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자리 잡기는 누워서 떡 먹기?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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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40여명 겸임교수 등으로 활약
 
지난해 11월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에서 개그맨 김미화씨를 개그코미디학부 겸임교수로 임용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되었다. 김씨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해당 학교 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 학교는 지난해 5월 학교 홍보용 책자에 겸임교수 김미화를 소개했었고, 홈페이지에도 김씨를 그렇게 실었다.

홍보를 목적으로 연예인 교수를 임용하는 것도 대학이 잘 쓰는 방법이다.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된 스타급 연예인은 4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겸임교수 직함을 가지고 강단에 선다. 겸임교수는 관련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을 초빙하는 것인데, 매주 9시간 강의를 원칙으로 한다. 실제 학교의 규정대로 강의하는 스타 연예인은 극소수다.

연예인 교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2002년 개교한 서울종합예술학교이다. 모델 홍진경, 탤런트 이광기, 개그맨 남희석·박준형 등이 연기예술학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가수 김경호·조규찬·박학기는 실용음악예술학부 겸임교수다. 이 대학에서는 얼마 전 트로트학과를 신설하고 가수 장윤정을 교수로 영입하기도 했다. 3월부터 강단에 서는 장씨는 성인 가요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 학기에 10시간 이상 강의한다고 한다.

 
탤런트 노주현은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 탤런트 조민기는 청주대 공연영상학부, 탤런트 정보석은 수원여대 연기영상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탤런트 노현희와 박준규는 인천전문대 연기예술학과와 평택대 방송미디어학부에서 강의 중이고, 개그맨 이창명은 중부대 엔터테인먼트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잇단 구설로 공백기를 가진 이승연은 광주여대 모델연기학과 객원교수로 있다. 코미디언 이영자씨도 예원예술대학 코미디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탤런트 명세빈은 경남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로 1년째 강단에 서고 있다. 명씨는 스케줄 가운데 강의를 최우선시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는 후문이다.

4, 5년 전부터 연예인을 겸임교수로 모셔오기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대학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한 학생은 “교수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없다. 수업에 들어와서도 연예인을 본다는 것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어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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