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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살린 ‘뜨거운 합장’

남북한 손잡고 개성 영통사 복원…230만 천태종 신도 성지 순례 길 열려

정희상 전문기자 ㅣ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5.11.07(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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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정희상
대한불교천태종과 북한 대외경제협력위원회가 합작해 3년여의 대역사 끝에 10월31일 낙성식을 가진 천태종 본산 개성 영통사.
 
고려 5백년 도읍지 개성은 남쪽 주민을 맞이할 새단장 채비로 분주했다. 북한은 지난 10월31일 개성시에서 동북방으로 10여km 떨어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오관산 자락의 천년사찰 영통사를 복원한 뒤 낙성식을 가졌다. 소실된지 5백여 년만에 남북 합작 사업으로 본래 자리에 들어선 영통사 낙성식에는 남북한 불교계 인사와 정부인사, 정당 및 사회단체 관계자 등 5백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낙성식에 남측 대표로 참석한 대한불교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은 “한국 230만 천태종 신도들의 성지 순례 길이 활짝 열렸다”라는 말로 영통사 완공 소감을 전했다.
“장군님이 직접 발기하시고 지도하신 령통사 복원이라서 우리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 북남 관광 사업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날 낙성식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내려온 북한 민화협의 한 간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통사는 고려 제 11대 문종의 넷째 아들 대각국사 의천이 출가해 천태종을 창시한 뒤 보급에 힘쓰다가 열반에 든 유서 깊은 사찰이다. 따라서 이 사찰은 북한이 자랑할 만한 문화재인 것은 물론 한국불교 천태종으로서도 영통사가 총본산이라는 점에서 성지나 마찬가지다. 영통사에는 북한의 각종 보물 및 국보급 문화재인 대각국사비, 당간지주, 동삼층석탑, 서삼층석탑, 영통사 오층탑 등이 보존돼 있다. 그러나 사찰 건물은 창건된 지 5백여 년만인 16세기에 소실된 뒤 절터와 석조 문화재들만 남은 채 산중에 폐허로 방치돼 왔다.
 
북한이 영통사 복원에 관심을 기울인 때는 1995년. 시조 문화를 중시하는 북한 지도부는 단군릉, 왕건릉 복원과 마찬가지로 천태종의 시조인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한 영통사에 주목했다. 북측은 이때부터 대대적인 조사팀을 꾸린 뒤 1997년 일본 대정대학 측과 북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발굴 조사를 마쳤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통사 복원 공사는 남북한 공동으로 추진됐다. 대한불교 천태종은 그동안 북측 조선경제협력위원회와 함께 ‘개성 영통사 복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역할 분담에 들어갔다. 북측은 인력을 대고 남측은 물자 및 장비를 제공해 원래 자리에 절을 옛 모습 그대로 다시 짓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천태종 총무원 사회부장 무원스님을 실무단장으로 한 남측 협상단이 총 16차례에 걸쳐 육로로 방북해 머리를 맞댔다(인터뷰 참조).

남측이 물자·장비 대고 북측은 인력 제공

이렇게 시작된 영통사 복원 대역사에는 지난 3년여에 걸쳐 남측이 제공한 기와 46만여장, 단청 재료 3천 세트, 중장비 7대, 조경용 묘목 1만여 그루, 비닐 자재 60톤 등이 들어갔다. 이 물자와 장비는 개성 시가지를 통과해 험준한 산길을 따라 남측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수십회에 걸쳐 직접 날라다 주었다. 그 결과 10월31일 총 29개의 전각으로 구성된 영통사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사저널 정희상
개성관광에 나선 남측 참관단이 고려 말 충신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척살당한 선죽교를 둘러보고 있다.
 
사찰 복원에 앞서 개성 시 외곽부터 영통사 터에 이르는 산악 길을 닦는 일부터 과제였다. 원래 절에 이르는 길은 나무꾼들이나 오가던 비좁은 소로였지만 북측의 인력과 남측 장비가 합쳐지면서 영통사 낙성식과 동시에 훌륭한 ‘미래의 관광도로’로서의 자태를 드러냈다. 이도로는 방문단을 태우고 서울에서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8대의 남측 관광버스에 처녀 주행을 허락했다. 개성에서 영통사에 이르는 소나무와 바위(송악) 사이로 잘 단장된 산악 도로는 골짜기마다 물이 들어찬 송도 저수지를 끼고 굽이굽이 산길 8km를 내달린다. 영통사 바로 아래 산중에 있는 송도 저수지 주변 길섶에는 조선시대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 3절로 꼽히는 서화담과 황진이의 무덤이 오늘도 변함없는 사랑을 속삭이듯 마주보며 누워있었다.
 
개성 영통사 복원은 단순한 남북한 문화 협력사업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 반영하듯 평양에서 내려온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북남 협력사업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첫 번째 성공사례라면 두 번째는 영통사 복원으로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추진 중인 개성 관광특구에 대한 북한측의 의욕이 담겨 있다. 당초 남측 천태종 측에서는 영통사를 관광 코스에서 제외해 남측 신도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에서는 지난번 현대아산의 개성시범관광을 거치면서 일방적으로 영통사 코스를 개성관광 사업 대상에 집어넣었다. 
서울에서 불과 두세시간 거리인 영통사가 남한의 일일관광객들로 북적일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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