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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누가 PK를 움직이 는가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부산·울산·경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대한 전문가 집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맹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숙이 기자 ㅣ sookyisisapress.com.kr | 승인 2005.09.02(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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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누가 지역을 움직이는가’를 기획하면서 부산·울산·경남을 함께 갈 것인지, 부산·경남과 울산을 따로 조사할 것인지 고민했다. 경남 울산시가 1997년 울산광역시로 독립하면서 광역단체 세 개를 묶어야 하는 버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의 뿌리가 기본적으로 하나라는 판단에 따라 일단 통틀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다른 권역에 비해 2백명 더 표본 수를 늘렸고, 조사 결과도 각 지역별로 교차 분석을 해서 지역별 특성도 따로 추려냈다. (편집자주)

   
   
이번 조사 결과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무주 공산’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포스트 YS,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이끌어갈 이 지역 맹주가 도드라지지 않은 채, 그나마 각당에서 이 지역을 대표한다는 인사들이 영향력을 분점하고 있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 1,2,3위는 허남식 부산시장, 김태호 경남도지사, 박맹우 울산시장이 나란히 차지했다. 각 권역마다 인사권·예산권 등 행정력을 장악한 현직 단체장이 선두권을 차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에서 46.8%, 울산에서 19.6%, 경남에서 20.8%를 얻었고,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부산에서 15.4%, 울산에서 16.5%, 경남에서 51.4%를 얻었다. 두 사람 다 자기 텃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1, 2위간 차이가 오차 범위 안에 있어 인구 대비 표본 수를 감안하면 순위에 크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위 세 사람이 얻은 전체 수치를 보면 다른 권역 단체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세 사람 다 초선인 데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2004년 6월 각각 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터라 자기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겨우 1년 남짓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 사람 다 안상영·김혁규·심완구라는 이 지역 터주 대감들의 뒤를 이었기 때문에, 전임자들의 그림자가 적지 않게 드리워 있는 상황이다.

   
 
ⓒ동서대 홍보실
부산 동서대 특강에 나선 이명박시장
 
단체장 트리오를 제외하면 영향력 베스트 10에 든 나머지 인사들은 열린우리당 2명, 한나라당 3명, 민노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다양하다. 베스트 10의 면면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민주당, 중부권 신당 중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기우는 모습을 보인 여타 지역에 비하면, 인물 면에서는 어느 한 진영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몽준·권영길 등 대권 주자로서 이미 전국을 누빈 스타 정치인들이 서로 다른 세력과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데다, 이 지역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 가운데 아직은 지역 대표 선수라고 할 만한 인물이 도드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소속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혁규 의원은 각기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과 권철현 의원은 각각 경남과 부산에 지역구가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울산을,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경남을 근거지로 하고 있고, 유일하게 이 지역 출신이 아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표 정치인 부재’ 상황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다른 권역 조사를 보면, 영향력 종합 순위에서는 대체로 단체장이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정치인’ 분야로 가면 단체장보다는 정치인들이 상위권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 분야에서도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선두를 다투었고, 나머지 정치인들은 그 뒤를 이었다. 그나마 열린우리당에서 이 지역을 대표한다는 김혁규 의원(비례대표)이 3위로 뛰어오른 것과, 종합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에 있던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이 권영길 의원(민노당)을 제치고 정치인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의원은 권철현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서 부산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당별 영향력으로만 보면 부산·울산·경남은 여전히 한나라당 텃밭이다. 3개 광역 단체당이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고, 국회의원 역시 한나라당 출신이 전체 41개 지역구 가운데 35명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또는 세력’으로 한나라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42.3%). 이는 부산(41%)·울산(32%)·경남(47.9%)에서 다 같은 흐름이다. 열린우리당은 비록 2위를 차지했지만, 그 수치가 8.6%로 미미하다.

“한나라당 의원들, 서로 발목 잡아 못 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안에서 포스트 YS는 쉽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로 발목을 잡고 있어서”라고 풀이했다. “2002년 부산시장 경선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권철현 의원이 후보로 나섰는데, 나머지 부산 출신 의원 16명이 모두 안상영 후보를 지원해 권후보가 결국 간발의 차로 떨어졌다. 그때 논리로는 ‘코앞에 닥친 대선에 전념하려면 단체장은 행정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였는데, 속내는 동료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이 앞서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3선 중진급인 김무성-권철현 의원이 건건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지역 단체장들에게 적지 않은 입김을 내뿜는 것도 누구 하나 먼저 치고 나가기 힘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8월 말에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만 해도 양 진영은 당 혁신안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박형준·김희정·이성권 의원 등 이른 바 권철현계는 지방 선거 전에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며 당 혁신안에 찬성한 반면, 친 박근혜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은 박대표 지도체제를 뒤흔드는 당 혁신안을 반대했다.

   
 
ⓒ연합뉴스
부산 서면역 지하철 경찰대를 찾은 박대표
 
그런가 하면 최근 한나라당 부산 출신 의원들은 일제히 허남식 시장에게 정무 부시장을 교체하라고 압박했다. 정무 부시장이 당·정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한나라당 후보=당선’이라는 등식이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는 한나라당 출신 단체장들이 뻣뻣하게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이강두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나라당 내부가 서로 견제하는 틈을 노려 이 지역에 새로이 둥지를 틀어보겠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전략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영남 지역, 특히 PK지역 낙선 인사들을 중앙 정부나 공기업 요직에 중용했다.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면 후보들의 역량을 키우고 경력 관리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여권의 논리다.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면서까지’ 추진하려고 하는 선거구제 개편도 명분은 지역 구도 극복이지만, 실제로는 이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의심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지역구도 극복용 선거제도를 도입할 경우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이 지역에서 변수가 많이 생기리라는 것이 시뮬레이션 결과로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감 1위로 떠올라 관심

부·울·경이 무주 공산이라는 사실은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이명박 서울시장·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고 건 전총리가 엇비슷하게 나왔다. 하지만 무응답층이 30%를 넘어 아직은 대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시장이 부산·울산에서, 박대표가 경남에서 다소 우세하지만, 지역 별로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이 비록 오차 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박대표를 앞지른 것은, 추세로 볼 때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까지 진행한 권역별 조사에서 이시장이 1위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감’으로는 박대표가 훨씬 높게 나왔는데, 이는 대표 프리미엄에다 다른 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로 박대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대권 주자로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3배 이상의 차이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대권 주자 지지도로 보면 이 지역 맹주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에서 바닥에 깔린 한나라당 정서가 쉽게 바뀌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차기 단체장에 대한 선호도 결과만 보아도 그렇다. 부산·울산·경남 모두 현직 단체장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월등히 앞서가고 경쟁자들이 힘겹게 따라가는 형국이다. 부산 지역의 한 시민운동가는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도 역부족이다. 초원복국집 봐라. 영도다리에 가서 빠져 죽자고 하는데도 또다시 모인다”라며 한계를 토로했다. 한 언론사 고위 간부 역시 “이곳 정서가 참 희한하다. 노대통령이 부산시장에 출마했을 때 선호도 조사를 보면 늘 1등을 해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표가 한나라당으로 쏠렸다”면서 지역주의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때문에 결국 한나라당 경선에서 현직 단체장들이 후보 자리를 따내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부산시장의 경우 권철현 의원의 경선 출마 여부가 변수다. 일각에서는 “허남식 시장이 나오면 권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라고 하지만, 권의원측은 신중하게 출마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경남도지사 역시 이미 일합을 겨룬 김태호 지사 대 송은복 김해시장의 예선 2라운드가 주목된다. 지난 경선 때 1백20여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패한 송시장은 김해시장 3선 제한에 걸린 터라 무조건 경남도지사에 다시 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시장은 박맹우 시장에 맞서 이채익 울산 남구청장,  엄창섭 울주군수가 차기 시장감으로 거론되었다.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울산 남구 갑) 출마설도 나돈다.

하지만 다른 당 도전자들도 내년에는 어떻게든 판을 바꾸어 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이, 경남에서는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가, 울산에서는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들과의 본선 재격돌을 준비 중이다. 노대통령은 1차 격돌 때 각각 부산시 행정 부시장, 남해군수, 변호사(당시는 민노당 소속)였던 이들 세 사람을 모두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들의 이름이 ‘영향력 있는 인사 명단’에 오르지 않아 여권의 속내를 태우고 있다. 심지어 노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도 1% 미만 지목률을 기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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