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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살찌운 ‘눈부신 나흘’

호주 포상휴가 여행 동반 취재기/단체 여행객 위한 프로그램 풍성

오윤현 기자 ㅣ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6.24(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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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오윤현
테마파크에서 캥거루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지난 6월 초, 교보생명 이 철 과장은 5박6일 일정으로 호주에 다녀왔다. 다른 대형 보험사 영업부 차장·팀장들과 함께였다. 호주에 도착하기 전, 이과장 일행은 홍콩 첵랍콕 국제 공항에서 인도·중국·타이완·싱가포르·태국 등지에서 날아온 대형 보험사·기업·은행 직원 20여 명과 합류했다. 

 저녁 8시30분, 드디어 이과장 일행이 탄 호주행 항공기가 이륙했다. 그리고 8시간 뒤 비행기는 호주 북부에 있는 ‘열대 도시’ 케언스에 착륙했다. 케언스 국제 공항에서 이과장 일행을 맞이한 것은 호주 정부 관광청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공항 로비에서 부드러운 클라리넷 연
주와 화려한 ‘나비춤’, 그리고 시원한 열대 과일 주스로 이과장 일행을 맞았다. 

 공항 밖에는 리무진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과장 일행이 차에 오르자 리무진은 미끄러지듯 시내 특급 호텔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는 금발의 40대 지배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이과장 일행 모두에게 일일이 명함을 주며 인사를 건넸다. 

 방을 배정받은 뒤 객실에 들어서던 이과장은 탁자 위에 이상한 물건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싼 선물 꾸러미였다. 이과장은 선물 꾸러미들을 끌러 보았다. 큰 포장지 안에서는 호주 관광청 로고가 새겨진 감색 티셔츠가 나왔고, 작은 포장지에서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금박 거북이가 나왔다.

따뜻한 환대와 정성 담긴 선물꾸러미

   
 
ⓒ시사저널 오윤현
호주에서는 단순히 보는 여행이 아니라, 여러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원주민으로부터 부메랑 던지기를 배울 수 있다
 
 침대에 벌렁 누운 이과장은 그 모든 상황이 꿈만 같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눈부신 자연과 호주관광청 직원들의 환대가 믿기지 않았다.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되는 호주’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이과장뿐만이 아니었다. 중국·타이완·태국 등지에서 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더 즐거운 것은 케언스와 멜버른의 관광 명소를 돌아보며, 나흘간 ‘꿈같은 시간’이 계속된다는 점이었다. 
 
이과장 일행을 호주로 초대한 기관은 호주관광청이었다. 호주 관광청은 매년 서너 차례씩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초청 대상은 대형 보험사·은행 간부들뿐만이 아니다. 일반 대기업의 간부나 다국적 기업의 인사팀 간부들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호주관광청은 왜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들여 이들을 초청하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 각 회사의 비즈니스 회의와 포상 휴가자들을 호주로 유치하기 위해서이다.            

 회사 간부들을 귀빈으로 후대하면 그만한 효과가 있을까.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빈 찬 씨(호주관광청 아시아지부 비즈니스 투어리즘 마케팅 담당자)는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호주를 찾은 각 나라의 단체 여행객 수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호주 북동쪽 퀸스랜드 주에 있는 골드 코스트에서는 ‘난리’가 났다. 중국 암웨이 직원 1만3천명이 한꺼번에 그 곳을 찾은 것. 말이 1만3천명이지, 그들이 호주 땅에 발을 내딛자 공항과 상가, 음식점·호텔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중국 암웨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과 타이완 등 아시아의 많은 기업이 단체 포상 휴가자 수천명을 호주로 여행 보냈다. 이들 수백~수천 명의 휴가자들이 나타나면 웬만한 도시는 갑자기 소란스럽고 풍요해진다. 씀씀이가 배낭 여행객이나 일반 여행객의 두세 배에 달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역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여행객 맞아

   
  케언스 인근 쿠란다에서 스카이레일을 타고 가다가 숲에 내려서 낯선 생물들과 조우할 수도 있다  
 국내 ㄱ기업의 오 아무개 부장(이벤트 사업부)에 따르면, 그 기업은 지난해에만 직원 8천명을 호주로 포상 휴가 보냈다. 또 시드니에서 비즈니스 회의를 열어 VIP 직원 1백50명을 별도로 시드니로 여행시켰다. 당시 한 사람에게 든 비용은 약 6백만원. “아름답고 안락한 곳으로 여행하는 것은 사람을 진정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는 더없이 유익한 곳이다”라고 오부장은 말했다.
 
호주관광청이 비즈니스 회의와 포상 휴가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은 비단 팸 투어뿐만이 아니다.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수백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 회의와 단체 포상 휴가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멜버른 '컨벤션 비지터 뷰러(convention visitors bureau)‘ 매니저 마이크 윌리엄 씨는 “단체 관광객을 위해 호주의 각 주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필립아일랜드에서는 펭귄과 대화하거나 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19세기 말 골드러시의 현장인 소버린 힐에서는 사금 채취를 직접 해볼 수 있고, 독특한 모양의 전통 의상을 입어볼 수도 있다. 각 지역에 산재한 테마파크에서는 포크댄싱을 배우거나, 양치기를 해보거나, 부메랑을 직접 날려볼 수도 있다. 케언스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그린아일랜드에 가서는 짙푸른 바다 속에서 아름다운 열대어들의 군무와 하려한 산호초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가는 곳마다 생애 최초의 경험

   
 
ⓒ시사저널 오윤현
호주의 국기(國技) 오스트레일리아 풋볼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좀더 독특한 경험도 있다. 바로 ‘이색 현장’에서 멋진 식사를 하면서 문화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멜버른에서는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의 상어나 열대어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야라 강에서는  배에서 식사를 하며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시내를 순환하는 트램(전차)에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윌리엄 씨에 따르면, 덜컹거리는 트램에서 먹는 음식의 풍미도 그럴싸하지만,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가을 풍경은 더욱더 감동스럽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에서는 옛 저택에서 만찬을 즐길 수 있으며, 골드코스트에서는 청바지에 두건 복장을 한 뒤 그 유명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부메랑 농장에서 캥거루 고기 따위를 맛볼 수 있다. 시드니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차양막 아래에서 일류 요리사들이 준비한 음식 앞에서 넋을 잃을 수도 있다. 멜버른의 박물관에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6층 건물에 전시되어 있는 호주의 자연과 과학 관련 전시품을 구경하다가, 배가 출출하면 건물 한 켠에 자리 잡은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며 호주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케언스에 도착한 이후 나흘 동안 이과장 일행은 ‘생애 최초’의 경험을 많이 했다. 케언스 쿠란다에서 스카이레일을 타고 열대 우림 위를 장장 7.5km이나 날고, 호텔 테라스에서 유화로 항구를 그리고…. 가장 압권은 1백20만 년 되었다는 광활한 열대 우림이었다.

여행객 취향 ‘나라마다 달라요’

   
   
나무들은 스카이레일 밑에 닿을 만큼 높이 자라 있었다. 나무 꼭대기에는 풀로 엮은 누런 새집과 흰 새들이 올라앉아 있었다. 비가 오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개구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이과장이 찾은 날에는 햇살이 짱짱했다. 환한 햇볕 덕분일까. 이과장은 모처럼 몸속에 에너지가 충만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쿠란다 지역 원주민들의 춤도 이과장 일행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주민 대여섯 명이 추는 ‘원시적인 춤’은 모두 여덟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환영을 위해 추는 춤(비바묜)은 원주민들의 고유 악기인 디주리두의 무적 같은 소리, 요란한 듯 정겨운 타악기 소리로 시작되었다. 춤꾼들은 몸에 희고 붉은 물감을 칠한 채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느리게 몸짓했다. 

 ‘파마기리’(소리 없는 뱀을 뜻함) 춤을 출 때는, 그들이 손으로 어찌나 뱀을 그럴듯하게 표현하는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젊은 캥거루와 늙은 캥거루가 벌이는 영역 다툼을 춤으로 꾸민 ‘말루’(캥거루 춤이라는 뜻) 공연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캥거루 표정을 흉내 낸 춤꾼의 표정이 몹시 익살스러웠던 것이다.    

 포도 농장에서의 호주 와인 시음, 야시장에서의 꿀·부메랑·코알라 인형 같은 호주 특산물 쇼핑, 초콜릿 카페에서 핫초코 만들어 먹기, 동물 농장에서 악어·코알라·캥거루와 친구처럼 어울리기, 호주 풋볼 체험장에서 가상 게임하기 등도 인기를 끌었다.

재미있는 점은 각 나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이 다르다는 점이다. 즉, 타이 사람들은 도시의 풍모나 쇼핑을 더 즐거워하는 데 반해, 중국 내륙에서 온 사람들은 바다에서 하는 놀이를 훨씬 더 즐거워했다.
 
호주관광청이 그 점을 놓칠 리 없다. 아시아지부 빈 찬 씨는 “각 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놀랄 만큼 다르다. 우리는 그 점을 잘 파악하려고 애쓴다. 그래야 단체 여행객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아시아 각 나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 고급스러운 호텔과 맛있는 음식, 타이완-야생 동물원 탐방 같은 자연 체험, 한국-골프, 홍콩-쇼핑과 음식.            

 해외로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현지인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려고 노력한다. 포상 휴가를 떠나는 단체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현대 생활의 구속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 각 지역의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 다른 문화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여행자는 자기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철 과장은 이번 호주 여행에서 그 점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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