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겁나니 장 담그지 말라?
  • 민임동기 (<미디어오늘> 기자) ()
  • 승인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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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실은…> 추문으로 ‘휘청’…매체 비평 프로그램 폐지 주장은 ‘억지’
강성주 전 MBC 보도국장과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제작진 일부가 SBS 대주주인 (주)태영의 변 탁 부회장으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MBC가 흔들리고 있다.

MBC <사실은…>의 이상호 기자가 자기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알려진 이번 사건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은 매체 비평 프로그램 폐지론에 비중을 두는 보도를 쏟아냈고, 이것이 3월 초로 예정된 MBC 주주총회와 맞물리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MBC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지난 1월1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강성주 국장 정직 3개월, 신강균 차장 정직 2개월, 이상호 기자 감봉 3개월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인사위는 ‘최근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언론 환경에서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방송 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자체 윤리준칙을 어겼다’고 결론지었다.

MBC는 이 날 <뉴스 데스크>에서 이긍희 사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보냈다. MBC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MBC는 앞으로 윤리준칙 보완과 사외 윤리위원 제도 도입·비리고발센터 설치 등 윤리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노사 공동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을 언론인의 윤리의식 부재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록 돌려주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사실은…>의 주요 비판 상대였던 SBS 대주주 태영의 부회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갖고 값비싼 선물까지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체 비평 기자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MBC 기자협회 송요훈 회장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건임에는 분명하나, 이번 사안은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일부에서 폐지론을 강조하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선물을 준 당사자인 태영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기도 한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SBS 대주주 태영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과 기자에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무마하려 시도한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은…> 파문은 3월 초에 있을 예정인 주주총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10일 MBC 보도국 기자 34명이 사장·임원진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이번 파문이 주주총회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 수구 언론의 결정적 비리 포착”

지난 1월13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최승호)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긍희 사장에게 ‘연임 불가 선언’을 할 것을 건의했다고 알져졌다. 이 날 이사장은 확답하지 않았으나 MBC 안팎에서는 이번 파문으로 이사장이 연임하는 데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호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취재하고 온 내용이 방영될 경우 이번 파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정·언 유착과 수구 언론의 결정적 비리를 포착했다’는 소문이 방송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양문석 정책전문위원은 <사실은…> 파문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가 보수 언론이 설정한 뼈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상호 기자가 올린 글의 핵심은 철저한 내부 고발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양위원은 “이제 언론은 이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취재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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