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호텔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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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속으로]

 
평양시 보통강 구역 서장 언덕에 우뚝 솟은 유경호텔은 누리꾼들로부터는 유령호텔 로 불린다. 멀리서 보면 3백23m가 넘는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지만 자세히 보면 외장 하나 없는 낡은 콘크리트 벽과 뻥 뚫린 창문이 유령이 나올 것처럼 음산하다.

1987년 이 호텔 공사를 맡은 프랑스 건설진은 북한이 돈이 없다는 걸 알고 1989년 철수했다. 아시아 최고 빌딩이라고 선전했던 유경호텔은 뻥튀기가 낳은 거짓말이었다.

겉은 화려하고 속은 텅 빈 뻥튀기 거짓말이라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단연 압권이다. 검찰 수사 이틀이면 ‘미즈메디 바꿔치기설’이 증명된다던 황 박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1주일이 넘도록 이를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향후 수사에 따라 미즈메디측의 비리도 일정 부분 드러날 듯도 한데, 누리꾼들은 노성일 이사장의 말 바꾸기를 패러디한 랩 토사구팽을 부르며 미즈메디 비난에 열심이다.

실험노트 조작보다 손쉬운 것은 매출 장부 조작이다. 강남 유흥업소 사이에서 ‘강남 카드’라고 불리는 신종 장부 조작이 유행이다.  손님이 실제 쓴 비용보다 더 많이 계산한 다음 차액을 통장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법인 카드를 쓰는 손님 입장에서는 회사 돈을 횡령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조작과 바꿔치기가 횡행하는 세상, 오토바이 하나도 믿고 살 수가 없다. 부품 바꿔치기나 가격 뻥튀기에 안 속으려면 직접 오토바이를 조립하는 수제 바이크를 가질 수밖에. 틈새라면 매출이 신라면을 이겼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워낙 언론 플레이가 난무하는 세상이니 이것도 혹시 특정 홍보 기간에 맞춘 뻥튀기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미국은 한국민에 대해 미국 무비자 입국을 추진하겠다는데, 한미 정상회담 때 우호적으로 고려해보겠다던 약속이 뻥튀기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경남 마산 해운동 공원에 있는 단군상 이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되었다. 평소 단군상 철거를 주장했던 개신교 신도가 저지른 짓이라는 일부 주장이 제발 거짓이기를 바란다.

요즘 일본에서는 옷 벗는 앵커 뉴스가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해 뉴스가 끝날 즈음에는 속옷만 남게 된다. 뉴스가 진정 벗겨내야 할 것은 앵커의 옷이 아니라 사회의 거짓이 아닐까? 알비노종 동물(몸이 하얀 돌연변이 동물)처럼 하얗고 투명한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거짓말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 <궁>의 설정은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뻥’에서 출발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만화 같은 자막 글씨(채경 글씨체 )가 인기다.

1월 셋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
1. 랩 토사구팽
2. 미국 무비자
3. 강남 카드
4. 목 잘린 단군상
5. 평양 유령호텔
6. 채경 글씨체
7. 수제 바이크
8. 옷 벗는 앵커
9. 알비노
10. 틈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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