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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평정하는 ‘디지털 보부상’

‘이베이 라이브’ 쇼에서 만난 유명 온라인 상인 6인의 ‘성공 비결과 무한 비전’

안은주 기자 ㅣ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7.08(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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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23일부터 미국 새너제이에서 사흘동안 열린 ‘이베이 라이브’ 쇼에는 세계 50여 나라 온라인 상인 1만여 명이 모여 최신 온라인 마케팅 전략과 기술을 주고받았다.  
온라인 시장이야말로 국경이 필요 없다. 지난 6월23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사흘 동안 열린 ‘이베이 라이브’ 쇼에는 세계 50여 나라 온라인 상인 1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적인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가 마련한 행사였다. 이베이는 각국에서 활동하는 이베이 상인들의 교류를 돕고 최신 온라인 마케팅 전략과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이베이 라이브’를 연다.

10년 전 미국에서 출발한 이베이는 캐나다·영국·독일·벨기에·한국 등 33개국에 진출한 다국적 온라인 기업이다. 이베이를 이용하는 외국인만 7천4백90만 명(전체 회원의 51%)에 이른다. 올해 1/4분기에 이베이에서 거래된 53억 달러의 절반이 다른 나라 이베이 사이트에서 거래된 돈이고, 이 가운데 15%는 국경을 넘어 거래되었다. 영국인이 벨기에 이베이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식이다. 또 이베이에서는 매초 평균 1천3백44 달러어치가 거래되고, 연간 거래액은(2004년 기준) 2백40억 달러를 넘는다.

각 나라 이베이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물건도 5천만 가지가 넘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거의 다 있다. 독일 이베이 사이트에서는 7분마다 트랙터 한 대가 팔리고, 인터넷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한 인도에서는 5분마다 손목시계 한 개가 팔린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가,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프랑스에서는 만화책이 1분에 하나씩 팔린다(표 참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한국 옥션에서는 1분에 의류 24개가 팔린다(상자 기사 참조). 이베이에서 벌어지는 상거래, 그리고 이베이 상인들의 움직임만 보아도 세계 온라인 시장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온라인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전세계 온라인 시장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앤드루 두드레이 씨(33)는 포장용품을 팔아 연간 매출 100만 파운드를 올리고 있다.  
‘이베이 라이브’에서 만난 마거리트 스웝 씨(58·펜실베이니아)는 미국 이베이 사이트에서 중고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상인이자 온라인 마케팅 기술을 ‘전도’하는 강사다.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가르쳤던 그녀는 5년 전 집에서 쓰다 남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직업까지 바꾸었다. 스웝 씨는 “재혼한 나는 다리미를 비롯해 같은 종류의 물건과 훌쩍 자란 손자의 장난감이나 옷들이 많았다. 재미 삼아 그 물건들을 이베이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팔렸다. 내가 올린 물건들이 금세 나가자 사람들이 자기 물건도 팔아달라며 가져왔고, 나는 물건을 잘 파는 온라인 상인으로 유명해졌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그녀는 이베이의 온라인 상인을 교육하는 강사로 변신했다. 물건을 팔아서 버는 돈은 월 1천5백 달러로 많지 않고, 강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많다. 강연을 한 번 나갈 때마다 그녀가 받는 돈은 5백 달러 이상이다.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물건 5천만 가지 넘어

   
  벨기에의 데킨트 필립 씨(58)는 옛날 동전, 낡은 향수병 등에 ‘꿈’을 담아 판다.  
스웝 씨가 온라인 시장에서 물건을 잘 파는 비결은 ‘쌈박한’ 설명과 공들인 사진에 있다. 헌 옷이지만 코디를 잘 해서 사진을 이쁘게 찍고, 어울릴 만한 사람을 겨냥해 설명을 그럴듯하게 적어 사이트에 올리는 식이다. 스웝 씨는 “미국에서는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손자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 온라인 시장을 이용한다. 온라인 시장만 잘 이용해도 제2의 인생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 시장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새 직장을 구하는 대신 아예 온라인 상인이 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재미교포 최대연씨(24·LA)는 이미 3년째 온라인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온라인 상인이기도 하다. 그는 온라인에서 미국 대학 교재를 판매하는데,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미국 대학 교재 출판사들이 한국에 수출한 원서를 역수입해 미국 대학생들에게 팔아 마진을 보고 있다. 최대연씨는 “한국에 놀러 가서 보니 미국 원서 교재를 무척 싸게 팔았다. 대학 교재 가격은 그 나라의 GNP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데, GNP가 높은 미국에서는 한 권에 100~1백20 달러씩 하는 책이 한국에서는 40~50 달러 수준에 팔린다. 물류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이윤이 많이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타이완의 제임스 후왕 씨(24)는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온라인 상거래를 해왔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한 학기에 3천권 가량을 팔아 연간 4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져간 교재를 미국 내수용 교재 가격의 80% 수준으로 판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업하려 했던 최씨는 아예 이 사업을 직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요즘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같은 교재를 가져다 파는 이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온라인 비즈니스가 월급쟁이보다 훨씬 비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못지 않게 온라인 상거래가 활발한 곳이 유럽이다. 그 가운데서도 영국·독일·벨기에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영국 온라인 상인 앤드루 두드레이 씨(33)의 무대는 전세계 온라인 시장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포장용품을 팔고 있다. 주요 고객은 온라인 상인이다. 두드레이 씨는 “온라인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이 늘어나면 상품을 포장하는 제품 수요도 크게 늘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3 달러짜리 테이프 2개를 팔면서 시작된 그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2년 만에 연 매출액 100만 파운드를 거둘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재미동포 최대연씨(24)는 미국 대학 교재를 한국에서 역수입해 미국 대학생들에게 판다.  
그는 3M·팩티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우수한 포장용품을 싸게 사서 시중 가격의 70%에 판다. 그의 고객 10명 가운데 7명은 영국인이지만, 독일·미국·호주 등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상인도 그의 제품을 산다. 뮌헨·샌프란시스코·아이오와 등에 그의 물품 창고가 있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곧바로 물건을 배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다. 수신자 부담 전화를 개설해 다른 나라 고객들도 전화 요금 걱정 없이 전화를 걸 수 있게  하고, 크리스마스 때도 24시간 내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각별한 서비스에 힘써 온 덕이다.

벨기에의 데킨트 필립 씨(58)는 자기 취미를 살려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결과, 벨기에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막강한 온라인 상인으로 성장했다. 오래된 물건을 수입하는 것이 취미였던 필립 씨는 옛날 동전에서부터 오래된 장난감, 액세서리, 민속품, 낡은 향수병 등을 판다. 처음에는 그의 수집품을 하나둘씩 팔았는데, 옛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그는 벨기에는 물론 유럽 전역을 돌며 물건을 수집했다. 이른 새벽에는 벨기에 벼룩시장을 뒤지고, 주말에는 유럽 전역의 벼룩시장을 누빈다. 그렇게 수집한 물건에 마진 20%를 얹어서 파는 것이 그의 비즈니스 원칙이다.

인터넷 인구 1%인 인도에서 월 20만 달러 벌어

   
  미국의 마거리트 스웝 씨(58)는 인터넷으로 중고 의류를 팔면서 이베이 강사로 활동한다.  
그는 한 달에 2천~3천 가지 아이템을 판다. 물건만 여러 나라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도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의 고객 가운데 벨기에 사람은 5%에 불과하고 영국·독일·미국·중국·태국 사람이 대다수이다. 필립씨는 “낡았지만 가치 있는 물건을 잘 골라 수리한 뒤, 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꿈을 파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IT강국 인도의 온라인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기탄 바그와트 씨(32)는 매우 큰 규모의 온라인 상인이다. 집안 대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을 해온 덕에 바그와트 씨는 옷·가전제품·장난감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체로부터 누구보다 싼값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인도에서 인터넷 붐이 불던 2001년 바그와트 씨는 오프라인에서 팔던 제품을 시험 삼아 온라인에 올려 보았다. 컴퓨터공학도 출신인 그는 일찍이 인도 온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예상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반응이 미적지근했지만, 고객이 하나둘 늘어났다. 요즘 그가 온라인 판매로 버는 돈은 월 20만 달러 이상이다. 온라인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그는 중국이나 홍콩에서도 물건을 들여와 팔고 있다.

   
  인도의 기탄 바그와트 씨(32)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경영하면서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바그와트 씨는 “인도의 온라인 시장은 아직 태동기이다. 인도인의 1%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온라인 고객 10명 가운데 8명은 남자이고, 그들은 주로 시계·옷·휴대전화·보석 따위를 산다. 남자보다 구매력이 큰 여성들이 참여하면 이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도의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인터넷을 연결한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하고, 인터넷 전송 속도가 너무 느려 온라인 상거래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택배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배달 사고가 잦은 것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그와티 씨의 온라인 사업은 매년 10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타이완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다음으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곳이다. 제임스 후왕씨 (24)는 그런 타이완 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미국에서 타이완으로 넘어가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후왕 씨는 미국 중학생이던 10여년 전, 장난감 자동차나 배드민턴 라켓 등을 이베이에서 팔며 온라인 시장에 눈떴다. 미국 투자 회사에서 회계 담당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온라인 경매를 취미로 즐겼다. 그러다가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보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후왕 씨는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아시아 제조업체들의 제품을 팔아주고 싶었다. 힘이 약한 그들은 마땅한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고전하게 마련인데, 온라인이야말로 그들에게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후왕 씨는 직원 11명과 함께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LCD TV 등 가전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특이하게도 직원 11명은 모두 국적이 다르다. 후왕 씨는 “뿌리는 타이완에 두고 있지만 내가 내다보는 시장은 전세계이다. 각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잘 팔 수 있다고 판단해 직원을 국적이 다른 사람들로 뽑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후왕 씨가 파는 제품들은 12개국 언어로 설명된다. 후왕 씨는 인터넷 상거래로 매달 14만~15만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온라인 시장 규모는 2천3백60억 달러에 달했다. 이 시장 규모는 2007년이면 5천9백6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경이 없는 온라인 시장에서 각 나라 상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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