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해양경찰 255함
  • 안희태 기자 (ahnphoto@sisapress.com)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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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로 붉은 강을 의미하는 태풍 ‘송다’는 맹렬했다.

지난 2004년 9월6일 오후 1시. 중심 반경이 600km가 넘는 대형 태풍 ‘송다’는 서귀포 남쪽 400km 부근 해상까지 치고 올라왔다. 제주도 일대와 남해 전 해상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

모든 선박의 발이 묶였다. 하지만 태풍의 기세에 끄떡하지 않는 배도 있었다. 완도해양경찰서 255함(150t)은 태풍을 뚫고 남해안 섬과 항구를 누비고 있었다.

255함은 무리하게 조업하는 배들을 가까운 항구로 대피시키고 상선들에게는 규모에 맞추어 적절한 항구를 안내했다. 관할 구역의 모든 선박들을 항구에 묶어놓고 나서야 255함은 제 몸을 챙기기 시작했다.

255함이 목포항에 정박한 시간은 오후 6시가 넘어서였다. 피항은 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조난당한 선박이 있거나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9월7일 오후 3시. ‘송다’가 부산 북동쪽 240km 부근 해상까지 진출했다. 태풍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파도는 춤을 추었다. 태풍주의보도 해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255함은 관할 구역인 완도 근해로 출발했다. 긴장이 감돌았다.

밤 9시49분, 해군으로부터 청산도와 대모도 사이에 미확인 선박이 정박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곳은 통상 배가 멈추는 장소가 아니었다.

1시간 만에 파나마 선적 ‘에버그린호’(1743t)를 발견했다. 사흘 전 오사카를 떠나 인천으로 가는 길에 태풍을 만나 이곳에 정박해 있다고 했다. 무장을 단단히 한 요원들이 정밀 검색에 나섰다.

파도가 잔잔해졌다. 4박5일 항해를 마치고 255함이 완도항으로 들어갔다. 완도 수산고 실습선 청해진호가 기적을 울리며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어선 수십 척도 힘차게 출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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