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權⋅通商 문제 視角엇갈려
  • 安在勳(객원편집위원⋅워싱턴) ()
  • 승인 198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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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韓⋅美정상회담 이모저모

盧泰愚대통령이 5박6일간이 미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월20일 귀국했다 盧대통령은 부시 美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안보⋅통상 등 양국간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한편 李承晩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美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盧대통령 방미와 간련. 워싱턴 정가의 뒷이야기들을 본사 安在勳 객원편집위원이 현지에서 보내왔다. <편집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현 단계로서는 4만3천명의 주한미군 주둔은 당분간 계속돼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盧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한국민 90%이상이 미군주둔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며 특히 백악관 안에서도 90% 이상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예산적자 등 미국내에 많은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다 의회와 일반여론이 앞으로 감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쪽으로 기울음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의 재조정이 어느 때인가는 구체화할 것이라는 뜻이 포함된 답변으로 해석된다.
 방위비 분담문제에 대한 협의에서는 한국측이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美의회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사실은 한국이 어느정도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덜 익은 사과는 먹기 힘들다”
◆⋅⋅⋅盧대통령 방미와 관련, 미국측이 安保다음으로 가장 관심을 보인 부문은 역시 통상마찰 문제였다.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의 질문은 미국상품의 수입증가, 쇠고기 수입개방 등에 관해 한국정부가 장⋅단기적으로 뚜렷한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盧대통령은 답변에서 90년 중반까지는 한국이 시장개방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수준에 버금가는 것이 될 것을 약속했으며 농산물 품목에서는 정치, 사회, 경제적인 국내여건 때문에 조속한 시일내 완전개방은 힘들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열린 백악관회담에서 盧대통령은 “덜 익은 사과는 떫어서 먹기 힘들다”는 비유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조급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좀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盧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은 “사과가 익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는 안되며 기다리다가 너무 늙게 되면 우리는 사과를 못먹게 될지 모른다”는 우회적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대변인의 발표 중 가장 대조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이었다. 두 대통령의 회동에서 “인권문제가 거론되었느냐”는 질문에 李秀正 대변인은 인권문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두 번씩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리차드 솔로몬 국무부 동아시아 및 태평양담당차관보는 미국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두 번이나 거듭 밝혔다. 또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단의 조찬에서 盧대통령은 인권문제 질문에 대해 “현재 정치인의 기소 등 사법부 소관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는 없으나 본인이 집권한 이래 ‘양심수’란 한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인권문제의 대표적 경우인 문익환⋅임수경양 등 비폭력정치범이 수감문제는 盧대통령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은 이해하기 어려운 듯 상당부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한국 국민의 희생적 노력에 경의
◆⋅⋅⋅미국 도착 당일 저녁 워싱턴의 옴니 쇼람호텔에서 열린 ‘교민 환영 리셉션’의 모습은 모국을 보는 在美교포들이 마음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행사였다. 美동부와 중부지역에서 온 8백여명의 교민들은 盧泰愚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인 만큼 과거와 달리 ‘정통성문제’ 때문에 규탄 받을 일은 없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호텔 정문 앞에서는 10여명의 반정부 인사들이 항의데모를 벌였다. 소수이긴 했으나 ‘살인자 노태우는 물러가라’ ‘문익환⋅임수경 석방하라’ 는 피킷을든 이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한국정치의 어두운 면을 엿보이게 했다.

◆⋅⋅⋅ 5백6일간의 공식방문 일정은 양국 정부의 사전계획이 전례없이 철저했고 물샐틈 없이 잘 짜여져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문제에 정통한 많은 美언론인들은 워싱턴에서 늘 맞이하는 여타 국가원수 방문보다 눈에 띄게 선발대들이 사전계획과 진행을 조직적으로 해온 데 대해 감탄을 표시했다. 한국대사관측에 따르면 사전작업을 위해 서울서 무려 1백30명의 인원이 와 한달 이상 준비했다고 한다.

◆⋅⋅⋅盧대통령 내외 방미에 대한 미국 조야의 뜨거운 환영은 盧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도 다소 참작이 됐으나 그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한국 국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 사회건설을 위한 줄기찬 노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희생에 대한 격려라는 뜻이 더욱 크다는 것이 이곳 미국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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