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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법부, 거대 태풍이 몰려온다

수뇌부 인사 줄이어…‘안정형 대 법원장+개혁적 대법관’ 체제 유력

소종섭 기자 ㅣ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7.25(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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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윤무영
새 대법원장과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사법부가 초긴장 상태다. 법조계 내에서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부속 화하고 있는 법관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고 있다.
 

 


대법원장, 어떻게 뽑히고 무슨 권한 갖나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법조 경력 15년이 넘은 40세 이상인 사람 가운데 대통령이 국회 동의 (인사청문회)거쳐 임명(임기 6년)

●대법관(13명) 제청권
●헌법재판소 재판관(3명) 지명권
●중앙선관위·부패방지위·인권위 위원(각3명) 지명권

●대통령·국회의장에 이은 예우
●관용차 에쿠우스 제공
●공관 사용(한남동)


 

“대법원 안에서 거론되는 분도 있고, 밖에서 거론되는 분도 있다. 폭넓게 보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7월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 대법원장 인선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현 최종영 대법원장의 임기는 9월23일 끝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일정을 감안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늦어도 8월 중순 안에 새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은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40세 이상 법조인’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게 되어 있다.

지금 법조계 분위기는 태풍이 오기 전날 밤과 같다.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해서 1년 안에 법조계 수뇌부가 대거 바뀌기 때문이다. 대법관은 올 10월에 3명, 11월에 1명, 내년 7월에 5명이 퇴임한다. 내년 8~9월에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5명도 퇴임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합한 23명 가운데 15명이나(65%) 바뀌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 인사 태풍·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법조계 변화의 정점에는 차기 대법원장이 있다. 개혁 성향인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차기 대법원장은 구시대 최후의 대법원장이자 새 시대 최초의 대법원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법관·헌법재판관 23명 중 15명 바뀌어

   
 
ⓒ연합뉴스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63):전남 보성 출신으로 중도파로 평가된다. 대법관을 지냈으며 대통령 탄핵 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다.
 

대법원장의 힘은 ‘제왕’ ‘1인 권력’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막강하다. 우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에 대해 제청권을 갖고 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헌법재판관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 국가인권위원 3명, 부패방지위원 3명, 공적자금관리위원 1명에 대한 추천권도 갖고 있다. 2천74명에 달하는 법관, 2천명에 달하는 사법연수생, 1만명에 이르는 법원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도 대법원장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밖에도 판사 근무성적 평정, 예비판사 임용권, 법관 징계권 등 수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윤성식 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은 법원의 관료화·서열화를 강화한다. 그 정점에 대법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 재판은 결재를 받지 않는 만큼 인사권이야말로 법원을 움직이는 힘인데,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임 대법원장의 등장은 단순히 한 사람의 교체를 넘어서는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그 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사법부의 서열화·관료화 관행을 깨고, 사회 변화를 반영해 획일화·보수화 되어 있는 대법관들의 성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이런 문제 제기가 낯설지 않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은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에 비해 변화에 뒤떨어졌다. 내년까지 법원의 핵심 축이 대변혁되는 만큼 사람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조준희 언론중재위원장(67):경북 상주 출신으로 민변 출신 인권 변호사다.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나이가 대법원장 정년인 70세에 가깝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정치·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판결이 잇달아 내려진 것은 국민이 ‘법조 권력’의 실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와 달리 ‘누가 후임 대법원장이 되느냐’에 법조계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진작부터 법조계 안팎의 여러 단체들은 차기 대법원장 인선과 관련해 움직임을 보였다.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법원공무원노조다. 지난 5월부터 조직원 1만3천여명을 상대로 e메일 등을 활용해 설문 조사를 해왔는데, 7월 말까지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취합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다. 이중한 법원공무원노조 사법개혁추진단장은 “후보자에 대해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 의지,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 등 열 가지 기준을 정해놓았다. 철저한 내부 검증을 거친 뒤 후보자들을 공개 추천할 것이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변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7월21일 현재까지 추천된 후보 가운데는 법원 내부보다 밖에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중한 단장은 “조직원들은 법원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 대법원장이 외부에서 와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최종영 대법원장(오른쪽) 퇴임을 계기로 법조계 변화를 노린다.
 

‘대법원장 후보자 범국민 추천위원회’를 만든 참여연대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노총 등 1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도 7월27일 토론회를 열고 바람직한 대법원장의 기준을 놓고 의견을 나눈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지금까지 사법부는 과거의 오류를 반성해 본 적이 없다. 법원 스스로 개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 참여연대는 공개적으로 후보를 추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인맥창구’ 민변·우리법연구회에 눈길

차기 대법원장 인선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법조인 단체는 민변(회장 이석태 변호사)과 ‘우리법연구회’(회장 박상훈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다. 민변은 현정권 출범 직후부터 주목되어 온 참여정부의 법조계 인맥 창구다. 대법원장 인선 실무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문재인 민정수석과 전해철 민정비서관, 김진국 법무비서관이 모두 민변 출신이라는 점이 상징적이다. 김선수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도 민변 사무총장을 지냈다. 고영구 전 국정원장과 천정배 법무부장관도 민변 출신이다.

1989년 당시 강금실 김종훈 박윤창 등 판사 7명과 변호사 3명이 모여 창립한 우리법연구회는 현정권 들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비서관을 배출했다. 박주현 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비서관은 남편이 회원이어서 ‘회원 가족’이다. 우리법연구회는 김종훈·박시환 변호사 등 판사 시절 법원 내 개혁 흐름을 주도해 온 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여러 차례 논문집도 발간하는 등 연구 성과도 축적되어 있어 사법부에 불어 닥칠 변화의 흐름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법조계 개혁 작업의 양 날개인 두 단체는 약속이나 한 듯 이번 국면에서 일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민변 사무처장인 강기탁 변호사는 “7월 초에 있었던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민변은 추천 운동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한 회원은 여러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난 4월 이후 한 번도 모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판검사 등 제도권 경험이 많지 않은 변호사 중심이고, 우리법연구회는 전·현직 판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성향 면에서도 민변이 진보적인 쪽이라면 우리법연구회는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용훈 위원장·이홍훈 법원장 등 물망 올라

   
 
ⓒ연합뉴스
조무제 동아대 석좌교수(64):경남 진주 출신으로 ‘딸깍발이 판사’로 불릴 정도로 청빈하다.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반면 중도·보수 성향인 2백여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은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석연 변호사는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탄핵 사건 때 헌재는 탄핵감은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런데 당시 노대통령을 도운 법조인을 사법부 최고위직에 임명한다면 그것은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수적인 법조계 인사들 가운데는 이번 대법원장 인선을 진보 대 보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흐름도 엿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신임 대법원장 인선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개혁적인 사람을 대법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보적인 대법관도 있어야 하지만 사법부의 특성은 법적 안정성을 기본으로 해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장은 중도 인사가 맡아야 한다. 현정권 출범 이후 지나치게 민변 출신 인사들에게 치우친 느낌이 있다. 만약 민변 출신 대법원장이 탄생하면 상당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솔직히 너무 한쪽으로 기울었다. 추를 바로잡아야 한다. 재야 경험이 있는 분 중에서 개혁성이 있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 법원 개혁에 정부나 국회가 나서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사법부 인사에 적극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위는 참여연대가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는 모습.
 

현재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조준희 언론중재위원장, 이용훈 공직자윤리위원장, 조무제 동아대 석좌교수, 이홍훈 수원지방법원장, 유지담·손지열 대법관 등이다. 이들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조준희 위원장은 민변 창립을 주도한 인권 변호사인데 나이가 67세여서 대법원장 정년(70세)에 가깝다. 대법관 출신인 이용훈 위원장은 탄핵 사건 때 노대통령 변호인을 지냈다. ‘딸깍발이 판사’라고 불리는 조무제 석좌교수는 청빈 판사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흥훈 법원장은 사시 14회여서 현재 12회 이상이 포진해 있는 대법원 서열 구조가 일거에 뒤집힌다. 유지담 대법관은 ‘비주류’인 고려대 출신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업무를 무난히 수행했다. 손지열 대법관은 법원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합뉴스
이홍훈 수원지방법원장(59):전북 고창 출신으로 중도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고시 14회여서 대법원의 서열·기수화 구조로 볼 때 파격이다.
 

현재 청와대는 세 가지 방향에서 후보를 인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전직 대법관, 대법관을 포함한 현직이다. 파격적인 인사인가, 상대적인 개혁성을 찾을 것인가, 안정 지향으로 갈 것인가라는 갈림길에서 묘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찰을 바라보듯이 법원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법원은 독립성이 보장되는 조직이다. 파격적인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장은 법원 조직을 잘 아는 인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개혁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고, 대법관은 진보적인 인사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장은 상대적인 안정성을, 이어지는 대법관 인사에서는 개혁성을 중시하는 2단계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와 반대로 대법원장을 개혁적인 인사로, 대법관은 안정적인 인사로 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자일 경우는 이용훈 공직자윤리위원장이, 후자일 경우는 이홍훈 수원지방법원장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일부 인사들은 이위원장을, 민변 일부는 이법원장을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은 7월 말을 전후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선택하건 사법부에 큰 변화가 몰아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법관은 서울 법대 동창회?

전체 14명 중 12명 차지…“출신 대학 다양화해야”

앞으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법관 구성과 관련해 인적 구성뿐만 아니라 출신 대학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지적은 대법관 다수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법적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수자·지역에 대한 배려와 함께 특정 대학에 치우친 대법관들 면면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명으로 86%에 달한다. 유지담·배기원 대법관만이 각각 고려대 법대와 영남대 법대를 졸업해 ‘색깔’이 다르다. 지난해 여성 최초로 김영란 대법관이 탄생해 인적 구성이 변화했으나, 대학 편중 현상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법관이 서울 법대 동창회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고시 합격생 다수가 서울 법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고시 14회 출신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대법관 다수가 서울 법대 출신인 것은 당연하다. 당시 60~80명을 뽑았는데, 합격자의 70% 이상이 서울 법대 출신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이 ‘서울대 출신 대법관’으로 상징되는 엘리트·보수·획일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출신 대학을 다양화하는 것이 법원과 일반 시민 사회의 소통 통로를 좀더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출신 대학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고질처럼 되어 있는 ‘서열화’ 구조를 깨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윤성식 판사는 최근 낸 ‘대법원장의 권한과 그 범위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법관들은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승진으로 생각해 동기나 후배 기수가 대법관이 되면 퇴직하는 것이 관례화했다. 이것은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서열화를 강화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기수가 대법원장보다 위인 사람도 대법관을 할 수 있고, 훨씬 아래인 사람도 대법관을 할 수 있는 개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법대 편중 현상은 대법관과 같은 대우를 받는 헌법재판관도 비슷하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주선회 재판관과 전효숙 재판관만이 각각 고려대 법대와 이화여대 법대를 나왔다.

배경과 성향이 비슷한 대법관 구성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참여연대가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대법관 추천 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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