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북한이 ‘가상의 적’인가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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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화제] 한·일 유명 작가, 나란히 한반도 소재로 한 대중소설 출간
김진명과 무라카미 류. 한국과 일본의 소설가 두 명이 북한을 소재로 한 가상 대중소설을 나란히 펴냈다. 김진명의 책 <신의 죽음 1·2>(대산출판사)와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 상·하>(스튜디오 본프리)이다.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유명한 대중소설가 김진명씨가 쓴 <신의 죽음>은 중국의 동북 공정과 김일성 전 주석의 죽음을 연결했다. 이번에도 그의 소설에 흔히 나오는 ‘전지적 해결사’가 등장한다. 미국 버클리 대학 인류학과 교수 김민서는 고미술품 현무첩을 찾다가 김일성 전 주석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소설은 동북 공정에 위기감을 느낀 김 전 주석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하자, 친중파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폭력, 마약, 그룹 섹스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무라카미 류는 ‘고려원정군’이라는 북한군 특수 부대원이 일본 본토를 기습하는 상황을 가상한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를 반대하는 반란군이라고 밝힌다. 이에 일본 비행 소년들이 대항군으로 맞선다는 설정이다. 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소설 <다빈치 코드>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두 책은 대중소설답게 빨리 읽힌다. 두 소설가의 인지도가 높아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도 많다. 각기 “중국이 그리는 동북아시아의 모습을 똑바로 보아야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김진명), “국가 개념에는 소수자를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장치가 들어가 있다는 것과, 소수자의 자유가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읽어 달라”(무라카미 류)라고 집필 의도를 말하고 있지만, ‘한반도’가 비슷한 시기에 대중소설 소재로 떠오른 점은 찜찜하다.

‘가상의 적’을 세우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들어가면서 흥행에 성공하려는 전략은 어디서 본 듯하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을, 냉전 이후 북한과 아랍인을 ‘가상의 적’으로 등장시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반도에서 나가라>는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이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대형 한·일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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