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한국’ 떠받치는 시스템 해결사
  • 장영희 전문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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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DB 엔진·운영체계 등 3대 핵심 기술 국산화…IBM·오라클에 당당히 맞서

 
IBM이 어떤 기업인가? 1백9년 전 미국 뉴욕 주 아먼크에서 태동한 IBM은 서버·스토리지·PC 같은 하드웨어부터 각종 소트프웨어, 컨설팅 서비스로 기업의 IT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2003년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8백91억 달러·76억 달러나 되며 전세계 1백64개국에 네트워크(32만명)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세계 최대 기술 기업에 도전하는 ‘겁없는’ 한국 기업이 출현했다. 바로 티맥스소프트다.

8월17일 서울 대치동 티맥스소프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국 사장(58)은 ‘IBM이 목표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범위와 기업 규모 등 어느 것 하나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지만, 김사장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밝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원천은 ‘티맥스 혼’이었다. 그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티맥스 사람들이 큰일을 해낼 것이라는 결기를 보였다.

 

티맥스를 진두 지휘하는 사령탑은 김사장이지만, 이 회사의 오늘을 설명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창업자인 박대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다. 1997년 티맥스를 창업한 박교수는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해 10대부터 학교가 아니라 직장을 전전했다. 컴퓨터 근처에도 못갔던 그에게 우연히 찾아온 은행 전산실 근무 기회는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에게 열병과도 같았던 학업을 30세가 넘어 결행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을 뿐더러 결국 티맥스를 차리게 했던 것이다. 그는 전산실에 근무할 때부터 우리 기술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겠다는 집념을 불태웠고 이 꿈을 미국 오리건·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유학 시절 구체화했다.

교수 직을 병행하며 그야말로 날밤을 세우는 악전고투 끝에 창업 1년 만에 개발한 것이 ‘티맥스’라는 이름의 트랜젝션 모니터링 솔루션이었다. 티맥스는 시스템의 과부하를 제어해 다운을 막고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한 100% 국산 소프트웨어였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휴대전화·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 특히 기업 시스템 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런데 IBM·오라클· MS ·CA(컴퓨터 어소시에이츠)·BEA시스템즈·SAP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티맥스라는 한국의 신생 기업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티맥스는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던 어려운 길을 갔다.

지금이야 한국의 거의 유일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불리지만, 창업 후 2~3년 간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았다. 티맥스는 외국산에 비해 기술적으로 전혀 뒤질 것이 없고 가격도 쌌지만, 시장에 내놓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는 소비자들의 배타성이 유독 강했다. 써보지 않은 것은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고난에는 이골이 났던 박교수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터라 절망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늘은 그와 13명의 엔지니어들을 배반하지 않았다.  1999년 10월 티맥스가 국방부의 전산 시스템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 소식은 티맥스의 평판을 급속히 끌어올렸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주문을 몰려들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박교수는 ‘제우스’라는 웹 어플리케이션 서버(와스·WAS)를 개발했다. 제우스는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웹·자바 프로그램을 쉽고 빠르게 구현하는 솔루션인데, 특히 e비즈니스를 위한 인터넷 기업들의 필수 소프트웨어였다. 제우스를 시장에 내놓은 2000년 10월 티맥스의 와스 시장 점유율은 고작 1~2%였지만, 2003년  23.9%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BEA시스템즈·IBM·오라클 같은 강자들을 보기좋게 제친 것이다. 지난해에는 2등인 BEA와 격차를 더 벌렸다.  IBM·BEA·오라클보다 앞서 ‘J2EE1.4’(기업용 자바)라는 세계 품질 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2003년 박교수는 자신은 최고 기술 책임자(CTO)로 남고 김병국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LG CNS라는 시스템 통합 업체 부사장 출신인 김사장은 박교수의 거듭된 요청을 고사했지만, 경기도 분당 기술연구소를 방문하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 곳의 기술 인력들을 접하면서 김사장은 티맥스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프로프레임 등 새 성장 동력도 확보

지난해 티맥스는 기업으로서 일대 전기를 맞았다. 제우스·티맥스라는 미들웨어(기업의 컴퓨팅 환경에서 시스템 부하를 분산하는 등 안정적인 시스템 운용을 돕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서 ‘토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일대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티맥스는 지난해 ‘프로프레임’(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솔루션) ‘오픈 프레임’(리호스팅 솔루션) ‘티베로’(차세대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비즈마스터’(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솔루션) ‘시스마스터’(성능 관리 솔루션) ‘시스키퍼’(서버 보안 솔루션) 등을 한꺼번에 내놓아 관련 업체를 경악시켰다.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운영체계(OS)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티맥스는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 엔진·운영체계라는 IT 3대 핵심 기술을 모두 거머쥐게 된다.

티맥스의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은 프로프레임과 오픈 프레임이다. 시장 변화에 대응력을 높이고 유지 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프로프레임은 이미 신한·조흥 통합 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으로 채택되어 이 은행의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SK텔레콤이 구축하고 있는 차세대 마케팅 시스템(NGM)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작업은 IBM·오라클 연합군이 개발하다가 손 든 것을 티맥스가 접수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김사장은 강조했다.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 프로그램을 유닉스·리눅스 기반의 열린 환경으로 전환하게 하는 오픈 프레임의 경우도 삼성생명이 테이프를 끊었다. 기간계 시스템 작업에 채택한 것이다. 김사장은 티맥스의 또 다른 야심작 ‘티베로’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DBMS)인 티베로는 지난해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시스템에 공급되어 성능을 인정받았다.

물론 프로프레임·티베로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제품은 수익성이 높지만, 아직 티맥스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제우스와 티맥스로 대표되는 미들웨어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95%나 되었다. 하지만 김사장은 이 비중이 올해 말 50%대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더 크게 떨어지리라고 낙관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려 잡은 것도 이런 낙관에 기인한다.

요즘 김사장이 골몰하는 이슈는 해외 시장 진출이다. 한국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여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절대 명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51%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김사장은 재무·기술·인적 역량이라는 삼박자로 전열을 정비해 내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글로벌 리더십 확보는 지난 6월 설정한 ‘2010년 세계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비전 달성과 동어 반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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