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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콘텐츠’ 죽어도 잡아라

SK텔레콤·KT, 방송 핵심 콘텐츠 확보 전쟁

이철현 기자 ㅣ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4.15(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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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 업계에 콘텐츠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통신 업체들은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인원과 예산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콘텐츠 개발 업체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려 든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면서 그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TV 방송국이 주도하던 방송 시장에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새 매체들이 진입하면서 방송 시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war of all against all)’으로 변모하고 있다.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 변수는 콘텐츠.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 방송 환경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통신 업체들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령을 내린 것은 이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아 웬만한 자금과 인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전을 꿈꾸기가 어려웠다. 또 공공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방송 서비스는 방송 관련 제도가 시장 진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첨단 ICT를 활용한 방송 서비스에 대해서는 규제 법률이 없다. 정부는 정보통신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첨단 ICT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갖가지 첨단 ICT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새로 선정된 방송 서비스 업체들은 올해 안에 방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방송 시장 뒤집을 프로젝트 추진한다”

  가장 먼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전파를 쏘는 것은 SK텔레콤 자회사 TU미디어콥인데, 위성 DMB 시범 방송을 시작했고 오는 5월 본 방송을 시작한다. 또 지난 3월28일 지상파 DMB 사업자로 여섯 업체가 선정되어 오는 6월 첫전파를 발사할 예정이다. KT나 하나로텔레콤 같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인터넷TV(IPTV)를 상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2006년에는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 Internet)가 상용 서비스된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가 상용화하면 퍼스널 컴퓨터·노트북 컴퓨터·PDA·차량용 수신기 등을 이용해 달리는 자동차 안이나 지하철에서도 휴대전화처럼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체빗(CeBit)에서 주목되었던 고속다운링크패킷접속(HSDPA)도 빠르면 내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SDPA는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서 시속 25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무선으로 인터넷과 방송 청취가 가능하다(상자 기사 참조).

  매체가 늘어나면 매체를 채울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난다. 고속도로가 많이 건설되면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수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TV에다 10개가 넘는 방송사가 신규 채널 20~30개를 개설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범위는 넓어졌지만 통신 업체들은 킬러(핵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기만 하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업체는 SK텔레콤. 국내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SK텔레콤은 2000년 6월 콘텐츠 전략팀을 꾸리고 콘텐츠 개발 업체 와이더댄닷컴을 설립했다. 와이더댄닷컴은 SK텔레콤에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공급 업체(CP)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2월 킬러 콘텐츠인 엔터테인먼트 영상물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최대 종합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그룹인 IHQ를 인수했다(상자 기사 참조).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업체다 보니 무선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무선 콘텐츠 공모전을 통해 개발력이 뛰어난 업체를 발굴해 사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갖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12월 무선 인터넷 플랫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했다. 무선 인터넷 플랫폼은 이동전화 단말기에서 퍼스널 컴퓨터의 운영 체계(OS)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본 소프트웨어이다. 또 지난 1월 시작해 오는 8월까지 진행될 ‘3D게임 공모전’을 열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사업 파트너로 선정된 업체들에게는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저리로 운영자금을 빌려준다. 또 공동으로 제품 광고와 홍보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이들 사업 파트너를 관리하기 위해 ‘BR(Business Relation Team)’을 신설했다. 콘텐츠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콘텐츠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월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업 파트너(콘텐츠 개발업체) 경쟁력이 SK텔레콤의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업체가 세계 ICT 시장 선점 가능

  일찌감치 콘텐츠 확보에 나선 SK텔레콤과 달리 KT는 더디게 움직인다. 내부에 콘텐츠전략팀을 마련했지만 아직 조직 정비도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뒤늦게 참여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대담한 전략을 세우고 콘텐츠 개발 업체와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다소 늦게 움직이지만 투자 규모가 5천억 원이 넘고, 일단 콘텐츠 전략팀 구성이 완료되면 방송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만한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발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내부 우수 인력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콘텐츠전략팀을 꾸렸다. 4월 초에는 SK텔레콤 게열사 와이더댄닷컴 미국 지사장과 인터넷 포털 다음 부사장을 지낸 이치영씨를 콘텐츠전략팀장 겸 상무로 영입했다. 또 디즈니랜드 VHS사업 담당자인 안흥주씨를 상무로 스카우트해 외국 영상물 확보 업무를 맡겼다. KT는 현재 9명인 콘텐츠전략팀을 20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치영 상무와 안흥주 상무는 1년 계약직이다. 1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KT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KT의 고질병이 콘텐츠 사업에까지 이어질 것을 염려한다. 예산 규모가 5천억원이 되는 사업을 외부 출신 전문가에게 맡기는 파격 인사는 지금까지 KT 조직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콘텐츠전략팀의 틀을 다진 KT는 아직 세부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략팀원들은 이전부터 활발하게 움직였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분야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다. KT는 IPTV 서비스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드라마·영화·뮤직 비디오를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개발 업체들을 대거 인수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공중파 방송사에 드라마를 공급하는 외주 제작업체들과 합병·매수(M&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기 드라마를 다수 제작했던 ㄱ사와 ㅇ사는 경영진이 직접 KT를 찾아가 매각 협상을 벌였다. 또 초특급 인기 가수를 거느린 음악 기획사 ㅅ사와는 100억원 규모의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영화사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메가박스나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업계에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력 영화관 체인 업체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KT는 또 미국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독점적으로 영상물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 콘텐츠 전략팀은 콘텐츠 개발사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들을 확보하면 자사가 운영할 IPTV에만 전송할 계획이다. 비슷한 방송 서비스를 준비하는 통신업체를 제압하는 것과 함께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결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즉, 지상파 TV방송사가 주도하고 있는 방송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심산이다. 

  방송·통신이 융합하면서 출현하는 새 매체들은 성장의 한계에 이른 방송과 통신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비자는 채널을 선택할 범위가 넓어지지만 업체들은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통신과 방송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수익 모델을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살아 남는 업체는 한정되어 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는 만큼 위험도가 높다. 결국  누가 양질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는 자와 죽는 자가 구분될 것이다.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하드웨어 산업 달라진다.

  통신 산업에 관한 한 한국은 전세계 시장의 파일럿 마켓(pilot market)이다. 첨단 통신 기술이 가장 먼저 상용화하고 시장 형성도 가장 빨리 되는 곳이 한국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접어든 한국 통신산업을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첨단 ICT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된다. 당분간 첨단 통신과 방송이 만나면서 출현할 신규 시장은 한국 업체가 주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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