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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도 이제 ‘브랜드’ 시대

경쟁 타고 넘기 위한 프랜차이즈형 개업 늘어…일부는 임상 경험도 공유

노순동 기자 ㅣ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4.2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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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란
이비인후과 전문 한방병원을 기치로 내건 코비한의원의 7호점 일산 코비의 스태프.
 
전국에 이름이 같은 병원이 수십 개 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개원이 의료계에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분원 혹은 네트워크점이라는 이름으로 연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원 의사가 폭증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의 2~3명으로 꾸려지는 전문 병원에도 브랜드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1992년 개원 의사 4명이 힘을 모은 예치과 개원이 기점이 되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비보험 급여 비중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병원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예치과 외에 이지함피부과·새빛안과·드림성모안과·모아치과네트워크·CNP차앤박 피부과·고운세상 피부과 등이 주요 사례이다.  

   
  네트워크 병원의 출발점이 되었던 예치과의 전문화한 진료 모습. 주로 치과와 안과, 피부과 영역에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질적인 변화가 눈에 드러나고 있다. 안과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외에 내과나 소아과 등 보험급여 치료 비중이 높은 분야로도 프랜차이즈가 확산되고 있다. 속편한내과·GF소아과 등이 그 예이다. 해외 진출이 활발히 시도되는 것도 눈에 띈다. 예치과나 고운세상피부과가 적극적이다.  

또 하나 전문 분과가 필수인 네트워크 경영의 특성상 양방 병원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지만 최근  한방 의료계에도 공동 보조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함소아한의원을 비롯해 오렌지한의원,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인 코비한의원이 그 예이다.

한방 병원들도 전문 진료 내걸고 네트워크 확산

 한방 의료계의 네트워크 바람은 한의원에 대한 고정 이미지, 즉 ‘보약 먹는 곳’이라는 인상을 떨치려는 최근 흐름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의학계가 ‘몸을 보할 뿐 아니라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한방’으로 중심 이동을 시도하는 가운데 그 덕을 보기도 하고, 거꾸로 한방의 이미지 변신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99년 최초 개원한 소아 전문 한의원인 함소아한의원은 전국에 분원을 30여개 구축한 상태이다. 함소아한의원이 환자의 연령대를 타깃으로 전문화했다면 2003년 개원한 코비한의원은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을 표방해 눈길을 끈다. 1년6개월 남짓한 기간에 10개 병원이 생겨난 코비한의원은 한방에서도 전문 분야 네트워크 병원이 가능한지 시험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네트워크 구축이 시작된 오렌지한의원은 의료인이 중심이 아니라 남성 헤어숍 체인인 ‘블루클럽’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이색 흐름으로 꼽을 수 있다. 고전적인 의료계 프랜차이즈는 본원 격인 한두 곳에서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분원을 늘려가는 형태이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만능 해결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공동 마케팅의 덕을 보는 것은 개원 초기에 그칠 뿐, 1년만 지나면 보통 개원의들이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효과가 지속되려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이다. 의료인 개인의 역량이 탁월하게 높거나, 아니면 공동 연구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질 천차만별 

   
 
ⓒ한향란
고운세상피부과
 
그런 점에서 환자 처지에서는 같은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관계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야말로 가맹비를 받고 같은 컨셉트의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는 느슨한 프랜차이즈도 있고, 가맹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임상 경험을 나누는 고밀도 관계도 있는 것이다. 또 같은 간판을 달고 있어도 직영점과 단순 가맹점으로 체제가 나뉘어 있는 경우도 흔하다. 주로 초창기에 시작되어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곳에서 이런 이원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후발 주자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선전하고 있는 고운세상피부과의 한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진료 경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함께 세미나를 갖는 등 밀착된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병원과 가맹점 수준의 병원이 섞여있다”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일반 환자들로서는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가맹비나 요건 등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영업 비밀’로 간주해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 처지에서는 관계가 밀착된 병원의 숫자가 많을수록 품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늘어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의사와 이후 가맹 계약을 맺고 편입된 분원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명성이 높은 한 병원은 “프랜차이즈 관련 취재는 다른 곳에 물어보라. 우리 원장님은 본원 격인 병원을 열었던 분이므로 개인 인터뷰면 몰라도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의료인 가운데 몸피 늘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앞으로 의료 시장이 개방되고 경쟁이 심해지면 의료인 중심의 네트워킹에서 딸린 경비를 절감하려는 경영 합리화 목적의 네트워킹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갈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 병원의 역사가 10년을 넘기면서 이렇듯 명암이 고루 드러나고 있지만, 임상 경험을 나눌 기회가 적은 한방 병원은 네트워크 협업의 장점을 누릴 기회가 더 많아 보인다. 일반 한의원과 달리 모든 분원이 내시경을 설치해 내원 환자들의 번거로움을 줄인 코비한의원은 장기적으로 분원 사이에 진료 경험을 나누는 체계를 갖출 작정이다.

지난 4월2일 개원한 코비한의원 일산점의 구자현 원장은 “이비인후과를 전문으로 하는 한방 병원이 새로운 시도인 만큼 치료 효과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 그러자면 서로 경험을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수적으로 보이지만 프랜차이즈 전략이 성공하려면, 그 네트워크만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떠올라야 한다. 이지함피부과는 ‘직접 약과 화장품을 만드는 실력파 병원’의 이미지로 승부했다. 예치과는 ‘치료를 아프지 않게 하는 곳’으로 명성을 얻었다. 예치과는 그 밖에도 환자가 들어서면 곧바로 진료대에 눕혀 입안을 헤집는 ‘무서운 치과’의 이미지를 깨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먼저 코디네이터(상자 기사 참조)가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 상태와 성격, 요구를 파악한 뒤 진료에 나선다. 와인 바와 야외 테라스, 취향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진료실 분위기 등도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 한마디에 목말라하던 진료실 풍경은 이제 옛말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의료계의 다양한 시도 덕에 환자들은 눈높이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얻고 있다.  

의료서비스, '예술'로 바꾼다
병원 코디네이터, 환자 안내 '풀 코스' 전담...유망 직종으로 각광


   
 
ⓒ한향란
진료가 끝난 뒤 환자에게 투약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상담 코너.
 
“진료 끝나셨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의사의 진료는 끝났지만 서비스는 끝난 것이 아니다. 환자를 상담실로 안내한 병원 직원은 약의 종류며 투약 방법, 다음 내원 시기 등에 대해 상세히 들려준다. 통상 간호사가 하던 일이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진료받으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묻는 태도가 친절하기 그지없다. 

 병원 문에 들어서면 활짝 웃는 표정으로 환자를 맞고, 진료가 끝난 뒤에도 필요한 안내를 도맡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지만 어느새 병원 서비스의 핵심을 담당하는 사람들, 바로 병원 코디네이터들이다. 일반 병원에 코디네이터 개념이 일반화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어느새 유망 직종으로 꼽히면서 전문 교육원이 생겨났고 지난해 병원 코디네이터 협회가 발족했다. 

 병원 코디네이터는 진료에만 힘을 쏟아야 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병원에서 챙기기 힘든 모든 부분을 알아서 처리한다. 접수대에서 환자 응대 및 안내를 맡는 리셉션 코디, 환자 상담 및 진료 사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 코디, 병원의 서비스 부분 담당자로서 직원 교육 및 경영 일반 업무를 담당하는 서비스 코디 등이 있다. 의료 관련 전문가가 겸할 수 있으나 요즘은 아예 전문 교육원을 마치고 코디 자격증을 딴 뒤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 처지에서는 코디네이터가 고객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경비도 절감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개원할 때 필수 의료 인력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법으로 정해진 만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최소로 뽑고, 별도의 전문 분야가 된 고객 서비스를 맡을 인력을 따로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코디네이터 처지에서는 호환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고운세상피부과 리셉션 코디 2명은 모두 한의원에서 코디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거꾸로 한방 병원의 코디 가운데에서도 성형외과와 치과 경험을 가진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어떻게 하는가를 익히고 나면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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