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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비자금에 묶인 '삼각 커넥션' 있었나

김우중-조풍언 거액 거래 확인...DJ와의 관계도 '의혹'

장영희 전문기자 ㅣ view@sisapress.com | 승인 2005.08.29(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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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재미 사업가 조풍언씨(위)는 김우중 자금관리인이자 메신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마침내 ‘김우중 비자금’ 뇌관이 터지는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재미동포 무기상조풍언씨(67)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거액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직전 김씨가 김대중 정부 실세들과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포괄적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지만, 로비 경로와 대상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었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8월25일자 동아일보는 김씨가 대우그룹 흥망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국민에게 밝힌다는 차원에서 공개를 결심했으며, 이르면 25일 검찰에 로비 시도 및 금액, 출국 경위 등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은 26일 김씨가 '그렇게 한 적도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물론 DJ측은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재까지 조씨를 통한 김씨의 ‘최후 구명 로비’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과연 DJ에게 최소 100억원에 달한다는 로비 자금이 전달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날 검찰은 적어도 김우중-조풍언 관계가 석연치 않음을 시사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1999년 6월 (주)대우 영국법인의 비밀 계좌(BFC)에서 4천4백30만 달러(당시 환율로는 5백11억원, 현재 4백40억원)를 인출해 재미 사업가 조풍언씨가 대주주로 있는 KMC인터내셔널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라고 밝힌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3개월 뒤인 9월 2천4백30만 달러로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백58만주(71.59%)를 주당 1만8백85원씩 2백81억원에 사들였으며, 매입한 지 8개월 후 일부인 95만주를 높은 가격에 처분해 2백91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했다. 당시 대우정보는 미국계 투자사와 5천억~7천억 원에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연매출 2천억원대를 기록했다. 이런 알짜 기업을 김씨가 조씨에게 2백억원대 헐값에 팔아버렸으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 조씨는 나머지 2천만 달러로 역시 자기 소유인 미국 LA 소재 라베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대우통신 전자교환기 사업을 9백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2백30억원을 납입했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부결되어 인수가 무산되자 94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했다. 결국 KMC와 라베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총 4백억원대가 조씨에게 흘려들어간 셈이다. 이 거래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은 김씨가 조씨의 명의만 빌렸을 것이라는 ‘재산은닉설’과, 조씨에게 당근을 주고 그를 로비스트로 활용했으리라는 ‘로비설’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이 밝힌 이 거래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대우 은닉 자금을 추적해온 예금보험공사가 2001년 11월 발표한 내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 때 예금보험공사는 이 돈을 김씨가 은닉한 재산이라고 규정했다. 대우 부실 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가 2002년 9월 김씨와 조씨 등을 대상으로 대여금 6백47억원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도 예금보험공사의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재산 은닉용’ ‘로비용’ 등 추측 구구

물론 이 거래에 대한 김씨와 조씨의 주장은 다르다. 김씨는 조씨에게 빌린 돈을 BFC에 넣어두었다가 되갚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증빙 서류는 제출하지 못했다. 검찰이 8월 말 김씨를 추가 기소하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적용을 자신하는 이유다.

조씨도 이 돈을 채무 변제용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를 직접 만난 거의 유일한 매체이자 미국 LA 교포 언론인 <선데이 저널> 인터뷰(2003년 5월)에서 조씨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에게 김회장이 7천5백만 달러를 꾸었다. 김회장은 IMF 사태로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자신이 소유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4천5백만 달러어치를 주면서 한달 뒤 두 배로 뛸 것이니 팔아서 본전을 챙겨 가라고 했다. 그러나 주식이 폭락하면서 2천5백만 달러만 찾았다”.

   
 
ⓒ연합뉴스
최근 김우중 전 회장(왼쪽)이 조풍언씨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에게 최후의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8월23일 2차 공판에서 김우중씨는 재차 ‘대우를 다른 기업(현대)처럼 도와주었다면 해체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대중 정부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7개월 뒤인 2003년 말 <선데이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씨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7천5백만 달러 가운데 5천만 달러는 내가 이미 갚았다. 그 문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거짓말로 보인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대우정보시스템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25일 현재 그가 40% 지분을 가진 KMC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45.3%를 가진 최대 주주이다. 주가도 떨어지기는커녕 되레 올랐다. <선데이 저널>은 조씨가 군납과 무기 거래 등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말했지만 유독 대우정보시스템 관련 부분은 극도로 말을 아껴 의아했다고 전했다. 이미 골프장을 3개나 소유한 조씨는 또 다른 골프장을 인수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교포 사회에 알려져 있다. 

그동안 예기치 않게 혹은 폭로 등을 통해 ‘김우중-조풍언-김대중 삼각 커넥션’을 추론할 수 있는 정황 증거는 적지 않았다. 조씨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실세들과 가까워 김대중 정부의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거론된 인물이다. 1999년 DJ의 일산 자택을 6억원에 사들였으며, 이른바 ‘DJ의 숨겨진 딸’을 돌본 이도 조씨였다고 한다. 그래서 조씨는 DJ의 뭔가 드러낼 수 없는 사안을 도맡아 처리한 DJ의 막후 측근으로 불렸다. 이에 대해 조씨는 “DJ와 부친 때부터 친분이 있었지만 무기 거래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김우중씨의 경기고 2년 후배다. 무기상인 그가 먼저 이런 학연을 고리로 김우중씨에게 접근했고, 김씨가 사업이 어려울 때 상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 한 대우 출신 인사의 말이다. 조씨는 김씨에 대해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관계가 돈독했고 그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조씨는 김우중·김대중 사이를 연결한 메신저이며 김우중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했을까. 물론 이런 의혹을 조씨는 전면 부인했다. “김회장이 대우를 살리려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김대중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나 역시 메신저 역할을 한 적이 없다.” 김씨는 DJ가 대통령이 될 때 확실하게 밀어준 경제인이었고 그와 한동안 밀월을 구가했지만, 대우 사태가 가파르게 치달으면서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잡하고 미묘해 보이는 세 사람의 관계를 규명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김우중 비자금의 실체로 돌진해가는 결정적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그가 귀국한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가족 명의 재산을 통해 재기를 모색한다는 세간의 관측과 무관할 수 없다. 우선 총 200억 달러나 되는 조성 자금 가운데 13억 달러의 용처가 규명되지 않은 BFC의 비밀을 푸는 것이 관건이다. 비자금 조성 및 은닉 재산 창구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리는 퍼시픽인터내셔널이다. 영국령으로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인 케이만 군도에 소재한 페이퍼 컴퍼니인 이 회사는 조씨 소유로 알려져 있고, 대우개발 후신인 필코리아리미티드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분율이 무려 90.8%에 달한다. 김씨의 부인 정희자씨는 고작 9.2% 지분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03년 8월 대표이사 회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필코리아가 이른바 외자 유치로 주인이 바뀌는 대변동이 일어났는데도 태국인 이사 한 사람이 추가된 것 외에는 전문경영인 변동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필코리아는 경주 힐튼호텔과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 경남 양산 에이원컨트리클럽, 선재미술관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등을 대우건설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 필코리아는 대우조선소 근처인 거제시 장목면 송진초리 일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김우중가 거의 대부분의 재산과 필코리아가 연관되어 있고, 이 필코리아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정체 불명의 퍼시픽인터내셔널이다. 그래서 김씨가 자기 가족 재산을 통해 재기와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오는 30~31일 김 전 회장에 대해 BFC 자금 일부를 개인적 용도에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장 계열사 미신고 혐의 등을 추가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 대한 3차 공판은 9월13일 열릴 예정이다.
장영희 전문기자 view@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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