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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과 원칙에 투철해야 한다.

공공성·다양성·독립성 지키고 시청률 경쟁 지양… ‘방송위’ 지도·감독 강화해야

이효성 (성균관대.언론학) ㅣ 승인 1991.01.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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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년은 우리의 방송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선정과정에서 숱한 의혹이 제기되었던 상업 텔레비전 방송국이 설립됐고 3개의 채널을 가진 교육방송이 KBS로부터 분리돼 문교부의 관장 아래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로써 한국의 방송제도는 관영·공영·사영의 3원체제가 됐다. 관영 교육방송은 사회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집권세력의 지배이념을 주입하는 경직된 방송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상업방송의 출연은 방송계에 경쟁을 고조시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질의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또 하나의 큰 변화는 KBS 제1텔레비전이 낮방송을 개시함으로써 심야시간 이외에는 텔레비전의 종일시청이 가능하리라는 점이다. 이밖에도 MBC의 위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KBS와 MBC가 방송과 관련된 자회사를 설립하여 모회사를 줄이고 방송의 본업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선방송의 본격적인 시험방송과 유선방송제도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사영방송 설립·KBS의 방송시간 연장·유선방송의 도입 등으로 프로그램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독립제작사가 많이 설립되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사에 공급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방송계에 인사이동과 스카우트 열풍을 몰고와 방송인들로 하여금 기대와 불안에 휩싸이게 할 것이다.

 이러한 방송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방송계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에 투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우선 방송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시행하는 데 있다. 방송은 국민의 공동자산으로 간주되는 전파를 사용하고 사회적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수립돼 있다. 첫째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공공성, 둘째 사회 각계각층의 상이한 주장과 기호를 공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다양성, 셋째 특정세력, 특히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는 독립성이다. 방송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국민이 방송 내용 감시·비판해야
 방송계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자세는 지나친 시청률 경쟁의 지양이다. 상업방송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시청률 경쟁이 가속화 되면 저질의 오락프로그램만 양산하기 쉽다. 그러나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재미뿐만 아니라 유익함과 품위를 갖춘 프로그램을 방송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사는 방송사 나름의 특성과 전문영역을 개발하고 방송인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화하는 방송환경과 더불어 특별히 더 요구되는 것은 방송위원회의 독립성과 적극적인 역할이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나 기본원칙의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지도할 권한과 책임은 방송위원회에 있다.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특히 가속화할 방송시간 경쟁 속에서 방송이 사회적 책임과 방송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도록 방송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지도해야 한다. 작년의 KBS 사태나 방송법개정 때와 같이 방송위원회가 당연히 나서야 할 일에도 나서지 못하는 무력한 위원회가 돼서는 안된다. 방송계의 중대한 현안에 대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방송의 최고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력한’기관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위원들이 추천자나 임명자에 얽매이지 말고 방송위원으로서의 자율성과 책임을 투철히 의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의식해야 할 것은 방송에 대한 감독과 지도는 방송의 기본이념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지 방송인의 편성 제작 편집의 자율권을 침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송인의 자율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에 그랬듯이 단순한 심의기구로 전락하여 정부의 대리검열자와 같은 역할이나 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새로운 방송환경은 우리 시청취자들에게도 새로운 자세를 요구한다. 우리는 방송의 궁극적 주인으로서 좋은 방송을 향수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좋은 방송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은 방송의 주인으로서 방송의 내용을 감시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 새로운 방송환경에 대응해 우리는 이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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