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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부대를 어찌 잊으랴

중국, 20년 추적 끝에 생체실험 희생자 명단 공개

베이징 · 정주영 통신원 ㅣ | 승인 2005.08.12(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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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일제 침략 당시 중국인·한국인 포로들을 생체 실험 도구로 사용해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부대 유적. 종전 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일본이 중국에서 저지른 생물 화학 범죄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해마다 8월이면 한국인과 중국인 들은 오래된 상처로 동병상련한다. 일제가 침략 전쟁때 무고한 양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들이 만들어낸 상처 탓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일제의 생체 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731부대 희생자들의 명단이 일부 공개되었다. 이 가운데 ‘이기수’ ‘한성진’ ‘김성서’ ‘고창률’이라는, 누가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한국인 이름이 나왔다. 구체적 실존 인물을 우리 앞에 세움으로써 쓰라린 과거는 더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731부대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관동군이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이다. 이 부대는 1932년 창설되어 종전 막바지까지 전쟁 포로 및 민간인 3천여명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17개 연구반으로 편성된 이 부대는 ‘마루타’라고 불린 인간을 대상으로 세균 실험·해부 실험·냉동 실험·진공 실험·신경 실험·가스 실험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끔찍한 실험을 했다.
  이 부대는 훗날 미군에 ‘접수’되었다. 1947년 미국 조사에 따르면, 1936~1943년 만든 인체 표본만 해도 페스트 2백46개, 콜레라  1백35개, 유행성 출열혈 1백1개 등 수백 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부대 관련자들은 종전 이후 실험 자료를 미국측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면죄부를 받았고, 역사적 판결이 완결되지 못한 채 이 문제는 계속 후대의 과제가 되었다.
 
일본 부대장 메모도 새로 발견

최근 새로 밝혀진 희생자 명단은 731부대 소재지였던 하얼빈 시 사회과학원 731부대 연구소 소장 진청민(金成民)과 지금은 작고한 한샤오(韓曉)의 20여 년에 걸친 연구와 추적의 결과물이다. 진청민과 한샤오는 중국 중앙과 지방 문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일본군 관련 문건 가운데서, 731부대로 ‘특별 이송’된 희생자들의 명단을 발견했다. 

   
 
ⓒAP 연합
중국 창춘에서 일본군이 화학 무기를 버리고 간 현장을 조사하는 중국 관계자들.
 
이번에 발표된 특별 이송의 희생자는 1천4백63명이고, 그 중 3백18명의 이름이 확실히 밝혀졌다. 외국인 피해자는 25명이며, 이 중 6명이 조선인이다. 조선인 중에 구체적인 이름이 밝혀진 사람은 앞서 열거된 4명이다. 731 부대에 특별 이송된 이들 중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왔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일본이 잔악한 생체 실험을 벌인 곳은 731부대뿐이 아니다. 일본 육군 참모부가 난징(南京)에 만들었던 1644부대도 그 임무가 바로 생체 실험 및 생물 화학 무기 생산이었다. 이 부대는 실제로 과거 일제 침략 전쟁때 일본이 중국 인민을 상대로 벌인 모든 세균전에서 주력 부대였던 731부대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였다. 

중국 난징 시 중앙에 자리한 한 병원에서 얻어진 실험 성과들은 1km 정도 떨어진 지우화(九華)산 밑에 있는 '죽음의 공장'으로 옮겨져 무기로 생산되었다. 그러나 일본군이 난징에서 생체 실험을 하고 생물 화학 무기를 만드는 6년 동안 그 지역 주민들은 물론 중국 정부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난징 1644부대 외에 중국 대륙에 존재했던 인체 실험실은 창춘(長春) 100부대, 베이징(北京) 1855부대, 광저우(廣州) 8604 부대 등 5개이며, 이들을 주축으로 중국 전역에서 인체 실험이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
 
“아우슈비츠처럼 국제 문화 유산 등재하자”

그러나 731부대로 대표되는 일본의 생물 화학무기는 흘러간 과거에만 드리운 잔영이 결코 아니다.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버리거나 파묻었던 화학 무기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에 드러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중국인들 사이에 일제 화학 무기의 악몽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발생한 이른바 ‘8·4 사건’은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헤이룽장성 치치하얼(齊齊哈爾) 시에서 발생한 독가스 누출 사건이다. 침략 전쟁 때 중국 치치하얼에 주둔했일본 516부대도 독가스 전문 개발 부대였다. 이 부대는 퇴각하면서 수많은 가스통을 매장하거나, 강이나 호수에 버렸다.
 
그리고 2003년 8월4일, 건설공사장에서 땅을 파던 인부가, 그곳에 매장되어있던 독가스통을 건드렸다가 폭발 사고가 난 것이다. 이후에도 치치하얼 시에는 곳곳에서, 그리고 빈번하게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늘었다. 지금까지 천여 개에 달하는 가스 폭탄이 발견되었지만, 아직 몇 개가 더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일본 군의가 마취도 하지 않고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  
독가스만이 아니다. 일본군이 퇴각한 직후인 1946년에는 페스트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쥐들이 튀어나와 당시 마을 주민 100여명을 몰살시킨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이자 일본이 방치한 생물 화학 무기 전문가인 부핑(步平)은,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 발견된 생물 화학 폭탄은 약 2백만 개에 달하고, 10여 곳의 성과 시에 분포되어 있다고 밝혔다.

치치하얼에서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 정부는 자기네가 버리고 간 화학 무기의 존재를 줄곧 부인했다. 피해자 외에, 731부대에 끌려갔던 희생자들의 명단 등 구체적인 물증이 나오고 있는 현재도 일본 정부는 생체 실험 사실과 생물 화학 무기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중국측 피해자들이 오래 전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운동을 벌여왔지만, 일본측의 태도는 완강하다.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는 1999년에 있었던 1심 판결에서, 731부대 관련 중국인 피해자 10여 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데 이어, 2002년 또 한번 중국측에 패소 판결을 냈다.

그러나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쿄 지방법원은 당시 “피해 사실은 인정하지만 국제 관습법화되지 않았다”라고 함으로써, 731부대의 활동을 이 때에서야 비로소 처음 인정했던 것이다. 도쿄 고등법원은 지난 7월19일 731부대의 세균 실험에 의해 해를 보았다며, 중국인 유족 1백8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에서 ‘1인당 1천만 엔을 배상하라’는 원고측 청구를 기각했다.
 
중국이 731부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직후, 731부대 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시로의 종전 당시 메모 노트 2권이 발견되면서 일본의 만행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실랑이는 또 한번 전기를 맞게 되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더 확실하고 결정적인 증거 자료가 또 하나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는 최근  731 유적지에 조성한 박물관을 아예 유네스코에 국제 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일본의 히로시마 평화 박물관이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전쟁 유적지의 세계 유산 등재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명백하다. 731 유적지를 국제 유적지화해, 일본이 숨기고 싶은 범죄 행위를 ‘국제적으로’ 알려 수모를 주자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사회과학원이 중앙 정부의 두뇌집단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  십 년을 공들인  사회과학원 연구 자료들은 중국 당국이 일본을 향해 날리는 ‘역사학 폭탄’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일본에서 2005년은 ‘패전 60주년’ 또는 ‘종전 60주년’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일제 침략 전쟁을 물리친 ‘승전 60주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올해 731부대의 반인륜 범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유난히 큰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라는 노골적인 주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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