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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가

‘승자 독식’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자녀 출세=엄마 성공’ 인식도 한몫

안은주 기자 ㅣ anjosisapress.comkr | 승인 2005.07.08(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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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아이를 패자로 살아가게 할 수 없다는 부모의 욕구가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공부에 매달리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에서는 ‘교육’ 또는 ‘입시제도’ 이야기만 나오면 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것일까. 도대체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무엇이기에….

‘부가 부를 축적하게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없는 사람이 신분을 높일 있는 수단은 교육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와 극소수 부유층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승자 독식’ 체제가 굳어지는 사회에서는 교육 역시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돈 있는 사람이 더 양질의 교육을 받아 더 큰 힘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득이 가장 낮은 10% 가구에서는 교육비로 월 7만5천6백40원을 지출했다. 이는 가구 소득의 3.5%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러나 소득이 가장 높은 10% 가구에서는 교육비로 월 45만9천96원(전체 소득의 3.1%)을 지출했다(통계청 자료). 소득이 적은 가구가 소득 대비 교육비 지출 비중은 더 크지만, 절대 액수는 소득이 높은 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소득이 낮은 가구의 자녀는 교육 받을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교육비가 전체 교육비의 절반 가까이(47%)를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소득이 낮은 계층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양극화가 계속되면 고소득층에서는 인적 자본에 대한 과잉 투자가 발생하고 저소득층에서는 과소 투자가 발생해 국가 차원에서 인적 자본 투자의 전반적 효율성을 저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엄마는 미친 짓이다>에 따르면, ‘(미국) 엄마들은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립 학교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이유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고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서 패자의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즉, 소수 부유층이 좋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 주택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사회(승자 독식)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혜택과 자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에서 자기 자녀로 하여금 패배한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부모들의 욕구가 자녀 교육에 올인하게 하는 것이다. 중산층 가정일수록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며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제도 개선보다 엄마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

한국 사회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유독 더 교육에 올인하는 데는 다른 원인도 있다(한국은 GDP 중 개인교육비 지출 비중이 3.4%로 미국(2.3%), 일본(1.2%) 등에 비해서도 높다). 함인희 교수(이화여대·사회학)는 학벌과 서열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육체 노동보다 정신 노동에 더 가치를 두는 가치관, ‘자식 출세=엄마 성공’이라는 인식이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교육에 더 매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급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집에만 머무르면서 자녀 교육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고, 자녀의 성공으로부터 자신의 파워를 생산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함인희 교수는 덧붙였다. 특히 과거에는 여러 자녀 중에 한둘만 출세시키면 되었지만, 자녀가 1~2명밖에 없는 지금 가정은 엄마로 하여금 아이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게 한다는 것이다. < BR>
곽금주 교수(서울대·심리학)도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는 ‘제도보다는 의식과 환경, 문화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곽교수는 “정부나 대학이 논술을 강화하겠다고 하면 엄마들이 먼저 논술 공부를 시작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논술 학원으로 보내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도를 아무리 개선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제 정부는 제도 개선보다 엄마들의 의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부터 연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과잉 교육열은 서울과 대도시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한국 사회 분위기는 바뀌기 어렵고, 교육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끓는 사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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