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5천원권 ‘설 점령’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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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세배가 끝나자 형은 안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냈다. 조카들의 눈이 반짝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당연히(!) 세뱃돈으로 만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형이 꺼낸 것은 5천원권 신권이었다. “올해는 다들 건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라.” 형은 덕담을 하며 5천원권 신권 한 장씩을 주었지만, 조카들의 입은 나팔만큼 튀어나왔다.

설 세뱃돈에 5천원권 신권 바람이 불면서 지난해보다 세뱃돈이 줄었다는 아우성이 연휴 직후 인터넷을 달구었다. ‘세배하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별로 돈이 안 된다. 5천원권 신권이 나와서 다들 신권만 준다. 만원이 그립다’는 식이다.

실제 올 설 연휴 전 10일간 시중에 풀린 5천원권은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5천1백49억원이다. 5천원권 신권을 확보하려는 고객들로 각 은행의 창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일부 은행들은 갖고 있던 물량이 동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된 1만원권은 지난해보다 1천억원이 줄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 심리가 신권 발행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설이 지나면서 새 5천원권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졌다. 대신 한국은행 게시판에는 ‘디자인과 색상이 촌스럽다’고 비판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내년 설에는 1만원권이 다시 기운을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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