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55만개 정도 수록”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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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정도상 상임이사 인터뷰

 
‘일없다’는 말은, 남한에서는 ‘필요 없다’는 의미이지만 북한에서는 ‘괜찮다’는 뜻이다. 남북한 언어에는 ‘도는네거리’(로터리)나 ‘유보’(산책)처럼 어휘 자체가 다른 말도 있고, 동무·인민·아가씨처럼 제도나 관습 차이로 의미가 달라져버린 말도 많다.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3월부터 제 궤도에 오른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에 3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는 사전이 편찬될 때까지 매년 30억~40억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통일운동 단체 ‘통일맞이’의 특별사업 형태로 유지되던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회’가 독립 민간 기구인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 고 은)로 정식 발족한다. 북한에는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안에 사전편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남북한 편찬위원들은 3월17~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첫 정기 모임을 열어 사전 편찬에 관한 실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편찬사업회 상임이사로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소설가 정도상씨(46)를 만나 앞으로 진행될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겨레말큰사전>은 언제쯤 완성되나.
2012년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동안은 어휘 조사를 통해 표제어를 확정하고, 2년 동안 집필을 하게 된다. 우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 사회과학원이 펴낸 <조선말대사전>에서 표제어로 쓰일 어휘를 골라내고, 현지 조사를 통해 새 어휘를 발굴할 계획이다. 55만개 정도의 어휘가 수록되는 대형 사전을 기획하고 있다.

현지 조사란 무엇을 말하는가.
6월부터 언어학자와 작가가 팀을 이루어 남북한과 만주 일대를 찾아다니며 우리말을 채록·정리한다. 서사 속에서 살아 있는 어휘를 발굴하자는 것이 목표다. 남북 모두 ‘표준어’나 ‘문화어’ 중심으로 사전이 편찬되다 보니 입말이나 방언이 표제어에 오르지 못했다. 함경도 방언이던 ‘스산하다’가 한설야의 소설에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듯, 방언 중에서도 훌륭한 어휘가 많다. 국어학 발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서로 다른 남북한의 언어 사용 체계를 통일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문법도 어휘도 다른 것이 많다. 사전 편제에서도 북한은 ㅇ을 자음의 맨 뒤에 넣고, ㄲ ㄸ ㅆ ㅉ 등 된소리를 독립된 자음으로 본다. 띄어쓰기 원칙도 다르다. 우리는 ‘할 수 있다’식으로 단어별 띄어쓰기를 하는데 북한에서는 ‘할수있다’처럼 어절을 붙여 쓴다. 차이를 통일시켜나가는 과정이 무척 어렵겠지만, 우리 작업이 지금까지의 이벤트성 남북교류와는 질적으로 다른 교류 사업이 될 것이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정기 모임을 갖는 것만으로는 공동 작업이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남북 편찬위원들이 함께 작업하는 공동편찬실을 개성에 두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민간 모금 운동을 생각하고 있다. 또 <겨레말큰사전> 편찬이 현재 민간에서 이루어지지만, 통일 이후에도 국어 사용의 지침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차 국가 차원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이들이 참가하고 있나.
홍윤표 교수(연세대·국어학)가 편찬위원장이며, <우리말큰사전> <연세한국어사전> 등을 만들었던 연구자들이 합류했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편찬사업회의 당연직 이사다. 고 은·김형수·정도상 등 작가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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