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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 뒤에 숨어도매력은 감출 수 없어

<너는 내 운명> 등에서 주연한 황정민 호연 펼치며 3개 영화상 휩쓸어

고재열 기자 ㅣ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2.19(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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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스스로를 ‘배우 나부랭이’라고 부르는 황정민.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한국 영화의 전성기는 이들 남성 트로이카 배우들에 의해 열렸다.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이들은 <실미도><공공의 적>(설경구) <공동경비구역JSA><살인의 추억>(송강호) <쉬리>(최민식) 등을 흥행시키며 ‘웰 메이드 상업 영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그러나 2005년은 이들 트로이카가 다소 주춤한 해였다. <역도산>(설경구) <주먹이 운다>(최민식) <남극일기>(송강호)에서 변치 않는 호연을 선보였지만, 반복되는 이들의 이미지에 관객이 다소 식상한 탓인지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남성 트로이카 배우의 빈자리를 채운 배우는 바로 황정민이었다. 2005년은 황정민 발견의 해였다. <달콤한 인생>과 <너는 내 운명>에서 호연한 그는 대종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조연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출연한 영화마다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기며 새로운 캐릭터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한 뼘 한 뼘 넓힌 그를 문화 분야 올해의 인물에 선정했다.

연기 진폭 넓어 다양한 역 소화해 내

<달콤한 인생>에서 그는 절대 악역 백사장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선을 완전히 제거하고 악 자체에 탐닉하는 연기로 그는 악역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너는 내 운명>에서 그는 악을 완전히 거세한 순박한 농촌 총각 김석중 역으로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었다. <너는 내 운명>으로 그는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를 대체할 한국형 멜로 영화의 전형을 제시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보면 그가 얼마나 연기의 진폭이 넓은 배우인지를 알 수 있다. <여자 정혜><바람난 가족><로드무비><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는 선과 악, 시골스러운 것과 도회적인 것, 소심한 캐릭터와 마초적인 캐릭터 등 서로 공유하기 힘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구현해냈다. 조연을 벗어난 그가 본격적으로 주연을 맡은 <너는 내 운명>은 배우 황정민의 힘을 보여주는 수작이었다.   

황정민은 배역 뒤에 숨는 배우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그는 오직 배역으로서만 관객과 만나고 연예인 이미지는 백지 상태로 남겨둔 배우였다. 그러나 올 겨울 영화상 수상 소감을 통해 그는 팬들에게 인간 황정민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그는 시상식에서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수십명의 스태프가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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