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먹여 살리겠다”
  • 김은남 기자 (kesisapress.comkr)
  • 승인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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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성화/구미시, 최첨단 기술·산업 도시로 ‘우뚝’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을 대상으로 한 ‘누가 지방을 움직이는가’ 1~2차 조사에서 ‘지역 특성화 사업을 가장 잘 추진하고 있는 기초 단체’ 1위로 꼽힌 곳은 각각 충남 보령군과 전남 함평군이었다. 둘은 보령 머드축제와 함평 나비축제라는 지역 축제를 전국 브랜드로 승화한 기초 단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번에 1위로 꼽힌 구미시는 그런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왜? 일단 구미 하면 떠오르는 구미공단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1969년 한국도시바가 입주함으로써 문을 연 이래 구미공단은 국내 최대의 전자산업 단지로서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20~30년 전 얘기일 뿐, 구미공단이 오늘날 다시 주목되는 것은 과거의 영화에 연연해 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구미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은 구미시가 현재 기존 1·2·3공단 옆에 2백5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구미 4공단이다(2006년 완공 예정). ‘첨단산업 집적단지’를 표방한 4공단 기공식(1999년)을 갖기까지 겪었던 마음 고생에 대해 구미시 투자통상과 박상우 과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외환 위기는 닥쳤지, 더 이상 공단을 짓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여기저기서 공격해대지, 사업이 중단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초대 민선 시장으로 선출된 김관용 시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구미가 21세기 첨단 산업의 메카로 살아 남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이같은 소신으로 4공단 사업을 밀어붙인 김시장을 두고 오늘날 시민들은 ‘민선 10년이 구미의 역사를 바꿨다’고 후한 평가를 내린다. 현재 3선인 김시장은 유력한 차기 도지사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구미는 4공단을 조성함으로써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허브’로 군림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물론 현재도 구미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요람이다. 디지털 TV, 모니터, 노트북 액정 화면 등 세계에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 제품 4개 중 1개는 구미공단 산(産)이라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LG전자·LG필립스를 위시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100여 개가 한데 모여 있는 구미 1~3공단은 ‘자동차로 5분 거리 내에서 디스플레이 관련 모든 제품을 살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산업 단지로 꼽힌다.

해마다 인구 만여 명씩 늘어나

여기에 외국인 기업 투자 단지를 갖춘 4공단이 완공되면 세계 유수의 기업들까지 구미로 몰려든다. 이미 구미시는 6월 말 현재 4공단 내에 외국인 투자 기업 8개 사(투자액 10억5천만 달러)를 유치한 상태인데, 이 중 6개 사가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이다.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도레이새한·루셈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을 유치하기까지 구미시는 피 말리는 전쟁을 치렀다. 김관용 시장이 일본·미국·유럽을 두루 돌며 세일즈를 편 것은 기본이었다(1996년 취임 이래 김시장이 방문한 나라는 무려 28개국에 달한다).

시청 내에 투자유치 전담 부서도 조직했다. 외국어에 능통한 엘리트 직원 7명이 이 투자유치기획단에 배치되었다. 이 부서는 투자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투자 의사를 밝힌 외국 기업에 ‘원스톱 행정 서비스’ 를 제공하는 것을 주임무로 삼았다.

 
한 예로 2003년 아사히글라스를 유치하면서 구미시는 이 회사를 위해 시청 청사 3층에 별도로 준비단 사무실을 내 주는 파격 지원을 했다.

뿐만 아니었다. 시 투자유치기획단이 결합해 태스크포스도 꾸렸다. 이 팀은 아사히글라스 한국법인 설립에서 공장 건설에 이르기까지 각종 실무를 지원했다. 덕분에 아사히글라스는 길면 30일까지 걸리던 민원 업무를 단 7일 만에 처리하며 공단에 입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미시는 때로 ‘국내 기업 역차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구미 시민 조 아무개씨(48)는 “임대료만 확실히 깎아줬어도 LG필립스 7공장을 경기도 파주에 뺏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해 세계적인 디지털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구미시의 비전은 확고하다. 

2003년 단일 공단으로는 최초로 연간 수출액 2백억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한 구미공단은 2004년 현재 전국 수출의 10.8%, 흑자 수출의 54%를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지역 경제가 받쳐준 덕분에 구미는 해마다 인구가 만여 명씩 늘어나는 희귀한 지자체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즈음 구미시청을 방문하면 ‘인구 38만명 돌파’라고 씌어 있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이 자리를 지킨 것은 ‘인구 37만명 돌파’ 현수막이었다. 이렇게 유입된 인구 대부분은 공단 취업자이다. 구미 시민 평균 연령은 30세에 불과하다. 

21세기 테크노폴리스를 꿈꾼다는 구미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안에 수출 3백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일개 지자체를 넘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구미’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 김관용 시장의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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