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창당 신호탄’ 쏘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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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 신당 ‘정책연구소’ 출범…여론 우호적이나 유력 인사 안 모여 고민

 
7월26일 중부권 신당의 정책 연구소가 뜬다. 이름은 ‘People First Academy(PFA)'. 지난 3월8일 자민련을 탈당하면서 중부권 신당론을 지핀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탈당 이후 141일만에 신당의 모체가 되는 공식 조직을 처음으로 띄우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신당 창당의 로드맵을 준비할 계획이다. 정진석 의원은 “사실상 정책연구소 설립은 신창 창당을 위한 신호탄이다”라고 말했다.

피플 퍼스트 아카데미의 초대 이사장은 지방자치 전문가인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이 맡았다. 아카데미는 일단 신당의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를 만드는 연구소 기능을 수행한다. 통상 다른 정당의 아카데미에서 하는 교육·연수 사업은 창당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부터 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1단계로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창당 준비위가 꾸려지면 정당 조직으로 전환된다. 8월·9월쯤에 발기인 모임을 갖고 늦어도 11월까지 창당준비위를 띄우고 내년초까지는 당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신당 추진세력은 9월 중순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을 순회하며,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알리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향후 서울, 대전,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에 아카데미를 분원 형태로 연이어 설립할 계획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장악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심대평 지사의 한 측근에 따르면, 연구소 이름은 심지사가 직접 작명했다. 3선 지사를 역임하면서 ‘민본 행정’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자 했던 심지사가, 진보·보수 이념을 떠나 ‘국민 중심’ 정당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피플 퍼스트’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 측근은 “평소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싶은 것이 지사의 소망이었다. 그동안 인물 중심으로 정당이 급조된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번에는 정강·정책을 먼저 만들고 그에 따라 미국식 분권형 정당을 출범시키자는 생각으로 정책 연구소를 먼저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신당 추진 세력은 최근 단합대회와 신당 출현에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 6월11일, 신당 단합대회 격으로 충남 공주시 금강 둔치와 공산성 일원에서 ‘금강사랑 나라사랑 자연보호활동과 새 정치 실천 다짐대회’를 열었는데, 수천 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린 것. 신당 추진 세력에서 대변인 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영호 전 대전 동구청장은 “공주 행사에 1천명 정도 올 것으로 여겼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신당 추진 세력은 최근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지난 7월5일 리서치 앤 리서치가 충청 지역의 성인남녀 4백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9%포인트)에서 중부권 신당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51.1%에 이르렀다. 중부권 신당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35.3%였다. 앞으로 충청권을 대표할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도 심대평 지사가 가장 많은 응답률(30.6%)을 보였다.

 
충청투데이와 한국지역여론연구소가 지난 7월13일에 대전·충남·북 성인 6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대략 유사했다(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0%). 중부권 신당 창당에 대해 응답자의 45.8%가 찬성한다고 답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인 35.8%보다 많았다. 중부권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를 가정해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중부권 신당이 20.2%로 열린우리당(17.8%)와 한나라당(16%)보다 높았다.

대전·충남의 대표적 인터넷 신문인 디트뉴스24의 김중규 편집국장은 이런 결과를 “세3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중규 편집국장은 “한나라당에 표심을 주기는 싫고, 열린우리당의 행정도시 기대 효과는 반감된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결사체가 필요하다는 저변 여론을 중부권 신당이 선점했다”라고 말했다. ‘중부권 신당의 실체가 없고, 세가 모이지 않는다’고 대답한 다른 언론사의 고위 관계자도 중부권 신당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했다.

그런데 이들이 보기에 신당 추진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문제점은 세몰이이다. 지역민의 호기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전국적 인물들이 가세하지 않아 탄력이 붙지 않고 주춤하다는 것이다. 한 지역 언론사의 고위 관계자는 “전국 정당이 되려면 젊은 인재들과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인사가 모여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고 있다. 본인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유일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인 홍문표 의원은 아예 신당을 ‘전(前)자들의 모임’으로 평가 절하했다.

홍의원은 “신당이 1만명 등산대회를 계획했다가 그만한 인원이 모이지 않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내가 알기로 얼마 전에 있었던 공주 단합대회도 세 차례 연기되었다가 열린 것이다. 단합대회에 ‘현(現)’자(현직 단체장·지방의원)들은 거의 없고, ‘전(前)’자(전직 단체장·지방의원)들만 모여 있어 실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신당에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고건 영입이니, 민주당 연대설이니 외부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는 ‘설’만 모락모락 피워올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인제, 심대평과 자민련 통합 중재

열린우리당의 이 관계자는 신당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로 자민련과의 통합을 짚었다. 현재 자민련의 이인제 의원이 김학원 자민련 대표와 심대평 지사 사이에서 통합 논의를 중재하고 있다. 또 자민련의 김낙성 의원은 ‘신당이 창당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자민련의 조직을 승계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며 통합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 심대평 지사와 김학원 대표는 통합에 시큰둥해 보이지만 지방 선거를 앞두고 중부권 신당과 자민련의 통합 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열린우리당 충청 지역의 한 관계자는 “지방 선거는 50% 남짓한 투표율을 보여 다른 어떤 선거보다 조직 투표 성격이 강하다. 두 당의 지지세가 이권 단체, 토호 세력으로 겹치는 상황에서 지방 선거가 다가오면 공멸의 위기감을 느껴 바닥 조직부터 통합 요구가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중부권 신당의 대변인 격인 임영호 전 구청장은 “서로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통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창당 수순을 밟는 게 우선이다.  우리가 실체를 확실히 한 다음에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당도 만들어지기 전에 통합하면 ‘도로 자민련’이 되어 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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