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의 괴력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1.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제치고 흥행 1위…완성도 뛰어나

 
청 코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해리포터와 불의 잔> <킹콩> <나니아 연대기>. 홍 코너, 한국형 블록버스터 <태풍> <청연>. 지난 연말, 국내 극장가는 근래에 보기 드문 흥행 대전으로 술렁거렸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바로 <왕의 남자>였다. 제작비 규모로 보나, 스타 캐스팅으로 보나 <왕의 남자>는 본게임에 이름조차 올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왕의 남자>의 압승이었다. 압도적인 배급망과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인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를 누르고 당당히 12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왕의 남자>의 기세는 1월 첫째 주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개봉 9일 만인 지난 1월6일, 전국 2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평일에도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있어 당분간 이 기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원작 연극 <이(爾)> 역시 탄력을 받았다.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이(爾)>는 대형 뮤지컬들을 제치고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극 <날 보러 와요>가 영화 <살인의 추억>의 후광 효과를 바탕으로 흥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좀처럼 극장을 찾지 않는 중·장년층 관객이 영화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도 전 연령층에서 고른 예매율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그동안 8백만명이상의 관객을 모은 대형 흥행 영화들이 중·장년층 관객의 호응으로 성공했던 전례를 볼 때, <왕의 남자>가 장기 흥행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바통을 이은 <왕의 남자>의 성공은 한국 영화의 바람직한 제작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스타 캐스팅이나 막대한 제작비에 기대지 않고도 영화의 완성도만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한국 전통문화를 새롭게 되살려 영화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전통 연희를 복원한 <왕의 남자>는 <스캔들> <혈의 누> <형사>와 마찬가지로 전통에 기반한 미장센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미감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이 영화의 성공을 통해, 앞으로 우리 전통에서 흥행 코드를 찾는 작업이 더욱 분주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