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열풍 잇는 ‘국민 드라마’ 나올까
  • 윤석진(드라마평론가, 충남대 국문과 교수) ()
  • 승인 2005.10.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밋빛 인생> <서동요> <프라하의 연인> 관전법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말 그대로의 ‘가을 전어’ 철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수많은 화제 속에 방송되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텔레비전 앞을 떠났던 시청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송을 시작한, 가을 전어 같은 드라마들이 각기 다른 맛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처럼 풍성한 2005년 가을 드라마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겨보자.

2005년 가을 드라마 가운데 선두 그룹을 형성한 것은 지난 8월 말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장밋빛 인생>과 SBS TV <서동요>이다. 그리고 방송 전부터 화제와 기대를 모으면서 9월 말 마지막 주 첫선을 보인 SBS TV <프라하의 연인>은 초반부터 선두 그룹에 올라서면서 2004년 <파리의 연인>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화의 <서동요>, 수·목의 <장밋빛 인생>, 토·일의 <프라하의 연인>에 이르기까지 방송 요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세 편이 시청률 전선(戰線)을 형성하게 된 것은 이들 드라마를 진두 지휘하는 지휘부의 면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서동요>는 2003년 가을부터 2004년 봄까지 MBC 창사 기념 특별기획 드라마로 방송되면서 ‘국민 드라마’의 명예를 차지했던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와 이병훈 연출자의 귀환을 알리는 드라마다. <장밋빛 인생> 역시 2004년 봄부터 가을까지 방송되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의제 설정에 성공했던 KBS 주말 연속극 <애정의 조건>의 문영남 작가와 김종창 연출자의 귀환작이다. <프라하의 연인>은 2004년 여름 수많은 화제 속에 방송된 SBS 특별기획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연출자가 다시 손을 잡고 돌아온 드라마이다.

<서동요>와 <장밋빛 인생>은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 평정

 
시청률과 작품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던 명장(名將)들의 녹슬지 않은 솜씨가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서동요>에서 화려하게 재현될 백제 문화를 즐기고, <장밋빛 인생>에서 지지리 궁상 같아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진정성을 깨닫고, <프라하의 연인>에서 낭만적 사랑을 꿈꾸며 사랑의 힘을 되새김하는 것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2005년 가을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새로운 느낌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낯익은 배우와 새롭게 등장한 낯선 배우의 성숙한 연기력이다. 진정한 배우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한 가지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다면 연기 생명이 오래가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시청자에게 드라마 외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밋빛 인생>에서 배우 최진실의 연기 변신이 즐거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진실의 연기 변신은, 그 동안의 연기 경력에 비추어 뒤늦은 편이지만 성공적이다.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연인’에서 ‘억척스럽고 뻣뻣하면서도 자상한 아줌마’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최진실의 연기 인생 2막의 서막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장밋빛 인생>에 곁들여 있다.

<프라하의 연인>은 1·2회에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대통령의 딸이자 외교관이면서도 사랑 때문에 가슴이 허전한 ‘윤재희’ 속으로 들어간 배우 전도연, 거칠면서도 순정이 넘치는 ‘최상현’을 맛깔스럽게 소화한 배우 김주혁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청자를 유혹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두 배우의 아름다운 연기력이야 새삼 강조할 것은 없다. 다만, 평소 두 배우가 보여준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난 역할이 아니기에 자칫 식상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파리의 연인> 인기 잇는 <프라하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에서 오히려 눈여겨보아야 할 배우는 ‘최상현’에게 실연의 아픔을 남기고 떠나는 ‘강혜주’ 역의 신인 배우 윤세아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파 배우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색깔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을 텐데, 두 배우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견고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함으로써 <프라하의 연인>이 ‘윤재희-최상현-강혜주’의 삼각관계 속에서 전개될 것임을 시청자에게 확실하게 각인했다.

애초의 갈등 구도가 ‘지영우-윤재희-최상현-강혜주’의 사각관계였을 등장 인물 구도에서 배우 김민준이 자신이 맡은 ‘지영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비하면, 윤세아는 확실히 지켜볼 만한 배우인 것 같다. 어쩌면 배우 윤세아에 의해 ‘강혜주’의 역할이 커지고, 그로 인해 애초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 자체 제작과 외주 제작이라는 이원 체계에서 KBS와 MBC와 SBS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외주 제작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자체 제작 능력을 강화해온 KBS, 가능성 있는 ‘작가·연출·배우’를 스타급으로 양성해 ‘드라마 왕국’의 명예를 탈환하겠다는 의도인 듯 자체 제작에 집중해온 MBC, 자체 제작보다 검증된 작가와 연출자가 포진한 외주 제작에 의지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SBS 등 방송국마다 각기 다른 전략으로 준비한 2005년 가을 드라마의 최종 승리가 어디로 돌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가을 전어’처럼 맛있는 TV 드라마 즐기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