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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꿈꾼다

‘줄기세포 연구→신약 개발·난치병 치료’ 큰걸음 내디딘 과학자 4인

오윤현 기자 ㅣ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5.27(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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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조명’이 꺼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불빛이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다. 지난 5월25일, 황교수는 ‘국내에 줄기세포 은행 건립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또 한 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딸린 기사 참조). 이대로 가면 ‘줄기세포=황우석’이라는 등식까지 생길지 모른다. 정부는 황교수를 더 빛나게 하겠다는 듯, 기회 있을 때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다. 
 
황교수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이같은 상황은 좀 못마땅하다. 정부 지원이 황교수에게 쏠리고 있는 데다, 자신들이 거둔 성과가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줄기세포는 고려청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황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국내에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적지 않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하나. 황교수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들역시 자신들의 연구가 가치 있다고 믿는다. 그들 가운데 ‘포스트 황우석’을 꿈꾸며 뛰고 있는 네 과학자를 소개한다.
   
차바이오텍 대표 정형민 박사-‘맵시 세포’로 당뇨병 치료에 도전
 

   
  10년 넘게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정형민 박사(왼쪽)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줄기세포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차아비오텍 대표이사이자 포천중문의대 교수인 정형민 박사(42)는 10년 넘게 줄기세포를 연구해왔다. 그의 연구를 돕는 사람은 많다. 차바이오텍의 신경·골격·당뇨 팀, 20여 연구팀은 그의 든든한 동지이자 도우미들이다. 독특하게도 그들은 성체 줄기세포와 배아 줄기세포를 함께 연구한다. “두 줄기세포가 어느 질환 치료에 더 효과적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연구 방식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정박사는 말한다. 

 한때 그는 황우석 교수와 함께 호랑이 복제에 나섰었다. 그러나 요즘 그는 중배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배엽은 배(胚) 안에 든 세포덩어리로, 다 자라면 심장·혈관·뼈·혈액 세포 등으로 분화한다(반면 외배엽과 내배엽은 각각 신경관과 창자 등으로 분화한다). 그는 중배엽 줄기세포를 분화하면 수많은 심장병·관절염 환자들이 웃음을 되찾게 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또 하나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통제 불능인 배아 줄기세포의 증식을 유전자 조작으로 막는 일이다. 배아 줄기세포가 무한 증식하면 암세포로 발전하는데, 그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줄기세포 치료는 진일보할 전망이다. 배아 줄기세포 내에 원하는 세포의 ‘아류 세포’를 투입해,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퇴행성관절염 치료 연구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배아 줄기세포 100개를 증식시켜 12개 이상의 뼈세포를 얻었는가 하면, 동물 실험에서 그 세포를 이용해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했다.

 정박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하나님이 (인간 생명과 관련해) 또 다른 키를 주었다고 확신한다. 그같은 신념 덕일까. 얼마 전 그는 9~10주 된 태아에서 ‘맵시 세포’를 발견했다. 이 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연구한 결과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가 갖고 있는 단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맵시 줄기세포’로 동물의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그는 배아 줄기세포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할 예정이다. 현재 신약을 개발하려면 독성 검사 실험에 동물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적잖이 들어간다. 하지만 동물 대신 특정 부위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가령 간에 필요한 신약의 독성 검사를 한다고 하면,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분화한 뒤 거기에 약을 투여해 독성 유무를 그 즉시 파악하는 방식이다. 정박사는 그동안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대학(포천중문의대)과 병원(차병원), 그리고 연구소(차바이오텍)가 긴밀히 공조한 덕이라고 말한다.

 

   
  김현수 박사(위)는 국내 최초로 세포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 박사(42·에프씨비-파미셀 대표) 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주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의사였다. 그 덕에 그는 골수 이식 수술 경험이 꽤 많다. 그러나 1999년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낸 뒤 인생이 바뀌었다. 줄기세포의 놀라운 효과에 반해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든 것이다. 3년 뒤에 그는 아예 병원을 뛰쳐나왔고, 줄기세포 벤처 기업 파미셀을 세웠다. 이후 성체 줄기세포는 그의 신앙이 되었다.  

 그가 주목한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에서 추출한 조혈 줄기세포(피를 만드는 세포)와 간엽 줄기세포(뼈와 연골을 만드는 세포)였다. 간엽 줄기세포는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신경계 질환(파킨슨병·알츠하이머·루게릭병 등)과 심혈관 질환 치료에서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 “간엽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분화한 결과, 신경세포와 유사하게 분화했다. 그때 그렇다면 심장 근육에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험을 해본 결과 내 예상이 맞았다”라고 그는 돌이켰다.  

 내친 김에 그는 2002년부터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아주대병원과 함께 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허혈성뇌졸중(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 치료제를 개발했다. 환자의 골수를 소량 뽑아낸 뒤 줄기세포를 대량 배양하고, 그 줄기세포들을 뇌에 이식했더니 새로운 혈관이 생기면서 뇌경색이 치료되었다. 맞춤형 세포 치료제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것이다. 

 그는 그 치료제를 동물 실험과 독성 검사를 하는 임상 1상, 약효 검사를 하는 임상 2상 시험에 적용해 보았다. 효과는 변함이 없었다. 의사들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상 시험을 마친 그는, 그 치료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의약품 허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얼마 전에는 서울아산병원 전상룡 교수팀과 손을 잡았다. 전교수는 현재 팔과 다리를 쓸 수 없는 중증 마비 환자에게 환자 자신의 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해, 운동 신경 및 감각 신경을 회복하는 연구자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임상 시험자는 대부분 교통사고와 추락 사고로 목뼈와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사지가 굳어버린 환자들. 전교수팀이 이들의 허리와 목에 주입하려는 줄기세포가 바로 간엽 줄기세포이다. 

 김현수 박사는 전교수에게 간엽 줄기세포를 제공할 계획인데, 김박사는 “환자 개개인에게 수백만 개, 수천만 개의 줄기세포를 주입하게 된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나면 경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지만, 그가 보기에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황우석 교수가 복제배아 줄기세포로 더 빨리, 더 큰 성과를 얻으려면 성체 줄기세포 연구자들과 손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 박세필 박사-세계적 줄기세포 분화 기술 보유
 

   
 
ⓒ시사저널 한향란
박세필 박사(위)는 “냉동 배아 줄기세포 분화 기술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박세필 박사(45·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는 5년 전에 국내에서 처음(세계에서는 세 번째)으로 냉동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그 줄기세포주(株)를 미국 국립보건원에 등록했다. 현재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줄기세포 분화이다. 지난해 그는 줄기세포를 신경·심장 근육·췌장·근육 세포로 분화하는 연구를 하면서, 줄기세포의 무한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왕규창 박사(서울대 의대)와 함께 냉동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 신경관이 손상된 닭을 치료한 것이다. 

 연구는 비교적 쉬웠다. 우선 유정란을 사흘간 부화시켰다. 그리고 배자(1cm 남짓한 크기로 사람의 태아에 해당한다)의 척추 가운데 6개에 해당하는 길이를 일부러 개방시켜 신경관 결손을 유도했다. 이같은 질환을 척수수막류(신생아 1천 명당 1명꼴로 발생)라고 하는데, 이 병에 걸리면 정상 생활을 하기 어렵다. 

 박박사와 왕교수는 그 부위에 배아 줄기세포를 통째로 이식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줄기세포가 접착제 역할을 하며 손상된 부위를 감쪽같이 치료한 것이다. “줄기세포의 어떤 부위가 그같은 물질로 분화했는지 밝혀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줄기세포로 척수 손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몇년 전에는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해 파킨슨병에 걸린 쥐를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 손상으로 걸리는 병을 치료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발병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킨슨병은 도파민 분비가 잘 안되어 걸리고, 알츠하이머와 헌팅턴병은 각각 콜리너직과 가이너직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발병한다. 이 때문에 이들 질환을 고치려면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뒤, 다시 기능성 세포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신경세포로 하여금 도파민이나 콜리너직을 분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박세필 박사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그같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 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파민을 생성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2개를 배아 줄기세포에 전이시켜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도파민이 정상으로 배출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이같은 실험 결과를 근거로 “줄기세포 분화 기술만큼은 황교수 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탯줄은행 대표 한 훈 박사-탯줄혈액 줄기세포로 환자 250명 시술  
 

   
  성체 줄기세포를 신앙처럼 여기는 한 훈 박사.  
탯줄혈액(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골다공증·당뇨병·고혈압·버거씨병·간경변증·대머리 치료, 그리고 다발성경화증·척수손상·루게릭병·녹내장 환자 등에 탯줄혈액 줄기세포 시술…. 한 훈 박사(52·히스토스템·서울탯줄은행 대표)가 그동안 해온 줄기세포 연구를 나열해 보면 숨이 벅찰 지경이다. 지난해에는 19년 전에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황미순씨(38)에게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식해, 재활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가 탯줄혈액의 신비한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비교적 오래 전이다. 가톨릭의대 병원에서 골수 이식 등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다가, 탯줄혈액 줄기세포의 놀라운 힘과 만났다. 당시에는 탯줄혈액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이 없었다. 그는 3년 동안 100번 이상의 실험을 한 끝에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히스토스템이라는 탯줄혈액 관련 회사를 세운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는 “탯줄혈액 줄기세포는 제3자에게 이식해도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분화시킬 필요가 없고, 그 어떤 줄기세포보다 획득이 용이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출생한 아기의 탯줄에서 채취해 생명 윤리와도 상관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환자 2백50명을 대상으로 치료한 결과, 탯줄혈액 줄기세포의 효과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는 골다공증·당뇨병·고혈압에서는 이미 치료 효과를 확인했고, 버거씨 질환과 간경변증·대머리 치료에서는 65%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그의 그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의혹을 나타낸다). 

 그는 현재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경변·당뇨병·고혈압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그 연구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기술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연구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지만,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를 공동으로 연구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황교수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지원과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줄기세포 과학자들의 협의체를 만들 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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