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탄식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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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이 결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14일에는 미디어다음에, 4월1일부터는 네이버에 뉴스 프로그램을 팔고 있는 것이다. MBC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업무 제휴를 맺고, 독일 월드컵 기간에 각종 연계 방송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MBC의 이런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른 방송사가 오래 전부터 인터넷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왔음에도 MBC는 완강히 저항했다. 그 속에는 기존 미디어 최강자로서의 자존심도 엿보였다. 하지만 MBC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인터넷이 방송 콘텐츠를 전송하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이런 결정을 내린 수뇌부의 심경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얼마 전 MBC의 최고위 간부는 이런 요지의 말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뉴미디어 발달이 진정 국가 발전이나 공동체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지 의문이다. 올드 미디어가 단결해야 한다. 아직 상당 부분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뉴미디에 대항할 수 있는데도 서로 싸우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콘텐츠를 헐값에 내다 파는 것 아니냐. 그동안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MBC만 고립되었다.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간부의 탄식은 요즘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평균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텔레비전보다는 인터넷 포털이나 DMB폰을 통해 미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를 지켜보았다. 주중이었고 낮 시간에 경기가 열렸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텔레비전의 몰락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기존 매체들은 어떻게 하면 다양한 플랫폼에 딱 들어맞는, 차별화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인지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뉴미디어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삶의 성격까지 바꾸었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인터넷 혁명 초기에 많은 학자들이 주장했듯 유토피아가 정말 오게 될 것인지, 그래서 개인들은 이제까지 꿈꾸지 못했던 권력을 쥐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다.

사실은 오랜 전부터 경보음이 울렸다. 미국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가 기업 집중, 미디어 합병, 초상업주의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은 공정한 경쟁보다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란한 기술의 변화에 넋을 잃지 말고 기술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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