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이 아닌가벼"
  • 인턴기자 ()
  • 승인 200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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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판 기사] 인턴기자들의 좌충우돌 취재기

 
Episode1."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가벼~"
인턴 기자들에게 선배의 특명이 떨어졌다. 전당대회 관전평이 필요하단다. “국회의원들을 인터뷰 해 와라!”  전당대회장 깊숙이 숨겨진 VIP 대기실. 당 의장도, 국회의원들도 만날 수 있는 ‘목 좋은 곳’을 향했다. 보좌관들이 드나들며 문이 살짝 열릴 때마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화장실이라도 가시겠지.’

한참을 문 앞에서 서성이던 인턴들. 드디어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을 포착했다. ㅂ인턴기자는 옆에 있던 ㅅ인턴기자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무시하는 투로)당의장 유재건 의원이잖아~”

인턴들은 그가 의외로 정치에 밝다고 생각했다. 그는 명함을 내밀며 질문을 던졌다. 멋진 ㅅ인턴기자에게 다들 놀랬다.
“의원님, 반갑습니다. 전당대회 어떻게 보셨어요?”
“아~나한테 뭐가 그렇게 궁금해? 허허허. 전당대회 아주 멋졌지. 다들 연설도 잘하고. 기호 1번은 어떻고 2번은 어쩌고~~~~허허.”

대답도 잘 해 주었다. 분위기 좋다.
“의원님, 이번에 의장직 물러나시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엥? 나 의장 아니야! 내가 왜 의장이야! 유재건이 의장이지!”
헉! 대답 잘 해준 그 금배지 의원은 유재건 의장이 아니었다.

Episode2. 시사저널에 거시기 칠한 인턴기자
여기서 상황 종료가 아니다. 인턴들에게 봉변당한 그 의원님 투덜거리시며 들어가셨다. “ㅅ기자 , 뭐야!” 인턴 기자들 배꼽잡고 난리 났다. 
“유재건 의원이 아니면 누구지?” 
“………”

아무도 몰랐다. 어렵게 딴 멘트의 주인공을 몰랐다. 큰일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생각한 ㅂ양. ‘아까 함께 인터뷰 있던 방송사 기자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나!’라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헉-헉- 저기요.”
“??????”
“그…저… 아까 인터뷰한 의원님 성함이… 그…뭐…더라?”
그 방송 기자, 쿡쿡거리며 “임채정 의원이요.”
고맙기도 하여라. “그런데, 어디세요?” 방송사 기자,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묻는 말엔 꼬박꼬박 대답하라던 부모님의 교훈을 깊이 받들던 ㅂ양. 
“아, 저희, (목에 살짝 힘주며) 시사저널입니다.”

대한민국 정치판을 쥐락 펴락했던 시사저널. 인턴 기자들이 ‘거시기’ 칠했다 (참고로 그 거시기  칠한 장본인의 성이 거시기하고 좀 비슷하다. 누굴까?).
전말을 듣게된 선배의 한마디에 인턴들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유재건 의원하고는 하나도 안 닮았다. 너희들 단체로 안경 맞춰주랴”

Episode3. 시사저널판 올드 앤 뉴 소동
취재팀이 전당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던 시각. 시사저널 사무실에는 현장에서 넘어온 기사를 검토할 올드 세대 편집진 두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에게 넘어온 첫 기사는 후보들의 ‘말말말.’ 나름대로 젊은 기자가 웃기려고 사용한 문장들이 올드 세대 편집진에게는 암호문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이 주고 받은 대화, 잠시 소개한다.

"일구야, 전당대회에 올 때는 단무지도 가져오면 안 되겠니? 일구가 누구야?.”
“선배. ‘개그콘서트’도 안보세요?”
“그런가.”

무사히 한 문장 통과.

'얼음공주가 전하는 조배숙 후보의 심정. ‘열린우리당! 공부하세요.’
“얼음공주가 누구야?”
“박근혜 아닌가요. 박근혜.”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박근혜 대표가 열린우리당에 공부하라는거야?”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니 박근혜 대표가 공부하라고 한 것도 같고.”

얼음공주를 ‘박근혜’라고 우겼던 이분은 저녁 뒤풀이 자리에서 도착해서야 얼음공주가 노현정 아나운서라는 사실을 알았다. 시사저널 판 올드 앤 뉴 소동에 이번에는 인턴들이 배꼽 잡았다.

Episode4. 오타 신! 강림하셨네

 
오타 전과 3범 ㅂ기자. (특히 취재원의 이름 바꾸기에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타고 났다. 에피소드 2에서 시사저널에 거시기 칠한 문제의 바로 그 인턴기자다)
이번에도 또 다시 일을 내고 말았다. ㄱ 선배의 취재지시가 내렸다. “ㅂ기자, 열린 우리당 최연소 당원협의회장 김봉현씨 취재해 와.”

잠시 뒤, 취재를 마친 ㅂ기자. 므흣한(유쾌하다, 흐뭇하다의 네티즌 용어) 표정으로 돌아와 기사를 쓴다. ㅂ기자의 기사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ㄱ 선배.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이상하다. 이 사람 이름이 이봉현이었나? 아닌데. 김봉현씨인데’

ㄱ선배에게 꾸중을 듣던 ㅂ기자의 외마디 변명. “하도 시끄러워서 ‘김’자가 ‘이’자로 들리던데요.” ㄱ선배의 한마디. “안경 뿐 아니라 보청기도 사주랴”  

ㅂ 기자의 좌충우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동영 후보의 연설 순서. 내용만 정리해서 바로 넘기라는 ㄱ선배의 말에 ㅂ 인턴기자의 손가락은 정신없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연설정리를 넘겨받은 ㄱ선배, 이마에 땀이 맺힌다. ‘제가, 우리당을 꼭ㅇㄱ낵ㄱ습니다!’ 결국 ‘해독불가.’ ㄱ선배가 짜낸 고육책은 정동영 후보의 연설문을 가장 짧게 처리하는 것. 정동영 후보는 알려나? 왜 자신의 연설문이 가장 짧게 처리되었는지.
 
한편 편집국에서는 취재총괄팀장이 전당대회에서 보낸 기사를 정신없이 수정하고 있었다. 순간 그의 눈에 띈 이름, ‘조백숙?’ 조배숙 의원이 이를 봤다면 얼마나 허탈했을까. ‘삼계탕’이 뭐냔 말이다!

Episode5. 한 인턴기자의 김영춘 사랑
취재 전날, 당의장 후보로 나선 8명의 후보를 한명씩 맡아 다음 날 있을 후보 연설 내용을 취재하기로 했다. 저마다 호감 가는 후보들을 고르기 시작하는데, 현재 남자 친구가 없는 충청도 출신 한 인턴기자. ‘얼짱’ 후보 김영춘 후보를 고르며 하는 말, “잘 생겼잖유”

 
취재 당일, 두 번째로 연설할 김영춘 후보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김영춘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ㅅ인턴기자의 손은 키보드를 치고 있었지만, 눈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김 후보의 연설이 만세 삼창과 함께 끝날 무렵, 특별취재팀 기자석 한 가운데에서 ㅅ인턴기자의 기립박수가 터졌다. 취재하던 기자들의 머리에는 이럴 때 쓰는 요즘 유행어가 스쳐 지나갔으니, “쟤, 뭐야” “인턴기자 안 되겠네”

개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김영춘 후보는 가장 적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낙선했고, ㅅ인턴기자는 실망을 금치 못한다. 이대로 오늘 하루를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 이전의 민망함을 만회하려는지, 용감한 기자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후보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진행요원들이 버티고 있는 단상 앞. 그녀는 빠르게 단상 주변을 훑는다.  단상 아래로 내려와 쓸쓸히 퇴장하는 김영춘 후보 발견한 그녀, 용감하게도 “김영춘 의원님!”하며 팔짱을 끼었다.

순간 당황한 김의원. 하지만 꼴찌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신출내기 기자가 귀엽고 고마웠던지, 그도 친근감을 보였다. 황홀한 그녀! 기자란 핑계로 팔짱 낀 채 따라 가고는 있으나 질문은 해야 할 텐데, 명색이 <시사저널> 인턴기자 아닌가. 진퇴양난의 순간은 잠시, ㅅ인턴기자는 김 의원의 가슴 속을 송곳 같이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 오늘 수락 연설문 준비하셨어요?”
김영춘 의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건 너무 잔인한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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