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년, ‘잠룡’들 분주하다
  • 고제규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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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결과 따라 개헌 논의 본격화할 수도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2006년을 ‘시험이 있는 해’라고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5·31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06년은 선거와 관련한 여론 조사가 그 어느 해보다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예측 결과에 따라 여론 조사 기관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수험생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선거 입시’를 앞두고 있는 여론 조사 전문가와 정치 컨설턴트 10명에게 2006년 정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이들의 무기는 축적된 여론 조사 데이터. 여론 조사 데이터는 민심을 재는 온도계이자 풍향계이다. 이들의 전망은 크게 5개 키워드로 모아졌다.

2월에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있다. 김근태·정동영 장관이 벌이는 진검승부가 연초 정치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5월에는 2007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방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 등 다양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전문가들이 꼽는 올해 정치권 핫 이슈는 바로 개헌이다. 2006년은 권력의 중심도 대통령에서 차기 주자인 잠룡들에게 넘어가는 해이다. 고건·이명박 양강 구도가 2006년에도 지속될지도 정치권을 달굴 관심사이다. 이들의 전망은 2006년 한국 정치를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질문에 답한 여론 조사 전문가·정치 컨설턴트 명단은 다음과 같다(가나다순).

김덕영 코리아리서치센터 대표
김원균 리서치앤리서치 사회조사본부장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사회여론조사본부장
박성민 민기획 대표
양순필 더피플 이사
이상일 TNS 사회조사부장
이응석 e-윈컴 기획총괄 이사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
조용휴 폴앤폴 대표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


2·18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오는 2월18일에 열리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여권의 승부수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김근태 ·정동영 장관이 1월에 당으로 복귀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하는 ‘빅 매치’를 벌여 지지세를 반전시키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관심은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의장이 될 것인가이다. 여론 조사 전문가와 정치 컨설턴트 10명 가운데 6명이 누가 유력한지 대답했는데, 모두 정동영 장관을 꼽았다. 이들은 대중적 카리스마에서 정장관이 한발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김원균 리서치앤리서치 사회조사본부장은  “일반인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해보면 정장관이 김장관보다 두 배 정도 앞선다. 특히 열린우리당 지지자 층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관적인 전망에 김근태 장관측은 복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전당대회에서 1인2표제가 시행되면, 반정동영 연합 전술을 광범위하게 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김근태측 전략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바로 전당대회 이후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이다. 이응석 e-윈컴 이사는 “이번 전당대회는 아무래도 지방선거 후보들의 입김이 좌우한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누가 당의장이 되는 것이 자신의 당락에 유리한지가 우선이다. 대중성이 앞선 정동영 장관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들 주자들말고도 여권의 제3후보론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도 관심거리이다. 현재 당내 친노 그룹인 의정연구센터는 김혁규 의원을 당의장 후보로 내기로 했다. 여기에 재선 의원 그룹은 매주 모임을 가지며 40대 기수 2~3명을 내세울 계획이다. 김부겸 김영춘 이종걸 임종석 조배숙 의원이 이른바 ‘신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전당대회 동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빅매치’이든 ‘제3후보론’이든 ‘신40대 기수론’이든 이는 2·18 전당대회가 흥행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2·18 전대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섯 명은 ‘당내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이고, 한 명은 ‘흥행거리가 된다’는 반응이었다. 전당대회 효과에 부정적인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은 그 이유로 ‘체육관 선거’를 꼽았다. 국민적 지지도가 5%대(정동영)와 2%대(김근태)에 머무르고 있는 두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는 ‘스몰 매치’이고, 체육관 선거는 국민적 관심을 끌기 힘든, 낡은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누가 당의장이 될 것인지보다 어떻게 하면 ‘2·18 효과’를 증폭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31 지방선거

오는 5월31일에 열리는 지방선거는 2006년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2004년 4·15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인 데다, 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 정국 주도권을 가지려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득표로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소수정당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5·31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한 구도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그 근거로 ‘낮은 투표율’과 여당에 불리한 ‘구도’를 들었다.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전통적으로 낮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48.8%에 불과했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것은 20~30대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뜻이다. 투표에 불참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에 우호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50대 이상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출발선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2002년 지방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여당에 불리한 구도라는 분석이다. 보수 쪽은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나머지 개혁적인 영역을 열린우리당·민주당·민노당이 삼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 성격이 강했다는 점도 여권에 불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필패론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역대 선거에서 6개월 전의 예상은 1992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전부 뒤집혔다”라고 말했다. “궁한 쪽은 수를 내지만 유리한 쪽은 가만히 안주한다”라고 보는 박대표는, 1995년 지방선거 때처럼 반한나라당 연합전선과 같은 수를 여권이 낸다면,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은 계간지 <열린 미래>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반한나라당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역시 ‘수도권 빅2’(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 선거,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 선거가 전국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판세를 좌우할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관심은 강금실 전 장관이 여권의 후보로 나설 것인가이다. 그리고 그 파괴력이다. 만일 강 전 장관이 후보로 나선다면, ‘강금실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 사이에 그 전망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양순필 더피플 이사는 강 전 장관의 출마 자체가 불투명한데도,  한나라당 후보보다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이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선 때 지지세를 늘린 것처럼 강 전 장관이 탄력적인 득표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거품론을 제기하는 쪽도 만만치 않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실제 검증 단계에 돌입하면 강 전 장관은 콘텐츠가 약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평이다. 그리고 여론 조사에서는 강 전 장관에게 열세인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명박 후광’을 업을 수 있기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박성민 대표의 분석이다.

5·31 지방자치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도 관심 대상이다. 국민중심당의 선전 여부 때문이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본부장은 “실제 여론 조사 결과보다 중부권 신당의 득표력은 두 배에 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TK 지역처럼 대전·충남권도 여론 조사에서는 속내를 밝히지 않는 민심이, 표심에서는 드러날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가 전국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국민중심당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싸움으로 인식되는 데다, 충청권 여론 흐름이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

여론 조사 전문가들이나 정치 컨설턴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가 ‘변수’이다. 특히 정계 개편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호남권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충청권에서 국민중심당이 ‘포스트 자민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정계 개편과 관련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시나리오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우세’라는 대체적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선거에 패배한 여당 내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여당 내 ‘민주평화개혁연합론’이 힘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고 건 전 총리의 행보까지 더해지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계 개편이 단순한 합종연횡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본부장은 “정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 분화하는가 안 하는가가 포인트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까지 포함하는 정계 개편이 아니라면, 단순한 합종연횡에 불과해 DJP 연대와 같은 파괴력을 갖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목하는 것이 개헌이다. 김지연 본부장은 “정계 개편은 명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치권이 명분을 찾자면 개헌일 수밖에 없다. 통일 헌법을 만든다거나, 1987년 체제를 극복하자는 등 명분을 틀어쥐고, 한나라당 일부까지 포함하는 정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큰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분화하지 않고 여권 중심 정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한나라당에는 이에 맞서 ‘보수대연합론’이 등장할 개연성도 있다. 정치권 외곽에서 조직화하고 있는 뉴라이트 세력과 한나라당이 연대를 꾀할 수 있다.

개헌론

2008년은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동시에 시작하는 해이다. 20년 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2006년 하반기부터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고, 일정상 2007년 상반기에 국민투표에 부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대선주자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자들은 4년 중임제나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에 대한 공통 분모가 형성되어 있어 개헌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론도 개헌에 그다지 반대하지 않고 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본부장은 “이전에는 개헌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 현재는 반대여론이 상당히 엷어졌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정치권 전반을 강타할 ‘태풍’이 될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5·31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공론화와는 별개로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5·31 지방선거 결과가 개헌 논의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경우에는 여권에 의해 주도되는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승리해 정국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정국을 개헌 정국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응석 e-윈컴 이사도 개헌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그는 “개헌은 선거구제 개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실제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기득권을 바꾸는 것에 쉽게 합의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대권주자 지지율 

2006년은 각 당의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본궤도에 오른다. 5·31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은 자기 정치를 하려는 차기 주자들과 대통령 사이에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방선거 이후 관리형 대표 체제가 들어서는 한나라당은 박근혜·손학규·이명박 등 잠룡들이 ‘계급장 떼고’ 경쟁에 돌입한다. 여기에 정치적 행보를 강화할 고 건 전 총리까지.

대권주자 지지율 예측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략 ‘지방선거 이전까지 고건-이명박 양강 구도’,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부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도 올해 여론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었던 고 건 전 총리의 지지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소폭 하락하면서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근거는 제3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과 호남 고정표이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대표는 “그동안 선거를 보면 여도 야도 아닌 층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간 지대층과 고 건 지지층이 맞물려 있어 특별한 이미지 추락이 없는 한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전 제3 후보들과는 달리 고 건 전 총리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고 건 전 총리가 지금처럼 정치권 밖에서만 소걸음으로 움직인다면, 조기 붕괴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고 전 총리가 조순의 길을 갈지, 이회창이나 노무현의 길을 갈지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고 건 전 총리가 무임승차하기보다, 지방선거전에 뛰어들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고 건의 길’이라고 박성민 대표는 내다보았다.

고 건 전 총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우 2006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청계천 복원, 버스 체제 개편 등 성과가 가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이다. 한때 이시장의 참모들은 단기간 외유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창교 수석전문위원은 “더없이 좋은 아이디어이다. 정치 일선에서 잠시 비켜나 있다가 한나라당 지지율이 정체될 때 돌아온다면, 이명박 효과를 더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표는 선거 때마다 대중적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전후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의 당의장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권의 잠룡인 김근태·정동영 장관도 일선으로 복귀하면, 한자릿수 지지율이 차츰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5년 한 해 동안 지지율이 빠질 대로 빠져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5월 지방선거, 그리고 닥치는 개헌과 정계 개편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잠룡들에게 2006년은 숨가쁜 해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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