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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키워드] 복수:<친절한 금자씨> <4브라더스>

이형석(<헤럴드경제>기자) ㅣ | 승인 2005.10.10(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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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초 미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한 <4브라더스>(위)가 개봉된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이영애가 납치살해된 소년을 위해 예의 그 친절한 표정으로 최민식을 우롱하고 있을 때, 미국 극장가에서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형제라고 우기는 네 녀석들이 죽은 어머니를 애도하며 신나게 총질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미국에서 영화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복수극이었다. 이유도, 목적도, 성별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그 처절함이나 폭력의 세기에서는 용호상박이었다. 원수의 피를 한 양동이 받아낸 금자씨나 어머니를 죽인 놈을 산채로 꽁꽁 언 겨울 강 속에 처넣은 형제들이나.

지난 8월초 미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할리우드에 때 아닌 복수의 피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4브라더스>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금자씨 보고 놀란 가슴이 웬만한 영화로 어디 꿈쩍이야 하겠냐만, 4형제의 ‘복수쇼’는 저 나름의 묘미를 보여준다. 

첫번째 재미는 4명의 형제가 인종은 다르지만 어머니는 하나라는데 있다. 어느날 수퍼마켓에서 강도에게 우발적으로 피살된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4명의 형제가 모인다. 흑인이 둘, 백인이 둘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갈 곳 없는 문제아였고,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사고뭉치들이었지만 죽은 어머니가 입양해 겨우 사람꼴이 된 녀석들이다. 

정의롭고 자애로웠으며 누구보다 선했던 어머니의 죽음에 4명의 형제들은 의혹을 발견한다. 강도들의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인 살인이었다. 4명의 형제들이 총을 들고 직접 배후의 인물을 찾아 나선다. 인종이 다르고 성격도 괴팍한 4명의 형제가, 천사 같았던 양어머니를 위해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가족주의와 영웅주의를 살짝 비튼 꽤나 매력적인 설정이다.  

이들의 복수는, 대부분의 사적 복수가 그렇듯이, 공권력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이루어진다.  불법적인 폭력에 의존하지만 다만 대부분의 총격과 싸움이 ‘정당방위’의 성격을 띤다는 점은 금자씨의 노골적으로 과잉된 폭력과는 다르다. 4형제의 복수의 대상은 마을의 상권을 장악한 폭력조직과 경찰간의 커넥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수가 늘 매혹적이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근대 이후 사적 복수가 `금단의 열매'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국가의 법체계는 사적 복수를 엄격한 사회적 금기의 영역으로 밀어내버렸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피에는 피, 이에는 이'라는 사적 복수는 근대의 계량적인 합리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실현되는 행위가 되었다.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그토록 많은 피와 괴성들을 토해내며 관객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악취미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상업성을 가지고 있다. 이 철저하게 익숙하며 뻔뻔할 정도로 노골적인 인과율을 따르기 때문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가 신하균을 죽은 딸의 키에 맞춰(계량적 합리성!) 발목을 자르고 익사시키는 장면이나 <올드보이>에서 근친상간을 근친상간으로써 되갚아준다는 이야기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4브라더스>나 박찬욱의 복수 3부작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들 영화들이 결론적으로 복수를 옹호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박찬욱의 복수3부작 전체는, 그리고 그 결론으로서의 <친절한 금자씨>는 불가피한 과정으로서 복수를 옹호한다. 마지막에 금자씨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반성은 복수에 대한 어떤 심오하거나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반성이 아니라, 단지 `복수의 뒷맛은 쓰다'는 발언 정도다. 즐길 수는 없지만, 피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복수인 것이다.   

사적인 응징, 금기인 탓에 더욱 짜릿

<4브라더스>는 이에 비하면 훨씬 간결하고 가볍게 끝을 맺는다. 4형제가 얼마간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복수에 성공한 마지막 장면이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것은 상투적인 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복수의 대상으로 상정한 `할리우드적인 트릭' 때문이다. 폭력조직과 그에 매수당한 경찰이라는 설정은 법 테두리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사적 복수에 정의라는 새로운 안전핀을 쥐어준다. 박찬욱의 미학적 성취는 `달콤한 복수의 씁슬한 뒷맛' 혹은 관람 후 격렬하게 불쾌해지는 관객의 감정에 있다면, 할리우드적 복수극인 <4브라더스>의 미덕은 결코 관객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통쾌한 전율을 전달하는 판타지에 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후반부에 이영애가 유족들을 모아놓고 비디오를 틀어주는 대목이다. 이 때 금자는 전형적인 혁명지도자이자 선동가다. `적'의 실체를 규정하고, `적'의 악행을 낱낱히 고발하며, 마지막으로는 `대중'들을 흥분시켜 `봉기'에 이르도록 한다. 적의 처단방식에 대해서도 그는 유도할 뿐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대중 스스로 토론하고 논의하며 결론을 내리는 `대중봉기의 형식'을 관철시킨다. 1부와 2부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처형이 아닌, 집단적인 응징이 이루어진다.

결국, 거칠게 말하자면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이나 장준환의 경이적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등은 범죄에 대한 합법적인 권력의 응징(공적인 복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일 수 있다. 친일로부터 독재, 부패, 쿠데타, 학살 등 해방 후 60여년 동안 형벌의 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한국에서 이들의 사적복수는 더욱 설득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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