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일본 위협하지 않는 남북 공존 모색하라
  • 강상중(도쿄 대학 교수) ()
  • 승인 200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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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과 한국이 근·현대사를 다루는 무게나 정확도가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 특히 근대사를 가르치는 것은 조선반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조선반도는 큰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럿 중의 하나(one of them)’가 되었다. 이러한 갭이 문제의 배경이다. 이 배경을 두 나라가 충분히 이해해야만 한다. 또 일본은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국민도 국가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 재판에서 식민지 지배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이 1945년 이후의 현대사를 함께 조정해야 한다. 한국의 ‘특별법’에 대해서 일본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성립 이후의 역사를 직시하기 위한 법률이다. 4·3 사건이나 군사 쿠데타 등의 비참한 역사 속에서 명예 회복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어둠 속에 묻혀져 있던 부분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이 ‘반일’이라는 단순한 모티베이션에서 이 법률을 봐서는 안된다.

2. 한국에게 독도와 일본에게 다케시마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 그것을 이해한 후에, 1905년 을사조약 이후의 역사적 기원이 있다는 인식을 했다면, 적어도 시마네 현의 조례 재정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 문제와 어업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전자(영토 문제)는 보류하고(둘째치고), 다케시마 주변의 청정 수역에 관한, 어업 질서나 공동 관리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3. 전후 60년, 해방 60년을 맞은 지금 일본도 한국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1969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와 닉슨 미국 대통령이 교환한 공동 성명의 한국 조항에는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긴요하다는 문구가 있다. 다시 말해 반공 전선 국가인 한국이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상을 정부나 수뇌부가 바꾸지 않았다. 지금, 한국은 북조선을 ‘적’이 아닌,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서, 남북 통일은 일본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수뇌가 동아시아 전체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으로 역사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가입하는 것이 어울리는 일인지 어떤지 이전에 가입할 가능성이 이미 사라졌다는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문제는 일본이 그것을 좀처럼 인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일본이 가입 불가능한 이유는 우선 일·중 관계와 일·미 관계에 있다. 중국은 역사 인식 문제로 일본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유엔을 스스로의 지배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5.최대 문제는 남북 공존에 일본이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한 교섭의 향후 진행 여부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은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남북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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