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디자인의 ‘황홀한 만남’
  • 나건(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 ()
  • 승인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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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작품과 도시 기능의 통합적 조화 ‘압권’

 
지금 한국은 개혁 중이다. 서울에서는 청계천을 복원해 빼앗겼던 자연을 주인에게 되찾아 주었다. 국내외 많은 사람이 찾고 즐기는 명소가 되었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볼 것은 많아도 즐길 것이 없던 박물관의 고정 관념을 깨고 새로운 문화 체험의 현장으로 바꾸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문화 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에 디자인적 사고(思考)가 있다. 디자인은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접점에 놓인 다리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를 통합적으로 잘 디자인하여 문화 도시로 뜨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셀로나이다. 바르셀로나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로 스페인 제1의 도시다. 또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피카소와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한 곳이다. 현재도 유럽의 젊은 건축가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도시 전체에 문화의 꽃을 피우게 한 사람이 있다.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이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러 이 도시를 방문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잘 조화되어 스페인, 아니 카탈루냐(Catalona) 지방의 문화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도쿄나 파리 등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도 길거리에서 사진기(디카 포함)를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찍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파리에는 샹젤리제 거리가 있고, 뉴욕에는 5번가가 있듯이, 바르셀로나에는 약 1km 정도의 람블라(La Rambla) 거리가 있다. 이 거리의 남단에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항해를 떠난 콜럼버스의 기념상이 있다. 이 거리에는 1주일에 평균 70만명이 지나간다고 한다. 하루 평균 10만명이 지나가는 셈이다. 이 길은 또한 신구(新舊)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한 쪽은 깨끗하고 넓은 길, 고급 매장 및 카페 등이 있다. 반대쪽은 좁고 꼬불꼬불한 길에 희한한 매장과 카페가 있는데 신비스러울 정도로 조화로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발바닥으로 감상하는 가우디의 보도 블록

바르셀로나가 주목되는 이유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이룩한 도시의 통합적 조화이다.
먼저, 볼 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가우디의 대표적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카사 밀라(Casa Mila), 구엘 공원(Parc Guell)이 있다. 그의 독특한 스타일의 건축물은 모든 면에서 곡선이 지배적이며, 벽과 천장이 굴곡을 이루고 섬세한 장식과 색채가 넘쳐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어느 하나도 동일한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함이 경이롭다. 길거리의 보도 블록도 그의 디자인이다. 떨어진 동전을 줍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길바닥을 보면서 가는 사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또 낮뿐만 아니라 밤의 볼거리도 다양하다. 조명을 예술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같은 건물도 밤에는 새롭게 보일 정도이다.

 
둘째, 먹을 거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 도시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싱싱한 해산물, 과일, 채소, 고기 등 좋은 재료가 있고 지중해의 와인과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식당과 바(Bar)가 있다. 맛도 맛이지만 식당과 바의 실내 장식 또한 일품이다. 건축가들이 실내 디자인을 하면서 기존 제품을 사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조명기구와 가구 디자인을 제안하거나, 아니면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제품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거리의 한 일본 식당은 조명의 시인이라고 하는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작품을 사용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또 꼽을 수 있는 이 도시의 매력은 살 거리가 풍부하다는 데 있다. 세계적 명품과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스페인의 최고급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즐비하다. 상점마다 독특한 매장 디자인을 한 것은 물론이다.

우리 나라도 전국적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발굴하고 활용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전국이 뜨겁다. 우리의 볼 거리·먹을 거리·살 거리를 통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이것이 세계적 트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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