안도 내놓았다. ‘로우 코스트(low-cost)’ 형 항공사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항공사는 항공사대로 손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이데 테제베의 19 유로짜리 티켓은 영국 항공사 ‘이지젯’이 내놓은 파리·마르세유 행 23 유로짜리 티켓에 대한 일종의 도전장이다. 항공사 및 다른 경쟁 철도 업체는 유럽위원회에 이 반칙적인 가격 파괴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제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유럽의 철도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더 많다. 철로 시스템도 다르고, 신호 체계·전압도 제각각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공동 노력도 각국의 이해 관계와 재정난으로 답보 상태이다. 프랑스 철도산업의 부채는 5백억 유로를 넘는다. 사정이 좀 나은 스위스는 고속도로 화물 수송 트럭으로부터 오염세를 거두어 철도산업 예산을 충당한다. 프랑스도 스위스를 본떠 도로세와 오염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 철도의 미래는 비교적 밝다. 유럽은 현재 교통 체증으로 두통을 앓고 있다. 유럽 전체 도로의 10%는 체증 구간으로 분류된다. 교통 체증은 곧바로 차량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환경 오염을 낳는다. 환경 오염을 줄이려면 운송 수단을 바꾸어야 하는데, 이 때 기차가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화물 트럭을 기차에 올려 그대로 수송하는 페루타주 방식의 운송 형태가 늘어나는 것도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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