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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 이는 ‘일본 수입’파문

문화부, 한·일합작 발표···영화인들 “정책모순 외면하고 자본유입 웬말”

이성남 차장대우 ㅣ 승인 1991.01.3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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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문화의 국내상륙을 ‘침투’로 불것인가 ‘수용’으로 볼 것인가. 지난 연말 문화부가 “중국 몽고 일본 등 과의 합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일 합작영화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하문화’로 존재해온 일본문화를 지상에 나오도록 공식화한 조처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큰 것이다.

 비등하는 여론과는 대조적으로 ‘연극영화의 해’를 맞아 문화부가 최근 또다시 발표한 ‘합작영화 제작촉진 방안’에는 “한·일 합작은 신중히 처리한다”는 구절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들어 있지 않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처가 “우리의 고급 학술문화 행사를 일본에 전파하는”문화통신사 발족에 즈음하여 “부수적 단서로 나온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문화통신사는 한·일합작영화를 위한 준비기구가 아니다”라고 못박는다. 또 일본영화를 직수입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돼 있지 않은 까닭에 장차 양국간에 신뢰와 이해를 쌓아가면서 여론을 수렴해 일본영화를 직수입할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부 김순규 공보관은 합작심의의 잣대가 영화법과 ‘문화부 기준’이라고 말한다. 문화부 기준이란 무엇인가. “일본색이 짙지 않은 순수한 예술작품이나 민비나 안중근 같은 역사적 다큐멘터리 또는 문화영화를 우선으로, 시난리오 및 합작의 내용과 조건을 놓고 심의하겠다”고 김공보관은 설명한다.

 이번 조처에 대해 영화인들은 “여론에 밀린 편법이며 결국은 일본영화를 들여오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우리영화에 왜색을 집어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제작자본과 기술이 월등한 일본영화가 우리 영화를 지배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정용탁씨는 “일본영화 자체의 영향이 추상적인데 반해 인적·물적 유입은 구체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합작’과 ‘직접 수입’의 순서가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일본측이 역사사관을 뒤집거나 왜곡시키는 영화를 제작하려고 할때 “인건비가 싸고 촬영비용이 적게 드는 우리의 자원을 이용하려들 수도 있으므로 당국은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김정옥 교수는 “쇄국적 문화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재한뒤, 일본에게도 개방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폭력·음란비디오 등 저질문화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에서 일본의 고급예술 수용이 필요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합작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우수영화를 수입개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영화제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일부 영화인들이 ‘문화부의 명분’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 영화산업에 일본자본을 끌어들이면서 국내 재벌이나 방송자본의 영화업 진출은 막고 있는 정책모순을 지적하는 소리도 높다. 현재 영화업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묶여 있다.

 영화기획자 유인택씨는 ‘국내 전체 경제 규모에서 영화자본이 자치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자본까지 들여오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그동안 영화정책이 지원 육성 보호의 차원보다는 간섭 통제 억제의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면, 영화정책의 왜곡성 및 충무로 영화자본의 파행성, 영화산업의 전근대성, 사전 검열제도 등이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발전을 위해“ 한·일합작이 논의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UTP영황에 침식당했다는 생각만 말고 한·일합작으로 일본의 뛰어난 영화기술·예술성·자연배경을 도입하면 우리영화도 세계시장을 뚫고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단순논리로 과연 우리 영화가 진흥될 수 있을까. 개방을 대세로 인정한다하더라도 당국은 자본논리에 따라 유입되는 외풍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도록 우리 영화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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