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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만이 알았던 니체 ’

사후 100년 만에 부활 국내 초역<유고>등 출간 학술대회도 예정

이문재 기자 ㅣ 승인 2000.09.2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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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다면체였다. 그것도 굴러가는 다면체였다. 예술가 시인 철학자 시대비판가 정치철학자 미치광이 여성혐오자 나치의 국가철학자 형이상학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환점 니체는 규정되지 않았다. 니체는 니체의 안팎에서 생성하고 생성하고 생성했다. 당대가 이해해 주기조차 바라지 않았다. 니체는 그들 모두는 나에 대해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바 있다.

니체는 일찌감치 자신의 삶과 사유 일기와 출판물 들에 대한 평가를 후세로 넘겼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어려우리라 100년만 기다려 보자 아마도 그때까지는 인간을 탁월하게 이해하는 천재가 나타나서 니체라는 이를 무덤에서 발굴할 것이다. 그의 예언은 비교적 일찍 들어 맞았다. 니체의 무덤은 오래지 않아 그리고 수시로 파헤쳐졌다. 20세기 유럽 예술사와 정신사의 대부분은 그의 무덤을 딛고 일어섰다.

지난 8월25일 프리드리히 니체가 세상을 떠나지 꼭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1994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불었던 니체 열풍은 그의 서거 100주년을 통과하며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니체 전집이 발간되었고 니체에 대한 소장 학자들의 새로운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니체학회(회장 정영도)는 오는 10월13일 부산 동아대에서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니체만이 알았던 니체는 니체가 살았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유럽에 해당하지만 한국 학계에는 오랫동안 적용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었다. 1920년대부터 국내에 소개된 니체의 삶과 사상은 서정주 김동리 이육사 등 한국 현대 문학 1세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학계가 니체를  수용한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1969년에 국내에 첫 니체 전집(전5권 휘문출판사)이 나왔고 1982년 에 두 번째 전집(전10권 청하)이 발간되었지만 전집 전체와 편집 그리고 번역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니체 100주기 기일에 맞추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를 첫째권으로 모두23권에 달하는 니체 전집을 펴내기 시작한 책세상 출판사에 따르면 기존 니체 저작물들은 일어판을 중역했으며 그것도 비전문가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져서 원전을 훼손했다.특히 1950년 이후 유럽 학계에서 니체의 유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니체에 대한 연구 환경은 급격히 달라졌다. 책세상판 니체 전집 간행은 1998년 결성된 니체편집위원회(위원장 정동호 충북대 철학과 교수)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데 1967년 독일에서 간행되어 니체 사상 수용사에  한 획을 그은 <비평전집>(KGW)을 저본으로 삼았다.

정동호 위원장은 이외에 이진우 교수(계명대) 김정현 교수(원광대) 백승영 강사(서강대)등이 참여한 니체편집위원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유고 (1887년 가을~1888년3월)>을 1차분으로 내놓았다.이 두 권은 니체 읽기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라투스트라..>는시기적으로 니체가 집필 활동의 정점에서 쓴 것이고 니체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의미가 크다 옮긴이 정동호 교수 이책은 니체 철학의  전부이다라고 말한다.

<유고>는 국내 초역이다(니체 전집 23권 가운데 14권이 국내 초역이다)니체의 유고에 강조점이 많이 찍히는 이유는 니체의 유고가 니체 저작 물과 긴밀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니체 연구 환경이 급변했다는 것은 이 <유고>를 새로 주목했다는 뜻이다 <유고>를 발견 함으로써<권력에의 의지>(이번 전집에서는 힘에의 의지로 바로잡았다)는 사생아였음이 판명되었다.<권력에의 의지>라는 제목으로 전집에 늘끼어 있던 기왕의 유고집은 니체의 여동생과 생전에 니체를 추종했던 페터 가스터가 유고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주제 별로 엮어 놓았던 것이다.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전집 1차분과 함께 나온<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은 니체를 전공한 국내 소장학자들의 패기에 찬 니체 읽기이다. 이들은 니체가 서양 철학사의 특이한 지류라는 한국 학계에서 오래된 낙인을 지우고 한국어로 니체를 사유했다. 약간의 과장이 허용된다면 한국에서는 이제야 니체의 무덤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책을 기획한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에 따르면 니체를 맞이하는 것은 곧 미래를 맞이하는 것이다.

김상환 교수를 비롯해 김진석(인하대) 박찬국(서울대) 신승환(가톨릭대)윤평중(한신대)교수 와 백승영(서강대)장은주(서울대)강사 서동욱(벨기에 루뱅 대학 박사과정)이창재(미국 시카고대학 박사과정)씨가 공동 집필한 <니체가 뒤흔든 철학100년>은 니체를 프리즘으로 삼아 투사한 인간 사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백승영 교수가 집필한 이 책 1부는 니체와 처음 만나는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니체 지도이다. 니체의 생애와 사상 니체 읽기의 역사 그리고 니체 사상의 중심 주체들을 체계적으로 정돈했다 백교수는 니체의 삶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 하다고 역설한다. 니체에게 철학은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리는 열정이었으며 이열정이 그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유일한 삶의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니체는 처음에 시인 철학자 혹은 예술가 철학자로 이해되었다. 당시 철학은 니체에 대해 침묵했다. 1940년전후 하이데거에 의해 니체는 서양형이상학 전통에 등재된다. 이후 1960년대 프랑스에서 니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백교수에 따르면 니체는 이외에도 사회학 신학 심리학 문학 음악 그리고 조형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용되면서 20세기의 철학자로 떠올랐다.

1960년대 이후 구조주의의 그림자를 밟은 일군의 프랑스 철학자들은 니체만 아는 니체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니체가 모르는 니체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김상환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니체는 프랑스 철학자들의 도저한 질문 즉 헤겔 이후에 새로운 철학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근거였다. 그 답변들이 1980년대 이후 국내 학자들에 의해 적극 수용되었다.

하이데거와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은 니체와 함께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이들은 의심의 3대가 로 불리기도 한다)를 호출했다. 라캉은 프로이트를 알튀세르는 마르크스를 푸코 들뢰즈 데리다는 니체를 불러냈다. 이 탈근대 사상가들은 저마다 다른 무기를 개발해 유럽 모더니즘의 척추인 기원과 중심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들뢰즈는 니체의 망치를 들고 프로이트를 가격한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프스 콤플렉스가 자본주의의 반인간적인 측면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서동욱씨는 들뢰즈와 니체의 삼투 관계를 해부한 논문(<들뢰즈 존재론과 앙띠 오이디푸스 그리고 니체>)에서 들뢰즈의 오이디푸스 비판은 니체의<도덕의 계보학>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니체가 보기에 인간이 신에게 진 부채(죄)의 특징은 부채를 갚는다고 해서 인간이 부채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갚을 수 없다는데 있거니와 기독교의 대속(代贖)은 부채탕감이 아니고 심화라고 지적했다. 들뢰즈는 니체의 이와 같은 부채비판을 오이디푸스 비판에 적용한다. 들뢰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속임수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근친상간을 원하는 것이 욕망의 본질이기 때문에 법으로 금하는 것이 아니라 있지도 않은 근친상간을 법이 금함으로써 근친상간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는 욕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죄의식을 통해 서구는 제3세계를  자본주의는 가족을 식민지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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