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강탈한 것 맞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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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진실위 조사 결과 발표…<시사저널> 최초 보도 공식 확인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위원장 오충일)는 7월22일 ‘정수장학회(과거 부일장학회)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 사건은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 의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에 의해 발생했으며,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의 핵심인 언론 자유와 사유재산권이 최고 권력자의 자의와 중앙정보부에 의해 중대하게 침해당한 사건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및 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한국문화방송이 당시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해 헌납 또는 매각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발표는 이 사건을 최초로 기사화했던 <시사저널>의 보도 내용을 공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7월 ‘박정희 정권이 부일장학회를 강탈해갔다’는 고 김지태씨 유족과의 인터뷰를 특종 보도한 이후 모두 여덟 차례 후속 보도를 하며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사저널 771`772`774`801`820호 참조)

국정원이 발표문에서 핵심적으로 언급한 ‘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한국문화방송을 5·16장학회에 기부한다는 고 김지태씨 등 당시 주주들의 기부승낙서가 변조되었다’는 내용도 지난 2월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했던 내용이다. 국정원진실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기부증서 등 문건 7건에 대한 필적의 동일성과 기부 일자 변조 여부를 감정한 결과, 기부승낙서의 날짜가 1962년 ‘六月 二十日’에서 한 획을 가필해 ‘六月 三十日’로 변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발표했다. 김지태씨는 당시 6월22일 감옥에서 석방되었기 때문에 기부승낙서를 언제 썼는지는 재산 헌납의 자발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부산일보 “박근혜 대표가 매듭 풀어야”

국정원 진실위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해 헌납 또는 매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에서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 김지태씨의 유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정수장학회를 쇄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정원 발표 이후 부산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은 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정수장학회 관련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공동대표 박영미·임동규)는 7월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 이사장 및 이사진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신망 있는 인사들로 이사진을 새로 짜 명실상부하게 공익 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노사 공동으로 ‘정수장학회 사건 취재팀’을 만든 부산일보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부산일보 노동조합 김승일 위원장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사진을 새로 짜고 박대표도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과거 강탈 행위에 대해 고 김지태씨와 유가족,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라고 논평했다. 열린우리당은 국정원 발표가 박대표를 공격할 수 있는 호재라고 보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계획이어서 박대표는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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